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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에 힘이 빠지는 환자

익숙한 얼굴의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이 분은 당뇨 합병증으로 필자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치료 효과가 잘 나와서 완치를 기대했지만 피니쉬 라인을 앞에 두고 중도포기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2년만에 다시 찾아오신 것. 

그동안 매일 면 종류를 섭취했고 그 결과 살이 전보다 빠져서 몸무게가 49kg이 되었다. 소변도 다시 자주 보고 하체에 힘이 빠져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다. 오시기 두세 달 전 오른쪽 눈에 백내장이 시작되었고, 노안 때문에 티비 자막이 전보다 안 보인다. 전부 당뇨 합병증이다. 공복혈당은 280~300mg/dL 정도, 오른쪽 어깨도 오십견이 와서 관절가동범위가 좁아졌다.

걱정스러워하는 환자에게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체질식을 벗어날 때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온몸으로 체험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치료가 잘 될 것으로 보았다. 예상한 대로, 환자는 체질식을 거의 완벽하게 실천하였고 치료 진도가 빨리 나갔다. 치료 시작 다음날부터 갈증이 줄었고 하체의 무력감이 개선되었다. 이틀째는 소변 횟수가 줄었다. 예전에 이 환자의 불규칙한 수면패턴 때문에 치료에 실패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지금도 야근을 하시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그만두었다"고 한다. "잠을 반드시 새벽 1시가 되기 전에 주무시라"고 권고했다. 수면이 치료의 관건이였다. 잠을 충분히 자야 혈당이 떨어진다. 잠을 못자면 몸이 그 상태를 보상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혈당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 환자의 공복혈당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다. 

2019년 1월 17일부터 6월 7일까지 1차 치료, 2021년 8월 27일부터 2022년 5월 2일까지 2차 치료

치료 시작부터 공복혈당이 떨어져서 마지막에 121을 찍었다. 당뇨병은 공복혈당 126mg/dL이상이므로 이 환자는 어느 정도 안전한 고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체질식으로 공복혈당이 126 밑으로 조절된 환자는 메트포르민으로 떨어뜨린 환자와 몸 상태가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수치가 같다고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뜻. 그리고 체질식으로 좋은 식습관을 몸에 붙이면 환자 스스로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평생 약물에 의존하는 환자는 절대 그런 자신감을 얻을 수 없다.

이 그래프에서 2021년 3월 10일은 환자가 일하면서 혈당강하제 제미메트서방정 1000mg을 복용하였다. 그 날 혈당은 120까지 빠르게 떨어졌으나, 다시 다리에 힘이 빠졌고 대변도 토끼똥처럼 나왔으며 갈비뼈 안쪽으로 통증이 생겼고 피부에 따끔거림이 생겼다. 환자에게 말했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일을 그르칩니다. 혈당은 병의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의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그것을 약물로 급하게 떨어뜨린다고 낫는게 아니에요. 이미 경험하셨듯이 또 부작용이 나오잖아요. 혈당이 떨어져도 몸을 망치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환자는 다시 체질식에 집중하였고 혈당은 정상범위를 되찾았다. 그리고 다른 부작용도 모두 사라졌다.

이 환자분은 스스로 슈가메트나 제미메트 복용 후 부작용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에 다른 치료법을 찾아보려는 마음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은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무슨 약 때문에 부작용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저 그 부작용에 대하여 새로운 약을 더하는 식으로 약의 가짓수만 늘리고 있다. 그러다보면 병리가 점점 복잡해져서 풀 수 없는 매듭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약물을 끊지도 않고 낫길 바란들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병이 나는 것이 우연이 아니듯 병이 낫는 것도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