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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심

오래 전 함께 일했던 직원분이 떠나면서 책을 많이 기증해주셨다. 그 책들은 환자분들을 위한 것이려니 해서 필자는 보지 않다가 문득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암, 그렇고 말고' 라는 책인데 한의사 박태열 원장이 쓴 방광암 투병기다.

그는 1993년 방광암에 걸렸다가 1996년 권도원 박사(한의사, 8체질의학의 창시자)에게 치료받고 완치(박태열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방광경 검사와 소변 세포 검사 등으로 완치를 확인받았다)되었지만, 무절제한 생활 끝에 1998년 재발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전처럼  치료 효과가 빨리 나오지 않자 조급한 마음에 다른 병원에서 광역학 요법을 시술받고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어 결국 방광을 잘라내게 된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한 순간의 자만과 방심이 그 기적같은 일을 일장춘몽으로 만들고 말았다. 아무리 후회해도 그 기적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움에 책을 읽다가 탄식이 흘러나왔다. 글쓴이의 사례가 깊이 공감되었던 것은 체질치료로 몸이 좋아진 환자 가운데 방심으로 재발하는 환자들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오래 전 토양체질 40대 여성의 만성피로증후군과 기관지염을 치료해드린 적이 있다. 다 나은 다음 '좋아진 상태를 유지하려면 체질에 맞는 생활습관을 유지하시라’고 당부드렸다. 그런데 많이 좋아진 다음이라 필자의 이야기가 잘 안들리셨나 보다. 1년 후 다시 오셔서 ‘갑상선암이 왔다’고 한다. "그동안 체질식을 하셨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 나아서 안 지켜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몇 달 지나서 다시 피곤해지길래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돌연 갑상선암이 왔다는 것. 2주 후로 수술날짜를 받았는데 너무 놀라서 가슴이 뛰고 잠이 안 오신다고 하였다. 환자분의 표정과 눈빛에서 불안과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체질에 맞게 섭생하고 치료 받으면 다시 좋아질 수 있으니 수술날짜를 늦춰보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 하지만 환자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아서 충격이 크신 듯 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서 암을 떼어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암을 떼어내자면 갑상선도 모두 잘라야 한다. 그것도 몸에 충격을 주지만 그 다음에 암의 재발을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것인데 그 역시 몸 전체의 면역을 더욱 파괴하게 된다. 암 자체가 면역이 억제되어 오는 것인데 거기에 다시 면역을 억제하니 어찌 되겠는가? 게다가 수술 후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 신지로이드를 복용할 텐데 그것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원래 갑상선호르몬은 몸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만큼 가장 적당한 양을 분비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을 약물로 대체하면서 몸이 필요한 적절한 정도를 넘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심장에 가해지는 부하를 증가시켜서 심계항진, 부정맥,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심장의 불안은 정신에도 영향을 주어 불면, 조울증이 올 수 있으며 근육통, 월경장애, 다한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체질에 안맞는 생활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형태로 병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암은 본인 체질에 맞지 않는 생활습관으로 생긴 증세에 대증요법으로 대응할 때 나오는 최종 종착지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아도 뭔가 다른 좋은 수가 있겠거니’ 쉽게 여겨서는 안된다. 난치병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치료 가능성이 열린다. 즉 체질에 맞는 섭생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의 질환보다 훨씬 더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내 체질에 해로운 음식이라도 한 번쯤은 괜찮겠지', '조금은 무리해도 상관 없겠지', '직업상 어쩔 수 없으니까', '여러 사람과 밥을 먹어야 하니까 체질식을 할 수 없지' 마음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은 그런 핑계와는 상관 없이 모든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하여 전부 되갚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우리의 건강상태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 하나가 전부 몸에 세세하게 영향을 주면서 건강상태를 빚어낸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믿든지 그대로 사실이다. 

'방심’은 거의 모든 환자들이 거쳐가는 단계다. 환자들은 나은 다음 적어도 한 번은 방심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본인의 흐트러짐을 바로잡을지, 아니면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생활습관을 조정하지 않아도 한 방에 낫는다고 광고하는 기적의 약물이나 요법)을 찾아헤멜지에 따라서 향후 그 사람의 운명이 갈린다. 전자는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후자는 신기루를 쫓다가 사막에서 길을 잃는 격이니 부화뇌동하지 말고 체질섭생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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