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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킨슨병으로 생긴 턱떨림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으므로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 [창세기 19:26]

 

필자가 제일 처음 치료한 파킨슨병 환자는 아주 오래전 요양원에서 온 분이었다. 몸에 힘이 하나 없고 혼자 거동을 못해서 힘이 센 남자 요양보호사가 들어서 치료베드에 올려주곤 했다. 그 전까지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약물을 일부 디톡스하고 체질침을 놓았는데 놀랍게도 다음날 이 분 이마의 감각이 되돌아왔다. 그 전까지는 '이마에 아무 감각도 없다'고 했는데 그게 돌아온 것이다. 명백한 호전 반응이었다. 이마 안쪽에 있는 뇌 신경계도 회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갔다. 약물을 더 많이 끊고 체질식을 하면 더 많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나을 가능성이 있으니 보호자 데려오시라'고 환자분한테 얘기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오지 않았다. 아마 그 보호자는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서 헛소리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얘기를 했더라도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 그 분은 성대가 마비되어 목소리가 거의 안나왔기 때문이다. 그 분은 약물을 다시 복용했고 겨우 돌아온 이마의 감각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분은 치료를 포기하였다. 필자는 그 상황이 참 바보같이 느껴졌다. 레보도파를 쓰면 몸에서 스스로 도파민을 생산하는 능력이 감퇴된다, 몸이 그 약물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보도파 효과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내성이 생기고 약효는 희미해진다. 몸의 떨림을 멈추려고 쓰지만 점점 약효는 사라지고 오히려 몸이 굳어서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병든 사람을 폐기처분하는 거대한 기계 시스템이 의료를 빙자하고 있고, 사람들은 진실을 보거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는 '낫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기계는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산송장 보관소로 환자들을 천천히 옮기고 있을 뿐이다. 그 환자가 그 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환자의 이마 감각을 단번에 돌아오게 했던 그 침처방만은 기억해두고 있었다.

몇 년 지나서 두 번째 환자가 왔다. 이 환자는 그 분이 다니는 교회 지인의 소개를 받고 온 80대 할머니였고 역시 토양체질이었다. 필자는 먼젓번 환자를 치료하면서 발견한 그 침처방을 사용했다. 그러자 구역, 어지럼증, 변비가 깨끗하게 사라졌고, 혈압이 정상이 되었고 공복혈당도 정상에 가깝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 분의 딸이 돼지고기 냄새가 싫다며 그 분이 만든 요리를 다 쏟아붓는 바람에 체질식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그 다음에도 파킨슨병 환자가 몇 분 오셨지만 파킨슨병 자체가 아니라 통증 때문에 치료를 잠깐 받고 가실 뿐이라서, 파킨슨병이 8체질의학으로 어디까지 나을 수 있는지 충분한 관찰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도에 어느 환자분이 오면서 좀 더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70대 중반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할머니였는데 "파킨슨병으로 3~4년 전부터 서동증이 나타나고 말이 어둔해졌다. 3주 전부터는 턱이 떨리고, 3일 전부터는 하품을 할 때 귀 밑이 아프다. 계속 잠만 온다. 대변을 3~4일에 한 번 본다"고 하였다. 그 밖에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안 펴졌다. 고혈압과 간염(2021년 검진시 HBsAb Positive 11.3 )도 있었다. 로디비카정2.5/20밀리그램, 휴메가연질캡슐, 우루사정100밀리그램, 퍼킨을 복용중이었다. 

체질을 감별해보니 토양체질이었다. 체질식을 알려주고 약물을 모두 중지시켰다. 그리고 환자의 요청으로 체질약과 체질침을 병행하였다. 이 분은 필자의 지도에 거부감 없이 따라줬고 아주 빠르게 효과가 나왔다. 필자는 먼젓번 두 케이스에서 효과를 본 침처방을 다시 사용했다. 귀 앞의 통증이 점점 감소하였고, 턱의 떨림도 확연하게 줄어들더니 완전히 잦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치료 10일만에 간염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그 뒤 방심하여 고추가루로 양념된 김치를 씻어벅거나 찹쌀떡을 드시고 다시 귀 앞의 통증과 턱의 떨림이 재발하곤 했다. 그래도 필자는 계속 치료했고 앞으로 나아갔다,  환자에 따르면 치료 후 한 달쯤 되자 "그 전까지는 다리에 힘이 없어서 고꾸라질 것 같았으나 이제 다리에 힘이 붙는다"고 하였다. 두 달 약간 못 되었을 때는 "지난 3년 동안 의자에 앉을 때 오른쪽 무릎을 구부리지 못했는데 이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네 달 가까이 됐을 때는 "코 안의 덩어리 같은 게 있었는데 많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이 분은 치료중 간혹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예를 들어 파프리카, 파, 양파, 찹쌀이 들어가는 음식을 먹거나 과일을 과식한 후 소화장애, 구역, 두통, 설사를 했지만 그 때마다 체질침으로 다시 안정시켰다. 병세와 업치락 뒤치락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5개월 후에 환자가 "어릴적부터 축농증으로 코의 3분의 2를 막고 있던 바위 같은 게 많이 사라졌다. 아침에 가래로 흘러나왔다"고 했다. 

이 분의 남편이 혈압강하제 끊은 것에 대해 불안해하길래 그동안의 혈압을 그래프로 만들어서 안전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60세 이상은 150/90 을 넘지 않으면 정상으로 간주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거의 그 범위에 있고 그 범위 밖으로 벗어난 것은 일시적임을 알 수 있다. (체질에 안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랐다)  

       

호전세는 뚜렷했다. 과거에 복용한 도파민 효현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났던 '뭐가 지나가는 듯한' 환각도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치료는 22년 3월말에 변곡점을 맞았다. 진료중 이 분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열이 나고, 입천장이 아프다"는 것이다. 형개荊芥와 방풍防風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 5일치를 따님을 통해 보내면서 "이 약을 먹으면 나을 것입니다. 다른 약을 먹으면 부작용으로 그동안 치료한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주의 당부 드렸다. 하지만 필자의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9일만에 오셨는데 "남편이 다른 약 먹으라고 보채서 그렇게 했다"고 하셨다. 필자가 준 약 대신 다른 병원에서 세러캡슐, 모니플루정, 펜잘이서방점, 투리온정, 엘도스테인캡슐, 레바민정, 타이레놀, 코슈정, 코대원정, 록프렌정, 뮤코라민정, 뮤코스텐캡슐, 후라시닐정, 말피올로파타딘정, 가스모틴정5밀리그램, 알지나액을 받아 복용했으나 열이 나고(37.7도), 입이 쓰고, 기침을 하는데 목구멍이 건조해서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식욕이 없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하였다. 환자는 기진맥진 상태였다. 환자의 나이와 체력을 고려해보건대 그대로 두면 돌아가실 수도 있었다. 환자의 보호자는 파킨슨병은 필자에게 치료받되, 코로나19는 다른 약을 먹어도 되겠거니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코로나19에 쓴 약물이 파킨슨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언론과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를 무슨 공포의 불치병 마냥 포장해서 환자들을 겁박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코로나19에 사용한 약물의 부작용이다. 항생제가 가진 신독성, 부프로피온산 계열 진통제가 가진 부작용에 토양체질은 취약하다. 그런 약물이 들어가버리면 몇 달간 애쓴 것이 전부 헛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시 체질침을 시술하고 이틀 지나자 기침도 줄어들고 가래도 묽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기침과 발열이 재발하여 토양체질의 폐결핵 치료제를 10일분 드렸다. (이 처방은 폐결핵 뿐 아니라 그 유사증상에도 광범위한 치료 효과가 있다.) 그리고 나서 환자는 2주간 막힌 변비가 풀리고 증세가 전체 10에서 1 정도로 줄었다. 다시 5일분을 처방해드리고 나서 코로나19 후유증은 완전히 정리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호전되었던 파킨슨병 증세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턱이 떨리고...  다시 처음부터 원점에서 하나 하나 쌓아올려야 하는데 환자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두 달 후 치료를 포기하셨다. 필자는 답답함을 느꼈다. 환자는 정말 본인이 원래 어떤 상태였는지, 어디까지 좋아졌었는지, 왜 재발하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필자가 알려준대로 대처하였다면 파킨슨병 증세가 재발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을 텐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 케이스였다. 필자는 가끔 환자분들에게 말한다.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 방이라고. 체질치료로 기적 같은 효과가 나올 때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되고 방심해서도 안된다. 어쩌면 그것은 당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무심코 '검은 고양이든지 흰 고양이든지 쥐만 잡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본요법과 대증요법 사이에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틈이 거대한 크레바스처럼 펼쳐져 있다. 둘은 완전히 다르며 근본요법의 관점에서는 대증요법 역시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치료중에 임의로 둘을 혼용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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