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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통사고후유증과 졸음

쾌활한 표정의 중년남성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버스운전 중 교통사고로 목과 허리가 아프고 오른쪽 팔 다리가 심하게 저린다. 증상만 보면 추간판탈출증과 비슷하다. 평소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혈압강하제를 복용한다. 전립선이 안좋아서 아보다트를 복용중이다.


체질을 진찰해보니 목양체질이다. 체질침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1주 정도 지나자 환자가 자각하는 통증이 처음의 60퍼센트 수준으로 줄었고, 5일을 더 치료하면서 30퍼센트 수준으로 줄었다. 저림 역시 처음의 20퍼센트 수준으로 줄었다. 이 분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하였는데 운전을 업業으로 하기에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많이 마시다보니 정작 자야할 때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수면은 통증치료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통증도 더디 낫는다. 수면을 취하는 몸의 휴식기에 침의 효과가 가장 잘 전달된다. 체질침을 맞더라도 밤을 새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치료 효과는 원래 나와야 하는 수준보다 줄어든다. 이런 경우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맞추어 수면을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 이 분도 수면을 안정시키면서 통증이 더 많이 줄었다.


직업병은 쉽게 고질이 된다. 직업 자체가 병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직업을 쉽게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체질식이 해결책이다. 체질식을 하면 같은 일을 해도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목양체질이 운전을 한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육식을 위주로 하는 편이 좋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소화하는 과정에서 졸음이 쏟아져오기 때문이다. 그의 약한 췌장과 대장이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과정은 육식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잠을 더 많이 자서 보충을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커피와 같은 카페인 음료가 그러한 상황에서 잠시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도 하루에 석 잔 이상 마시면 중독될 것이고 위 환자처럼 잠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잠을 못이루면 혈압도 오르고 다른 모든 부분의 회복 속도도 느려진다. 목양체질이 육식을 하면 그의 강하게 타고난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소화를 도울 수 있어 가장 적은 힘으로 소화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덜 졸리고 본인이 타고난 조건과 섭생을 일치시키는 최적의 해법이 된다.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이라면 위와 반대가 된다. 금양체질이 육식을 하면 그의 체질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간이 육식을 소화하는 담즙을 분비하느라고 고생하므로 급격히 피로해진다. 오히려 해산물로 약한 간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금음체질이라면 강하게 타고난 대장이 소화과정에서 더욱 더 많은 수고를 하게끔 쌀밥이나 잎채소를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다른 장기들의 부담을 덜 수 있으니 몸 전체적인 컨디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우리가 체질식을 해야 하는 까닭은 이처럼 체질에 따라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체질식을 실천하는 것과 실천하지 않는 것은 사고 발생의 가능성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목양체질 드라이버가 해산물이나 잎채소를 즐겨 먹거나 고봉으로 밥을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만성피로와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의 가능성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교통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평소의 안좋은 컨디션이 만들어내는 부주의가 극에 달할 때 사고가 난다. 체질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이러한 사고의 예방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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