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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물로 인한 핍뇨와 어지럼증

노인 두 분이 오셨다. 할머니가 어지럼증이 심해서 치료받고 싶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 진료자료를 보여주신다. "3년 전부터 1달에 10일 정도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한다. 할머니는 B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 받고 약 먹다가 어지럼증이 심해졌다. 그래서 D병원 약을 더해서 먹다가 안 나아서 필자를 찾아왔다

의약품 검색 후, 환자가 호소하는 어지럼증, 안면홍조, 상열감, 식욕부진, 불면증, 신기능이상 등이 현재 복용하는 B병원 D병원 약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는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상열감이 심했는데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있어야 할 정도..

복용중인 대증요법약물이 치료를 방해하고 있었다. 치료를 몇 회 했지만 효과가 미약하다. 나중에 소변이 점점 줄어들고 아예 안나와 급성신부전을 의심케 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뇨하는 한약을 바로 투여하고 몇시간 뒤 연락해보니 "소변이 다시 나온다"고 한다. (이 때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면 바로 응급실로 보냈을 것이다) 

이대로는 답이 안나오겠다 싶어 환자한테 "현재 복용중인 약이 치료를 방해하고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으니 담당의랑 상의해서 약을 줄이든지 끊던지 바꾸든지 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그 보호자는 D병원 약은 끊고 B병원 약은 그대로 복용하게 했다. 그랬더니 소변상태는 좀 더 안정적이 되었다. 예전처럼 소변이 아예 안나와버리진 않는다. 하지만 B병원 약 부작용에도 어지럼증이 있어서 다시 보호자한테 "병원 담당의와 상의, 약을 바꿔달라 요청하라"고 권고했더니 "담당의가 내 말은 조금도 안듣고 '그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병의 원인에 그 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약을 평생 먹겠다고 하면 낫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솔직히 좀 답답했다. 이대로 가면 이 환자는 결국 신장이 망가져서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른다. 병원도 보호자도 환자상태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없어 보였다 

B병원 약은 케타스캡슐10mg, 플라빅스정 75mg, 졸피람정10mg이다. 케타스 복용시 이상반응에는 현훈, 두통, 열감, 불면증, 식욕부진, 기립성저혈압, 홍조가 있고, 플라빅스정 복용시 식욕부진, 불면,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기능이상, 급성신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들은 모두 이 환자분한테 나타난 그 증상이다. 졸피람정 역시 그 이상반응에 두통, 현기증이 있다. 이 약물들 모두가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의 원인인지, 아니면 이 약물들 중 일부가 원인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그걸 확인하려면 한 가지씩 약을 끊어보면서 증상을 관찰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약을 복용하면서 이 약의 부작용이 사라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불에 손을 대면서 화상을 입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다.  

B병원은 뇌동맥류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해 약을 계속 복용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 몸을 피동적인 객체, 스스로 조절할 능력이 없는 바보로 보기 때문에 대증요법에서는 혈압도 약으로 대신 조절해주고, 혈당도 약으로 대신 조절해주고, 우울한 기분도 약으로 대신 조절해주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몸은 반항을 한다. 혈압이 올라간 원인, 혈당이 올라간 원인, 우울해져버린 근본원인이 바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일어나는 되먹임이다. 한 가지 증상이 눌리면서 다른 여러가지 증상이 전신적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면 의료진은 그 하나하나에 대해 더 강하고 정교한 약물을 투여하겠지만 근본원인을 바로 잡지 않았기에 문제는 그 최초의 형태를 변형하여 그대로 남고 몸 상태는 점점 벼랑끝으로 몰린다. 

약을 쓴다면 자연치유능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그 능력을 촉진하는 요소를 강화시키기 위해 써야 한다. 대증요법은 자연치유능력 자체를 방해하기 때문에 장기간 계속될수록 몸에는 불리해진다. 대증요법에 의존하게 될 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약을 줄여나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환자의 체질을 신중히 고려하여 근본치료로 개입하고 상태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다. 근본치료없이 대증요법을 중단한다면 환자 몸상태는 대증요법으로 눌러놓은 증상이 모두 튀어나와서 카오스 상태가 될 것이고, 그러면 환자는 두려움 때문에 예전보다 더 대증요법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병의 치유는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평생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고 두려움을 심어주어 다른 근본치유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방식을 따라야 한다면 환자는 병원에 평생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노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환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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