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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절

50대 중반의 여성이 가족분들과 내원했다. 교통사고 환자분이다. 내원 약 10일 전에 사고가 났는데 환자는 운전중이었고 왼쪽으로부터 달려오는 차와 거의 정면으로 충돌했다. 흉골이 골절되고, 우측 제4늑골이 골절되고, 좌측 제9늑골이 골절되고, 좌측 요골 원위부가 골절되었다. 목 어깨 통증도 호소한다.

진통제를 1주 복용했으나 낫지 않는 것 같아서 필자의 한의원에 내원을 한 것이다. 첫날 진통제를 중지시키고 침치료를 해드렸다. 2일 후 오셔서 마음은 편해졌으나 통증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환자분은 체질식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토양체질이었는데 체질에 이로운 음식인 보리를 자기는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치료가 곤란해지는 터라 환자분께 그럼 보리를 빼고 나머지 유익한 음식 위주로 챙겨드시라고 권고했다.

같은 체질의 침을 시술해드렸으나 다음날도 마찬가지. 다른 체질의 침처방을 시술하고 그 다른 체질의 타박상에 쓰는 약처방 중 하나를 하루치만 시험삼아 줘보았다. 다음날 통증이 뚜렷하게 증가하였다. 원래 가정했던 체질이 맞았던 것이다. 환자분도 원래 시술했던 침이 느낌이 좋았다고 하여 다시 그대로 3회를 시술해드리니 "진통제를 안먹어도 이제 버틸 수 있을만큼 좋아졌다."고 한다. 이 때 그동안 침효과가 더디 나타난 이유를 깨달았는데, 바로 아드님이 발마사지를 계속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마사지는 체질침의 정교한 계산을 무너뜨려 효과를 왜곡하거나 떨어뜨린다. 그래서 체질침을 맞을 때는 일반적으로 마사지를 금지한다.

치료 들어간지 8일만에 골절부위의 통증은 두 곳(좌측 늑골부, 좌측 요골 원위부)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이 환자는 기침을 가끔 했는데 병원에서는 폐렴을 의심하였다. 폐기관지계통을 치료하는 침을 시술해드리면서 1주 안에 기침이 줄어들지 않으면 엑스레이 찍어보라고 권고했다. 이 환자분은 흡연을 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담배를 끊으라고 권고했다.

2일 후 치료할 때 보니 기침을 하지 않는다. 아드님이 보리밥과 돼지고기로 요리를 해줘서 잘 드시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이 도와주면 빨리 낫는다.

두 번째 한약을 투여했다. 이 처방은 흉골이나 좌측 늑골부에 정체된 조직액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몸이 그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액을 쿠션처럼 사용한다. 충격을 받은 부분에 조직액이 몰리는데 이 몰림이 역설적으로 통증의 원인이 된다. 자기보호메커니즘은 공짜가 아니다. 언제나 몸 스스로에게 비용을 청구하며 이 경우 그 비용은 통증이 되는 것이다. 이미 충격이 더해질 가능성이 없어도 한 번 몰린 조직액은 빨리 흩어지지 않는다. 필자가 투여한 처방은 이 조직액을 분산시키고 원래의 자리로 흡수하여 통증을 감소시킨다. (참고로 이 처방은 서기 200~210년 사이에 만들어진 처방이다.)

환자는 통증이 감소하자 많이 걷는 등 다시 무리를 했고 통증이 재발했으나 3회 정도 더 치료하니 통증이 다시 급격히 줄어들었다. 처음 내원했을 때는 잠도 푹 자지 못했는데 5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느꼈던 두드러진 개선점은 허리를 왼쪽으로 돌릴 때 동작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왼쪽 갈비뼈에 정체된 조직액이 원래대로 수복되었음을 의미한다. 환자는 "허리를 왼쪽으로 돌린 채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료가 계속되었고 모든 통증이 거의 다사라졌으나 왼쪽 팔 골절깁스부분 통증은 변화가 없었다. 환자는 결국 스스로 깁스를 풀러버렸고 그러자 통증이 사라졌다. 사고 당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깁스를 너무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깁스 한 지 약 24일만에 풀은 것이고 깁스를 풀면서 왼쪽팔이 멍들고 피부가 거칠어졌던 것이 빠르게 사라졌다. 치료 시작한지 한 달 반만에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라고 했는데 뼈가 다 붙었다고 알려주셨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치유력을 믿는다. 그래서 그 치유력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거나 그 치유력이 더 정확한 방향을 향하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 경우에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는 골절부에 정체된 조직액이다. 처음에 사용되었던 진통제는 통증을 멈추는 과정에서 혈류를 억제하여 결과적으로는 치료를 방해한다. 환자분들이 분명한 인지하여야 할 사실은 통증이 멎는 것과 병이 낫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어떤 약이 통증을 멈춘다고 하여도 병을 더 악화시키는 예는 많다. 그것은 통증을 멈추는 그 메커니즘에 관련된 것이다. 통증은 일반적으로 부교감신경반사로 만들어진다. 부교감신경반사는 혈류순환이 부족한 곳에 혈류순환을 촉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한테 느껴지는 것이 통증이다. 환자가 만일 체질과 증상에 해로운 음식과 행동을 피하면 과도한 부교감신경반사의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증은 자연스레 멈추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음식과 행동을 취하게 되면 부교감신경반사의 필요성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통증은 계속된다. 그 상황에서 환자는 진통제 소염제 등을 사용하는데 그것이 하는 역할은 교감신경을 긴장시켜 부교감신경반사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통증은 일시적으로 멎지만 여전히 부교감신경반사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커지기 때문에(부교감신경반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교감신경흥분 쪽으로 더 끌어당겼기 때문에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유도하기 위해 조정되어야 할 격차가 더 커짐.) 통증은 더 악화된다. 그래서 필자는 진통제를 달고 사는 환자가 있으면 일단 끊으라고 한다. 그러면 약으로 눌러놓은 통증이 전부 올라오는데 치료는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환자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처음에 깁스압박을 강하게 한 부분까지 치료효과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직을 강하게 압박한 상태에서는 침효과가 제대로 안나오거나 왜곡된다. 그래서 환자들은 침치료를 받을 때 가급적 꽉 끼지 않는 편한 옷을 입는 편이 좋다. 치료를 정확하게 계속해도 효과가 안나온다면 환자의 몸에서 어딘가 인위적으로 압박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관절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도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본다.(일시적인 통증의 경감은 가능) 몸의 자연스런 조직이 아닌 다른 것을 집어넣은 상태이므로 그것이 계속 다른 조직들에 부자연스런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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