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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풍

오후 늦게 한 남성 분이 다리를 절룩이며 진찰실로 들어왔다. "발뒷꿈치가 아프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고, 그 때 다른 한의원에서 피를 빼고 호전된 적이 있다. 예전처럼 피를 빼달라"고 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족저근막염으로 생각하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자락요법을 시술한 다음 침치료를 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별 차도가 없다. 다시 진찰하면서 발뒷꿈치를 자세히 촉지해보니, 발뒷꿈치가 살짝 부어오르고 손으로 만졌을 때 열감도 느껴졌다. 통증은 예민하고 그 위치는 뒷꿈치의 좁은 부분으로 예리하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분은 평소 당뇨를 앓고 있었다. 진찰 후에 필자는 이 증상이 통풍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통풍은 배설이 제대로 안된 요산이 관절에 달라붙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통풍으로 보고 4회 정도를 치료하자 크게 호전되어 진찰실로 들어오는 걸음걸이가 절룩거리지 않고 자연스러워졌고, 본인 스스로 "통증이 10퍼센트만 남아있다"고 기뻐하였다.


이 분은 토양체질인데, 토양체질 당뇨환자 중에는 통풍을 앓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토양체질에서 췌장과 신장이 길항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토양체질의 당뇨는 토양체질인 사람이 본인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폭식할 때 강하게 타고난 췌장의 기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몸이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온 몸의 세포들로 하여금 당의 섭취를 중지시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사람이 쉬지 않고 먹어서 부담스러우니 몸 스스로 살려고 세포들로 하여금 단식을 시키는 것이다. 몸 자체의 자구책인 셈이다.) 이 때 강하게 타고난 췌장이 강해질수록 약하게 타고난 신장은 더욱 약해져서 그 기능이 떨어진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중의 요산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고, 그 요산이 관절에 들러붙어 마침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토양체질의 통풍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당뇨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통풍을 예방하는 길이다. 당뇨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체질침·체질약·체질식 등을 통하여 토양체질이 체질적으로 강하게 타고난 췌장을 억제하고 약하게 타고난 신장을 강화하여야 한다. 췌장의 폭주가 견제되어 적당한 균형을 찾아가면 세포들의 당 섭취를 중단해야 할 까닭이 없어진다. 따라서 세포는 다시 혈액 속의 당을 섭취하고 그 결과 혈당은 저절로 떨어진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하여 당뇨는 근본적으로 치료된다. 지금 세간에 유행하는 당뇨 치료는 세포가 당의 섭취를 거부하고 있을 때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라는 숟가락을 이용해 강제로 세포의 입을 벌려 당을 떠먹여 주는 격이니, 혈당은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병의 근원이었던 췌장의 과열은 점점 심해져서 종국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합병증을 예방하고자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얘기다. 그것은 마치 불을 끄겠다고 기름을 붓는 격이다. 단지 그 불이 너무 천천히 타오르기 때문에 뭇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췌장이 스스로 인슐린 분비를 멈추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 이유를 진지하게 묻지 않고 인위적으로 인슐린을 더하거나 세포의 당 수용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그 원인을 간과하기 때문에 몸을 결국 망치게 된다는 것.


또, 한국은 어디서부터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뇨환자에게 유난히 현미식을 권장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당뇨환자들 중 많은 수가 토양체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토양체질에게 해로운 현미를 권장하는 식습관은 오히려 당뇨를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토양체질의 당뇨는 오히려 보리를 위주로 섭취해야 하며 한국음식에 흔히 넣는 열성향신료, 즉 고추 파 양파 생강 등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 당뇨는 식탐으로 오는데 이 향신료들이 식욕을 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시대 전체 질환 가운데 90퍼센트는 체질을 모르는 잘못된 관습이 만들어내는 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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