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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급한 불은 끄고 싶다고요?

허리를 치료해드린 여성분이 "딸이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데려와보시라고 했다. 진찰을 해보니 팔꿈치, 손목, 오금이 헐어있고 거칠다. 이미 태선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입주변과 눈 언저리도 발진이 나 있고 부어있다. 아토피는 2~3년 되었고, 스테로이드를 간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곧바로 스테로이드를 중단시키고 체질 감별에 들어갔다. 아이 체질은 어머니와 같은 토양체질로 나왔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처방을 한달 분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는 한방연고를 주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려주고 침치료는 1주에 한두 번 병행하였다. 비누와 샴푸 사용도 중지시켰다. 계면활성제 성분이 피지를 제거하여 피부를 척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는 격렬하게 올라오지 않았다. 1주가 지나자 가려움이 처음을 10이라 할 때 8 정도로 줄었고 2주차에 6 정도로 줄었다. 아이 어머니가 "약이 써서 쓴 맛을 지우려고 음료수나 사탕을 먹였어요" 하시길래 "바로 그 쓴 맛이 아토피를 치료합니다. 약을 먹은 다음 바로 쓴 맛을 지우면 안돼요"라고 알려드렸다. 치료 시작한지 한 달 정도가 되었는데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니 가려움은 4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스테로이드 이탈 후 가려움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쉽게 나을 수 있다. 아이 부모의 이해와 협조 덕분에 단기간에 비교적 안전한 고지에 도달했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 중에는 ‘평소에는 면역력을 키워야 하니까 한약이나 침 등으로 치료하고 아토피가 심해지거나 감기에 걸리면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두 가지 요법을 병행하는 것은 아토피가 온 원인을 살펴볼 때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스테로이드와 항생제가 아토피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 스테로이드는 단기적으로 염증을 억제하지만 점점 과산화물로 쌓여 오히려 염증을 더 악화시키는데, 그것 자체가 아토피의 주범이다. 그리고 치료 도중 감기가 왔다고 항생제를 쓰면 장내 세균총이 무너지면서 역시 아토피가 악화된다. 아토피가 나으려면 우선 처음 피부염을 만드는 원인이 되는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고 면역을 억제하여 더 큰 반동을 불러오는 대증요법 약물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체질약이나 체질침을 놓더라도 아이에게 스테로이드나 항생제를 쓰면 나을 수가 없다. 부모들은 ‘급한 불은 끄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기름을 붓고 있는 것과 같다.

아토피 환자의 가려움이 심하면 필자는 자운고를 처방한다. 자운고는 피부에 난 상처나 염증에 효과가 있는 한방연고다. 여기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아토피에 한 번만 발라도 피부염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식의 효과는 없다. 대신 면역을 억제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을 멈춰도 리바운드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치료중 감기에 걸리면 필자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는 한방감기약을 처방해준다.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장내세균총을 파괴하지 않고 내성도 생기지 않는다. 아이 체질별로 다른 약을 주기 때문에 알러지도 없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않고 대증요법에만 의존하면 결국 아이 건강을 망치게 된다. 부모의 무지가 아이를 사지로 몰아놓는 격이다. 2014년도에 부산 사상구에서 한 엄마가 아토피가 악화된 8살짜리 딸을 목졸라 죽이고 본인도 목숨을 끊어 세간에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5년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지만 낫지 않고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로 빼곡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자신의 무지를 탓하며 아이의 목숨을 거두고 자신도 삶을 포기해버리고 만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사건을 다룬 뉴스보도에서 많은 의사들이 여전히 스테로이드를 두둔하였고 그 엄마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다. 의료와 관련된 뉴스보도는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많은 의료기관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환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스테로이드로 눌러놓은 증세들이 재발하는 것, 즉 리바운드 현상은 필연적이며 환자와 보호자는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것은 사실 재발이 아니라 원래 그런 상태였던 것이며 면역을 억제하는 약물에 의해서 병의 본모습이 그동안 가리워졌던 것 뿐이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아토피에 스테로이드가 안전하다는 둥, 조금씩 쓰면 괜찮다는 둥, 그런 소리에 귀가 솔깃해져 열심히 스테로이드를 발라준 아이들의 피부는 한결같이 더 심하게 망가진다.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 증세가 가라앉는 것 자체에만 집착하면 안되고 아토피가 생긴 근본원인을 보려고 해야 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 면역을 억제하는 대증요법 약물들이 그 원인이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고 대증요법을 중단하면 리바운드가 올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리바운드를 통과하면 그제서야 나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근본치료에서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도正道를 걸을지 말지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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