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정지우식

2004년, 가벼운 충치를 때우려고 치과에 갔다가 체질에 안맞는 보철물(금니) 때문에 심한 두통을 앓은 적이 있다. 8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에서 원인을 파악한 다음 그 보철물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레진으로 덮었더니 곧바로 두통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이 사건은 필자가 8체질의학으로 진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년 정도 지나자 레진이 깨지고 닳아서 그 자리를 다른 보철물로 덮으려고 다른 치과에 갔다. 그런데 치과의사분이 다시 치아를 갈아대기에 바로 멈추게 하고 "치아를 더 깎지 않고 덮을 수는 없는가?" 물어보니 안된다고 하였다.(이 때 왼쪽 윗부분 제1대구치가 약간 더 갈렸다. 아까운 나의 치아여!) 그 분의 말에 따르면, 다른 보철물로 덮으려면 다시 치아 일부를 갈아내야 했다. 그래서 일단 시술을 보류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체질식으로 몸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체질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였다. 보철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별 문제가 없었다. 찬 물을 마실 때 가끔 시린 느낌이 전달되었지만 그것도 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운동을 할 때 생기는 심장의 흥분이나 체열이 그 차가운 느낌을 상쇄했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6월, 음식을 급히 먹다가 이와 이가 부딪히면서 왼쪽 아래 제1대구치가 금이 가서 깨졌다. 전동칫솔 사용중 이에 세게 부딪힌 적도 있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양심치과로 소문난 서울의 모 원장님을 찾아가봤는데 정작 이 분은 보철치료는 안한다고 하시면서 신촌의 다른 치과를 소개해준다. 소개받은 치과에 가보니 인테리어가 화려하다. 필자는 인테리어가 지나치게 화려한 병원을 경계한다. 비용을 많이 들이면 그만큼 이윤을 뽑으려고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 담당의 분이 "치수(신경)를 제거하고 그 안에 기둥을 박고 씌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치수를 제거하면 이 자체를 죽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분은 사랑니까지 뽑으라고 하였다. 사랑니는 아프지 않았고 사진상으로 봐도 바르게 난 편이며 교합도 문제 없었다. 이것을 뽑으라고 하는 것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이게 최선인가? 대안은 없는가?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찾아봤다. 이와타 아라히로의 "치아를 남겨라"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을 훑어보니 치아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기존 치료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합리화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어 책을 덮어버렸다.

필자는 그 당시 멀쩡한 치수(신경)을 죽이겠다는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았다. 소위 '신경치료'라는 용어는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죽이고 제거한다는 점에서 어폐가 있다. 만일 '신경치료'라는 이름 대신에 '신경제거'나 '신경박탈'이라고 한다면 환자들은 그런 요법에 대하여 분명히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뿌리를 죽이면 식물이 죽듯이 치수를 파괴하면 그 치아는 고사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는 치수를 보존하는 기법이 없었기 때문에 필자는 결국 가까운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랑니는 빼지 않았고, 레진이 떨어져나간 다른 이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다.

충치가 2004년에 생겼고 2년 후에 레진이 떨어져나갔으니까 2015년에 치아파절이 일어날 때까지 무려 10년 가까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만일 그 때 전동칫솔을 이에 부딪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음식을 급하게 먹지 않았다면 치아파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돌이켜보건대 두 번째 갔던 치과에서 왼쪽 윗부분 제1대구치를 약간 갈아낸 것이 이가 맞물릴 때 아랫니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때 갈린 부분을 혀로 더듬어보면 약간 뾰족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아래 대구치와 맞물리는 과정에서 압력을 좀 더 예리하게 전달한 것 같다. 필자는  체질식을 하면서 계속 경과를 관찰했다. 

레진이 떨어져 나간 곳에 보철물을 씌우지 않은 채로 무려 20년 가까이 지났다. 예상대로 그동안 충치는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치과의사분의 의견은 어떤가 확인하려고 몇 달 전 아내가 추천한 동네치과에 찾아갔다. 필자는 2004년 금니를 제거하면서 오른쪽 아래 제2대구치의 가운데가 많이 파여서 휑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 곳을 덮었던 레진이 떨어져 나갔을 때 '그 이의 상아질이 점점 삭아서 치수 부분이 결국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 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치과의사 분이 그 이를 체크해보고 문제가 없다고 알려주었다. 그가 찍어서 보여준 사진을 보니 윗니가 조금 내려와서 그 아랫니의 파인 부분에 잘 닿아있었다. '지금 통증 없으시죠? 교합에 문제 없으니 치료할 필요 없습니다. 보철물을 덧씌우면 오히려 통증이 생길 거에요' 라는 답변이었다. 그 후로도 다시 한 번 갔으나 역시 문제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금 혀로 이 가운데 패인 부분을 더듬어보면 레진이 떨어져나간 초기보다 채워진 듯한 느낌 마저 있다. 치아가 스스로를 조금씩 복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보다 파인 정도가 덜한 것은 분명하다. 지금 찬 물에 닿을 때 시림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랑니를 뽑지 않은 것도 신의 한수였다. 많이 깎여서 약해진 어금니 옆으로 사랑니가 천천히 솟아오르면서 든든하게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사랑니는 제일 끝에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교합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상태를 '정지우식'이라고 한다. 충치가 더 진행하지 않고 멈춰버린 것이다. 지금 치과진료에서 정지우식을 발견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것이다. 작은 충치도 다 건드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충치가 진행되지 않게 멈추는 비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의 20년간의 관찰에 따르먄

 

그 비법은
첫째, 체질에 맞게 먹는 것이다. 체질에 맞는 음식들을 자기 이로 씹어먹으면 체질적인 내부장기 불균형이 최소화되고, 이것이 다시 척추불균형을 최소화하고, 이것이 다시 척추불균형의 마지막 도착지점인 치아의 불균형을 최소화하여 과도한 교합 압력이 치아에 더해지지 않으므로 충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체질식을 하면 구강내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이것 역시 충치를 예방한다. (참고로 매 끼니 음식은 종류를 간단하게, 조리법도 간단하게 한다. 너무 많은 종류를 한 번에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체질에 이로운 과일이라도 여러 종류를 한 번에 먹는 것은 상아질을 더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한다. 필자는 너무 뜨거운 음식도 피했다.)    


둘째, 양치질을 잘하는 것이다. 칫솔질 전에 물로 헹궈내서 음식물 찌꺼기를 최대한 뱉아낸다. 그 다음 치실, 워터픽, 두줄모칫솔을 이용해서 이 사이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제거한다. 그리고 전동칫솔을 이용해서 치아 표면에 붙어있는 찌꺼기를 청소한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모를 가진 칫솔로 치아의 골짜기 부분을 부드럽게 훑어내리고 마무리한다. 칫솔질이 어려운 사각지대가 있으면 2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칫솔질을 할 때 치약은 사용하지 않는다. 발암물질 때문이다. 대신 소금물이나 찻물로 가글을 한다.     

 
신경치료를 받은 이에 다시 문제가 생겨서 빼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대안을 찾아보니 방법이 있다. 두 번째 어금니가 빠졌을 때 사랑니와 첫 번째 어금니를 당겨서 두 번째 어금니 자리로 오도록 교정하는 것이다. 임플란트보다 나은 방법 같다. 인공보다 자연이 나으니까.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가끔 이를 한 번에 많이 뽑고 나서 치매 증세가 나타났다는 환자분들을 볼 때가 있다. 누구는 한 번에 이를 세 개 뽑았는데 며칠 후 국을 끓여서 베란다에 두고 잊어버렸다고 하셨고, 큰 사업을 할 정도로 활동적인 분이 거금을 들여 이 전체를 임플란트로 대체한 다음 1년도 안돼서 치매로 요양병원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임플란트를 하면 치근막이 사라지기 때문에 씹는 느낌이 없고 뇌로 자극이 가지 않아서 치매가 쉽게 온다. 본인의 자연치아를 오랫동안 살려 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자면 체질식이 필수다.

필자는 한 가지 가능성을 더 생각해보았다. 만일 인위적으로 교정하지 않아도 사랑니가 스스로 이동하여 두 번째 어금니가 빠진 자리를 메울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면 교정도 받을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몇 가지 답변을 찾았다. Danish Qadri라는 치과의사 답변에 따르면 어릴 때는 가능하다. 25살까지도 가능해보인다. 아마도 나이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건강상태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건강해서 사랑니가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필자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지금처럼 계속 체질식과 체질에 맞는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다. 어금니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빠지면 사랑니로 대체한다. 만일 몸이 지금 수준의 건강을 유지한다면 그 때 사랑니는 스스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니를 이용한 교정이나 이식을 선택하면 된다.

 

Can a wisdom tooth replace a bad molar?

Answer (1 of 5): Yes a wisdom tooth can replace a bad second molar. However, your doctor needs to first assess the developmental status of the wisdom tooth and make sure that the tooth is well formed (not weird looking) and whether the tooth will grow into

www.quora.com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는 어느 정도 범위에서는 스스로 움직여서 교합을 맟출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교합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도 않다. 필자는 20년간 관찰했지만 실제로 이가 움직여서 교합을 맞춘 것은 한 달이 안걸렸다. (어금니로 너무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는 교합이 조금씩 조정되며 이런 변화가 생길 때는 간혹 안쪽볼이 씹히는 현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체질에 맞게 먹으면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이로 씹는 과정에서 뇌로 유익한 자극이 가고 뇌는 다시 되먹임을 주어 교합을 조정하는 것 같다. 이를 깎고 자르지 않아도 몸은 자기가 처한 한경에서 최대한의 균형점에 도달하려고 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몸이 그 '최적의 환경'에 처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는 것 뿐이다.  .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양체질과 냉수욕  (0) 2023.11.20
파킨슨병으로 생긴 턱떨림  (0) 2023.10.24
엽산과 불임  (0) 2023.04.19
감기는 해표발산解表發散해야  (0) 2023.01.25
황혼의 이혼  (0)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