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구안와사(안면마비)

두꺼운 옷을 입은 체구가 큰 30대 여성분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다른 한의원에서 구안와사(안면마비) 치료를 받았는데 빨리 호전이 되지 않아서 왔다고 한다.

입이 돌아가 있다. '아'나 '오' 음을 발음시 오른쪽 입 부분이 크게 일그러져 있다. 뚜렷한 좌우불균형 상태. 눈을 감아보라고 하니 오른쪽만 안 감긴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설사를 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구토도 하였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무슨 음식을 드셨냐?"고 물어보니 계란,참치,시금치된장국,김을 먹었다고 한다. 오메가3를 복용한지 1달이 되었고 두통약(타이레놀)을 달고 산다.

체질을 확인해보니 목양체질이어서 오메가3를 복용금지시켰다.[각주:1] 타이레놀도 복용을 중지시켰다.[각주:2] 그리고 체질에 맞는 한약처방과 침치료를 병행하였다. 구안와사는 대부분 한약치료와 침치료를 병행한다. 우리한의원의 구안와사 치료기간은 보통 1달을 넘기지 않는다.[각주:3]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스마트폰으로 얼굴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었고(이런 식으로 경과체크방식을 전환하였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 환자의 사진을 모아두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 경과체크를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이런 방법이 낫다.) 완치되는데 20일 정도가 걸렸다. 이 환자는 좌우불균형이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도 '아'음을 크게 발음할 때 악관절 경련이 살짝 남았다. 이 분의 말에 따르면 오래 전에 큰 햄버거를 한입에 먹다가 턱이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턱을 제자리에 맞춘 다음에도 입을 크게 벌리면 그런 식으로 경련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즉 그 상태가 구안와사가 오기 전 상태라고 하여 구안와사 자체는 완치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 환자가 구안와사가 생긴 원인은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 오메가3와 진통소염제의 잦은 복용 등이다.

특히 진통제가 우리 몸의 치유반응을 어떤 식으로 억제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분들은 아보 도오루의 <의료가 병을 만든다>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시중에 건강서적이 범람하지만 그 중에 옥석이 있다. 아보 도오루의 책은 읽어볼만한 책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을 치료할 때 그 분들이 이미 복용하는 약물이 치유를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인과론의 강력한 신봉자다. 오늘의 결과는 어제의 처방이 원인이다. 그런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기존의 잘못된 치료방법은 그대로 받으면서 거기에 새로운 치료를 더해서 오래 묵은 병을 나아보려고 하면 낫기 힘들다. 잘못된 치료는 놓아버려야 낳을 길이 생긴다. 환자분들은 기존 치료의 어떤 부분들이 잘못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납득하고 싶을 수도 있다. 아보 도오루의 책은 그 과정을 도와줄 것이다.[각주:4]

  1. 생선기름으로 만들기 때문에 목양체질에게 해롭다. [본문으로]
  2. 진통하는 기전이 혈류를 억제하기 때문에 치유를 방해한다 [본문으로]
  3. 뇌출혈로 오는 안면마비는 제외 [본문으로]
  4. 물론 아보 도오루의 책이 만능은 아니다. 그는 면역학자이고 한의학적인 치료의 임상경험은 적기 때문에 환자의 체질에 대한 개념이 없고 실제 침치료 후의 환자 반응에 대해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신경계를 바탕으로 한 치유과정의 설명이나 현재 확산된 대증요법의 폐해를 알려주는 부분은 환자분들한테 꽤 유익한 정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본문으로]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면증  (0) 2015.05.07
  (0) 2015.04.16
수면제  (0) 2015.03.17
궤양성 대장염  (0) 2015.02.26
천식  (0) 201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