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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양체질과 냉수욕

통통한 40대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멍한 표정. 복용중인 약물을 보니 향정신성의약품이 있다. '이것 때문이었나?' 조울증이 있어 아침 식후에 아리피진정 10mg, 라비시틴정 100mg, 가스모틴정 5mg, 인데놀정 40mg, 파피온서방정 0.15g, 취침 전에는 가스모틴, 명인탄산리튬 200mg, 인데놀, 스리반정, 아라빌정 5mg을 복용중이다.

환자는 머리가 무겁다고 하였다. 타고 있던 버스가 다른 차를 추돌했다. 무려 4중추돌. 근처 병원에서 뇌진탕으로 약을 복용했지만 2주째 여전하다. 10년 정 쯤 다른 8체질 한의원에서 체질을 감별받은 적이 있는데 세 곳에서 모두 금양체질로 감별받았고 치료 후 좋은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체질식을 잘하지 않으셨는지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정신과약을 달고 살게 되었다.

환자가 수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수영 후 찬 물로 샤워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따뜻한 물로 한다고 한다. "금양체질은 냉수욕이 맞으니 반드시 냉수욕을 하라"고 권고했다.

다음날 왔는데 환자의 표정이 살아났다. '아하, 이 분 원래는 이런 표정이구나' 환하게 뭇으시면서 "냉수욕을 하니 머리 무거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냉수욕은 왜 금양체질에게 좋은가? 금양체질은 체질적으로 겉열이 높고 속열은 부족한데 온수욕이나 찜질로 땀구멍을 열어버리면 속열이 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어 속열은 더욱 부족해진다. 이것이 그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피로케 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끌게 되므로 평소에 냉수욕을 생활화해야 한다. 심지어 겨울에도 냉수욕을 해야 한다. 물론 겨울에는 목욕시간을 좀 짧게 해도 될 것이다. 냉수마찰도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찬 물로 땀구멍을 막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또한 냉수욕은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교감신경이 늘상 흥분되어 있는 금양체질에게 유익하다. 금양체질이 냉수욕을 하면 처음에는 잠시 으스스하지만 하고 난 다음에는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부족하게 타고난 속열을 밖으로 잃어버리지 않고 안에 가둬둠으로써 부교감신경이 흥분되어 혈관이 확장되고 혈행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쾌면으로 이끈다.

참고로 금양체질은 수영을 할 때 숨을 쉬려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폐에 담긴 산소를 점점 소모해감으로써 폐를 비워가게 된다. 이것을 빈폐호흡(exhale)이라고 한다. 빈폐호흡은 폐가 강하게 타고난 금양체질에게 특히 유익하다. 산소는 폐의 먹이다. 산소를 많이 공급하면 폐의 기능이 강해지고 반대로 산소를 제한할수록 금양체질 폐의 지나친 강함은 견제되어 다른 장기 기능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되어 건강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양체질은 숙달되면 50미터 수영장을 무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른 체질이 그렇게 하다가는 헤엄치다가 블랙아웃이 올 수도 있겠지만 폐가 강하게 타고난 금양체질은 빈폐호흡을 할수록 마음이 고요해지고 활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금양체질의 혈액은 알칼로시스alkalosis로 기울기 쉬운데 빈폐호흡은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서 혈중PH의 불균형을 조율해주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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