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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기는 해표발산解表發散해야

가벼운 감기에 대증요법을 되풀이하면 점차 뇌수막염으로 발전한다. 찬 바람 맞고 감기가 오면 차가워진 몸을 덥히려는 자기보호 메커니즘에 의해 열이 나는데 이런 이치를 모르고 해열제로 그 열을 식혀버리면 몸이 스스로를 데우려는 과정을 방해한 셈이 되어 몸은 반사적으로 더 강한 재발열을 유도한다. 습관적으로 해열제를 사용하여 이런 과정을 거듭하다가 열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결국 뇌를 치는데 이 상태가 뇌수막염이다. 그렇게 열이 뇌를 자주 치면 열성경련이 오고 뇌전증이나 자폐로 간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작년 겨울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가면서 열이 났는데 브라운 체온계로 39도까지 올라갔다. 사실 아이들이 이 정도까지 열이 오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필자의 아이들은 체질식 덕분에 지금까지 심하게 앓아본 적이 없다. 그 날은 늦게까지 찬바람을 쐬고 놀았던 것 같다. 이마를 만져보니 뜨끈뜨끈하고 발은 찼다. 첫째가 아플 때는 열이 뇌를 자극하는지 잠꼬대를 심하게 하였다. 필자는 39도까지 지켜보다가 체질에 맞는 해표발산제를 투여했다. 약을 빨대젖병에 넣어주니 아이가 알아서 빨아먹고 잠이 들었다. 이 처방은 전신의 순환을 도와서 머리로 집중된 열을 사지로 분산시킨다. 이렇게 하면 몸이 스스로를 데우는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도 머리의 열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아이는 다음날 정상 체온을 되찾았다. 동의보감에서도 '변증후變蒸候'라고 하여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감기열 비슷한 증세가 올 수 있으니 함부로 독한 약을 쓰지 말고 가벼운 발산제 정도로 다스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오늘날은 자폐아가 급증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보다 의료접근성이 향상된 결과다. 예전에는 이마에 물수건이나 올려주면서 열이 떨어지길 기다렸고 더 강한 재발열을 초래할 수 있는 대증약물의 폐해를 덜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열이 올라도 해열제로 멈추려고 드니 몸이 스스로를 히팅heating하는 과정이 완료될 수가 없고 그에 따라 더 강한 재발열을 초래하여 결국 사단이 나고 마는 것이다.

얼마전 아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카톡을 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폐아를 둔 친구가 남편과 다투어서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그 남편은 '아이를 시설에 맡기자'고 하고 친구는 '그럴 수 없다'고 하여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다르니 별거도 생각중이라고 한다. 두 사람 심정이 전부 이해가 갔다. 남편은 현실적으로 남은 가족의 삶이라도 지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자폐 있는 아이도 귀한데 어떻게 시설을 보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부겠지만 시설에서 종종 학대가 일어나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기에 아이가 당할 일을 상상해보면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자폐아를 둔 부부는 이혼이나 별거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가정이 파괴되는 것이다. 조승우 배우가 열연한 영화 '말아톤'은 자폐가 있는 주인공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보호자의 '양육 마라톤'이기도 하다. 정상 아동이라면 부모가 언젠가 양육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자폐아의 양육은 그런 희망이 없다. 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레이스'가 되어 부모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자폐아가 된 다음 치료법을 찾는 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다. 자폐아동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필요하지만 현실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8체질의학으로도 초기라면 치료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르나 이미 자폐증세가 뚜렷하게 나와서 수년이 흘러버렸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폐는 치료보다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폐아를 정상아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반면 정상아가 자폐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고 쉽다. 따라서 아직 자폐가 안된 건강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치매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임신시 체질에 맞게 섭취하여 모체母體의 안정을 유도하고, 출산 후에는 아이 체질에 맞게 먹이고, 열이 날 때는 체질에 맞는 해표발산제를 사용해야 한다. '해열제를 써도 우리 애는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과 열이 왜 오는지 살피지 않고 단순무식하게 열만 끄려는 무지가 합쳐져서 아이를 자폐로 이끌고 소중한 가정을 파괴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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