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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질에 따른 육아

40대 중반의 여성이 1살짜리 아들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여 내원하였다. 앞에 가는 차를 뒤따라가다가 충돌한 후 뒷머리의 통증, 어지럼증, 구역, 손발떨림, 어깨와 골반의 통증과 함께 사고 후 왼쪽이 잘 붓는 경향이 있다. 1주 정도를 치료하자 왼쪽 어깨의 통증을 제외한 나머지 증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어깨통증은 조금 남아있는 상태로 질질 끌기에 자세히 물어보니, 밤에 아이가 울어서 자는 도중에 깨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치료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우리 몸은 자는 동안, 즉 몸이 휴식을 깊이 취하는 동안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고 치유한다. 잠을 못자면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몸의 균형이 무너져서 잠이 안오지만 잠이 안오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더 무너진다. 악순환인 것이다. 이런 경우 치료의 초점을 수면을 안정시키는데 맞출 필요가 있어서 체질침으로 수면을 안정시켜 주었더니 그 다음날은 "잠이 너무 쏟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잠을 안자고 보채서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깨어 있느라 힘들었다는 것.

 

아이도 교통사고를 당할 때 같은 차를 타고 있었고 충격을 받았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아이가 교통사고 이후 잠을 아예 한숨도 안자고 보챈다"는 것이다. 어른이라면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말이라도 할텐데 아직 옹알이만 하는 어린애인지라 표현할 수가 없다. 다만 잠을 아예 못이루는 상태가 그 아이가 사고로 입은 충격을 간접적으로 반영할 뿐이다. 이것은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는 아이를 엄마가 뒤에서 안은 상태에서 몇 번 침치료를 해주었는데 치료받은 당일부터 잠이 오게 되었다. 다만 자는 동안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방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는 등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았다. 아이의 수면을 더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아이의 체질에 맞게 먹이면 된다. 이유식을 만들 때 체질에 맞게 하는 것이다. 목양체질이라면 고기와 뿌리채소, 버섯류를 갈아서 죽을 끓여주면 훨씬 깊이 수면을 취하게 된다. 금양체질이라면 생선이나 전복같은 조개류를 갈아서 쌀죽을 끓여주면 더 안정된다. 자는 방의 온도도 중요하다 목양체질이라면 자면서 땀이 약간 나는 편이 좋다. 온도를 그 정도로 높여야 한다. 바닥난방을 하고 있다면 따듯한 온기가 피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재우는 편이 좋다. 금양체질이라면 반대로 선선하고 시원한 방에서 자는 편이 편안한 숙면을 돕는다. 목욕을 시킬 때도 주의해야 한다. 목양체질로 태어난 아이는 여름에도 온수로 목욕을 하여 속열이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고, 금양체질 아이는 겨울에도 시원한 물로 목욕을 시켜서 땀구멍을 막아주어야 건강을 지키고 숙면을 취하게 된다. 방의 벽지 색깔 역시 수면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질에 따라 특정 색깔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목양체질이라면 붉은 색 계열, 금양체질이라면 파란색 계열이 심리적인 안정을 돕는다.

 

아이는 원래 어느 어머니들의 호소처럼 '2시간마다 깨서 엄마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다. 2시간마다 깨서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면 엄마가 아직 아이의 체질에 맞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였다는 반증이다. 음식·목욕·주거 등을 그 아이의 타고난 몸의 조건에 맞추어 주면 아이는 편안해하고 덕분에 엄마도 편해진다. 일일히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에 수고롭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아이 체질에 맞는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아이가 편안해하고 따라서 아이와 갈등을 빚을 일이 줄어들면 육아의 번거로움은 줄어들 것이다. 육아가 전쟁이 되어버린다면, 아이가 생래적으로 거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부모가 부지불식간에 강요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아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이고, 아이 체질에 맞지 않게 목욕을 시키고, 아이 체질에 맞지 않게 잠자리를 만들어주면 아이는 울고 보채고 결국 엄마를 곤란케 할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달래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어쩔 줄 몰라서 아이와 함께 울기도 하겠지만 아이의 체질을 이해하기 전까지 소모전은 계속될 것이다. 육아는 '한 사람'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그 사람은 내 배에서 나왔더라도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未知의 존재'다. 체질은 그 미지의 존재를 아는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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