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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한 생명의 끈 잡으려

시인 한 분이 시집을 선물로 주고 가셨다. 감사하게도  필자의 한의원 이야기를 시에 담아주셨다. 

1년 전 뇌경색으로 언어장애가 생겨서 모 병원에 갔는데 수술까지 얘기하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오셨다고 한다. "머리로 생각은 잘되는데 말로 옮기려고 하면 바로 안나오고 더듬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다" 가져오신 사진을 보면 왼쪽 경동맥에서 분지되어 올라가는 혈관이 막혔다. 복용중인 약은 아스피린프로텍트정100mg, 플라빅스정 75mg, 로수젯정10/20mg, 디오패스정40mg, 무코스타정100mg.

목양체질이라서 아스피린을 뺀 나머지 약물은 모두 중단시켰다. 목양체질은 혈전이 있을 때 아스피린만 단독으로 쓰는 것이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다. 서양의학은 체질이라는 개념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줘서 위출혈이 나오면 플라빅스를 주거나 아예 처음부터 둘 다 준다. 그런데 체질을 알면 그럴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아스피린이 더 맞는 체질이 있고 플라빅스가 더 맞는 체질이 있다. 불필요한 약물을 줄이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핏속에서 콜레스테롤이 늘어나는 것은 세포막을 보수할 필요가 늘었기 때문인데 (콜레스테롤이 세포막의 재료다.) 로수젯정 같은 고지혈증약으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 세포막 보수가 안된다. 그러면 세포막이 부실해져서 암이나 감염증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런 결과는 LDL에 대한 거대한 규모의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고 임상에서도 흔히 확인된다. 암환자는 암으로 진단받기 전 고지혈증약을 먹어왔던 경우가 많다. 의료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고지혈증약을 처방하는 일이 많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

이 분은 처음 왔을 때 눈언저리가 부어 있었는데 이것은 디오패스정 같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의 부작용이다. 우리 몸은 출혈이나 탈수가 초래하는 저혈량증에 대응하여 몸의 항상성을 지키려는 되먹임이 존재한다. 출혈이나 탈수가 되면 몸은 당연히 이뇨를 억제하고 혈압을 올려야 한다. 적은 혈액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몸의 고육지책이다.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는 이것을 방해하여 혈압을 내리다보니 전체적으로 세포로 전달되는 혈류가 부족해진다. 눈 언저리가 부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혈관 안으로 흡수되어야 하는 조직액이 혈압이 떨어지면서 저류한 것이다. 디오패스정을 끊고 체질침으로 2주 정도 치료하면서 부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두 달이 안되서 공복혈당도 102, 즉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4개월 동안 혈압을 관찰해보았으나 아래 그래프처럼 안전한 범위 안에서 변동했다. 나중에 일산 모 병원에서도 검진을 해보았는데 역시 정상으로 나왔다. (공복혈당 100, 혈압 130/82) 치료과정에서 몸무게도 8~9킬로그램이 줄어서 바지가 헐렁해졌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목양체질이라서 해산물을 피하고 뿌리채소를 드시라 권했는데 이 분의 단골 음식점 깍두기에 젓갈이 들어가 있었다. 그걸 드시다가 두드러기가 오고 가려워서 벅벅 긁다 보니 피부가 성이 나서 여기저기 상처가 생겼다. 음식에서 젓갈을 빼고 치료하면서 서서히 회복중이다. 피부가 건조하여 목욕할 때 비누를 쓰지 말고 물로만 하시라고 권했다.

이 분은 "고향이 바닷가라서 생선회나 낙지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목양체질은 그것만으로도 뇌경색이 올 수 있다. 목양체질은 해산물을 오래 섭취하면 강하게 타고난 간의 기능이 더욱 항진되어 다른 장기와 불균형이 커지면서 발병하는데, 특히 심혈관, 뇌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목양체질은 그 타고난 활발함이나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발병 전까지 본인과 주변 사람들 모두 아무 조짐을 못 느끼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곤란해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평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할지라도 해산물 섭취를 끊어야 한다.

필자의 진료실에서 고혈압은 대부분 쉽게 치료된다. 10명을 치료하면 8명은 정상 혈압을 되찾는다. 물론 신장 사구체가 많이 망가지거나 갑상선 잘라낸 환자들은 치료가 어렵다. 그런 경우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혈압약 복용하는 사람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생활습관이 체질에 안맞아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상태인데 '평생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병원 말을 듣고 겁이 나서 먹는 경우다. 그런 분들은 체질식을 하면서 치료받으면 대부분 1~2주 안에 혈압이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혈압은 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것은 체질에 안맞는 생활습관 속에서 몸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심장 흥분도를 높인 결과에 불과하다.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비유가 적절할 것이다. 당신 차가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결국 구덩이에 빠졌다. 당신은 탈출하려고 엑셀레이터를 밟아댄다. 엔진소리가 요란하지만 차 바퀴가 구덩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헛돌고 있다. 당신의 혈압이 높다면 바로 그 차와 같은 상태다. 잘 포장된 아스팔트를 달린다면 엑셀레이터를 밟아댈 필요가 없다. 삶의 모습이 본인의 체질에 맞다면 혈압이 올라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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