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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염과 위궤양

30대 중반의 여성이 내원하여 잦은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한 적이 있다. 토양체질로 감별되어 그에 맞는 체질침이나 체질약을 주면 속이 편해졌다가 얼마 지나면 재발하길래 체질식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젓는다. 토양체질은 매운 음식이 주가 되는 한국 식습관에서 소화불량에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일이 잦은데, 이런 증세는 뇌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여 위열이 항진되어 오는 증후군이다. 토양체질 환자들 중에는 간혹 고추나 파김치를 먹고 어지러워서 응급실에 간 경험담을 들려주는 분들도 있다. 사실 이런 증세는 음식만 바꿔줘도 재발하지 않고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체질식을 안 지키고 아무 것이나 먹기를 거듭하면 위염, 역류식도염,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 단계에서 대증요법에만 의존할 경우 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필자는 이 분에게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이 현재 증상의 근본원인이니 음식을 바꿔보라고 여러 번 권하였으나 체질식을 실천하지 않았고, 필자도 잔소리 정도로 가볍게 들릴까 싶어서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이 분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 다시 왔는데 소화불량이 아니라 등과 어깨의 통증을 치료해달라고 하였다. '예전에 불편했던 위는 괜찮냐'고 물어보니 '위궤양이 되어 약을 먹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약은 PPI였다.

PPI(프로톤펌프억제제)는 최근 역류식도염에 자주 처방된다. 이 약물은 프로톤펌프라고 불리는 위산분비의 마지막 단계를 수행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속쓰림을 완화하는데, 그 즉각적인 효과 덕에 많은 환자들이 여기에 의존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약의 감추어진 부작용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PPI를 쓰는 환자들은 그것을 쓰지 않는 환자에 비해 뚜렷하게 사망률이 증가하고, 위암에 걸리는 비율도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 이것은 PPI에 의해서 소화관 내부의 세균총 밸런스가 무너져 유익균이 사멸하고 그 빈 자리를 유해균이 차지하여 증식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PPI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lostridium difficile)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명백히 대증요법의 폐해다. 요새는 편리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몸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할수록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위염은 체질침 치료 외에도 체질식을 하되 폭식이나 야식을 피하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피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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