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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람쥐 쳇바퀴

필자는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거의 모든 대증약물을 끊게 한다. 그런 약물이 체질치료의 효과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물을 끊으면서 8체질의학으로 치료하면 증세가 가벼워지고 혈압, 혈당, 지질 수치도 정상 범위로 돌아온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치료가 끝나면 겁이 나시는지 드시던 혈압강하제, 혈당강하제, 고지혈증약물을 다시 복용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예전 증세가 재발한다. 이것이 어떤 의미일까? 원래 복용하던 약물이 그 증세를 유발한 원인이거나 적어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나으려고 먹은 약이 병을 키운다고 하면 믿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공식적인 의약품 검색 사이트에서 그 약물을 조회해보면 그 약물로 인한 이상반응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것을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자기 증세가 그대로 그 약물의 부작용임을 깨닫게 된다. 현대에 만연한 증세들은 대부분 의원병이다. 잘못된 치료법, 겉으로 드러난 증세만 잠시 눌러주고 병을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은 보지 않는 바로 그 대증요법이 만들어내는 병이라는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병으로 고통을 당할 뿐 아니라 치료로 더 큰 고통을 당한다. 

다른 한의원에서 치료받다가 방사선과에 의뢰하여 요추 2,3번 디스크, 4,5번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70대 여성이 온 적이 있다. (주로 왼쪽으로 치우쳐 나타나는) 허리의 통증과 시림, 어깨의 통증,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했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혈압강하제(로데엔정2.5mg), 혈당강하제, 콜레스테롤저하제를 복용중이었다. 내원하기 얼마 전에는 독감백신을 맞았다. 평소 꼴뚜기, 문어 등 해산물을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한다.

체질을 감별해보니 토양체질이다. 체질식을 알려드리고 첫날 치료 후 다음날 "어깨가 아파서 옆으로 못잤는데 가능해졌다" 3회 정도 치료하니 어깨가 다 나아서 허리 치료에 집중했다. 2회 정도 더 치료하니 "시림이 없어서 잘 잤다" 하지만 호전과 재발을 되풀이하길래 약물을 끊으시라고 권고했다. "그 약 때문에 재발합니다. 그러니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

약물을 중단하자 효과가 좀 더 지속되었다. "다리가 허리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다. 교회 언덕 올라갈 때 시큰거림이 사라졌다"고 하셨다. 허리의 시림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제는 머리가 아파서 혈압약을 먹었다"라고 하시길래 그 전날 혈압이 133/74 였음을 상기시켜드리고 '어제 두통은 혈압과 관계 없다'고 알려 드렸다. 계속 치료하면서 "가슴 두근거림도 어느 참에 사라져버리고", 어깨의 통증도 줄고, 팔에 힘이 빠지는 증세도 좋아졌다, 

그리고 한동안 안 오시다가 5개월 후 다시 오셨는데 허리의 통증과 시림이 재발하고 무릎과 발목에도 관절통이 있다.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니 다시 혈압강하제를 복용중이다.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그걸 다시 드시면 어쩌나? 게다가 씨피이프라임, 마그엘디, 가바펜틴, 이렇게 약이 더 늘었다. 씨피이프라임은 그 성분이 진피陳皮라는 한약재이고 마그엘디는 비타민 D인데 둘 다 토양체질에게는 해롭다. 가바펜틴은 신경통에 쓰는 약인데 역시 관절통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어서 전부 중단시키고 체질침을 시술했다. 몇 회 치료받으면서 "저림이 확실히 없어지고 무릎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혈당은 치료 중반기에 공복혈당 109로 확인되었다. 당뇨병은  공복혈당 125 이상이므로 당뇨가 완치된 것이다.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환자는 원래 혈압이 정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수축기 혈압이 100 이하였던 적도 두 번이나 있다. 고혈압이 아니라 오히려 약간 저혈압에 가깝다. 치료하다 보면 이 분처럼 일시적인 혈압상승이 평생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좋은 빌미가 되어 약물의 노예로 전락해가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약물 부작용은 서서히 늘어나기에 환자들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익어가는 것이다.

이 분은 1차 진료가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였고, 2차 진료 2019년 5월~6월, 3차 진료 2022년 5월~6월, 4차 진료 2022년 8월 16일~현재까지 하고 있는데 각 치료기간 사이에 약물을 다시 복용했다. 치료받고 좋아지면 다시 약물에 의존, 그래서 재발하면 다시 오셔서 치료받고, 좋아지면 다시 약물 복용. 이런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오실 때마다 약이 늘고 치료가 어려워진다. 나으면 더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주객이 뒤바뀌었다. 의료기관들 대부분이 평생 약을 먹이는 것 자체를 하나의 근사한 목표로 만들고 있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세뇌를 거부해야만 치료 가능성이 열린다. 물론 치료하다보면 정말 '다른 방법은 없고 평생 약물에 의존해야겠다' 싶은 환자도 드물게 있다. 중요한 장기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이 망가지거나 떼어낸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그런 환자도 그 상태까지 가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대증약물에 서서히 중독되어갔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약물중독은 더 많은 약물을 끌어당긴다. 그것은 결코 치유로 가는 길이 아니다. 처음에는 환자가 약을 먹지만 나중에는 약이 환자를 먹어치운다. 그러므로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