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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경 이후에도 성장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성장치료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2차성징이 오기 전이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이 또래보다 더디면 한시라도 일찍 치료받는 게 유리하다. 성장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인 셈이다. 하지만 2차성징이 시작하였더라도 성장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자아이의 경우 월경이 시작된 후에도 3년 정도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람의 몸은 On-Off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다. 초경 이후에도 성장의 흐름이 바로 끊기는 것은 아니다.

 

11살짜리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온 적이 있다. 초경이 시작된지 5개월 째인데 도통 키가 안 큰다는 것. 아이는 외모상으로도 조숙해보여 2차성징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를 닮아 과묵한 편이고, 몸에 열이 많고 땀이 많다. 고기와 잡채를 잘 먹고 야채를 싫어하며 바닷게에 알러지가 있다. 또 부르펜을 쓰고 발진이 생긴 적이 있다. 목양체질로 진찰되어 성장을 돕는 체질약을 처방해주고 체질침을 병행하였다. 그리고 해산물과 잎채소를 피하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육식을 하라고 권고하였다. 처음 왔을 때 아이의 키는 155.1센티미터에 몸무게가 53.8킬로그램이었다. 한 달하고 열흘 쯤 지났을 때 다시 측정해보니 키는 157.1센티미터에 몸무게는 54.9킬로그램. 두 달도 안되어 2센티미터 가량 훌쩍 자란 것이다.

필자의 진료실에는 큰 화분이 두 개 있는데 지난 가을 즈음 둘 다 잎이 떨어지고 시들어갔다. 그늘진 곳에 있어서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었을까, 이 가운데 하나를 빛이 비치는 쪽으로 옮겨놓았더니 선명한 녹색잎을 틔우고 재생되었다.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신비해서 자기한테 맞는 자연스러운 조건에 놓여있으면 숨겨둔 활력을 뿜어내면서 건강하게 자라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키가 작다면 부모는 어떠한 조건에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작정 아무거나 골고루 먹이는 것,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 가운데 본인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먼저 아이의 체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

목양체질은 체질적으로 간을 강하게 폐는 약하게 타고난다. 만일 평소의 음식, 목욕습관, 약물 등의 섭생이 강한 간을 더 강하게 약한 폐를 더 약하게 하고 있다면 그 차이를 보상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목양체질이 새우나 게 등 갑각류나 멸치 등의 해산물을 섭취하면 알러지 증세가 나올 수 있는데 이것은 그 음식들이 그에게 맞지 않는 것이고, 해산물이 그가 강하게 타고난 간을 더 강화시켜 성장에 사용할 여분의 에너지가 몸을 방어하기 위한 면역반응에 소모되는 것이다. 그런 음식법은 성장을 고려한다면 비효율적이다. (소량섭취의 경우나 체질적으로 유익한 다른 음식을 함께 먹은 경우 알러지 증세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해롭게 작용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알러지 증세가 없다고 하여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목양체질 아이의 성장을 촉진하려면 강하게 타고난 간을 누르고 약한 폐를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체질에 맞게 섭생해야 한다는 것. 간이 만들어내는 쓸개즙은 육식을 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 아이가 간이 강한 체질이라는 것은 육식을 해야 가장 적은 힘으로 소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남는 힘은 성장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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