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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극심한 타박상

작년 겨울 쯤, 마른 체구의 50대 여성이 오른쪽 팔을 부여잡고 진찰실로 걸어온 적이 있다. 음식점에서 일하시다가 음식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팔이 끼는 바람에 극심한 통증과 다섯손가락 모두 감각마비가 왔다는 것. 사고 직후 병원 두 곳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는데 골절은 아니었다. 하지만 손가락 감각이 전혀 돌아오지 않고 팔의 통증이 극심하여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였고, 병원에서 준 진통제를 먹고 극심한 변비와 혈뇨가 나타나 복용을 중단하고 필자의 클리닉을 찾아 왔다.


환부를 살펴보니 피부는 변색되었는데 크게 부어있지는 않고 다만 힘줄이 단단히 뭉쳐 있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사고 직후에는 눌린 부위가 선명하였고 심하게 부어올라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랄 정도였다고.


진찰 후에 금음체질침을 시술하였는데 다음날 통증이 더하다고 하여, 다시 진찰 후 토양체질침을 시술하였다. 1주일 치료 후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 감각이 빠르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 펴는 동작이 매우 불편하였는데 훨씬 더 수월해졌다. 이 분은 두 달 정도 연이어 치료하면서 거의 완전한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이 경우는, 타박상으로 손가락으로 흘러가는 신경이 눌려서 감각마비를 호소한 것이다. 이 분은 "평소 가끔 누워있으면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 어지럽다. 육류는 잘 먹지 않는데 닭고기만 조금씩 먹는다"고 하여 필자는 "토양체질이니까 닭고기는 먹지 말고 돼지고기를 먹어보라"고 권고하였다. 환자는 그대로 실천했고 통증과 감각마비 뿐 아니라 어지러움도 많이 호전되었다. 이 환자분이 많이 호전된 후 고백하기를, 필자한테 체질식을 권유받았을 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늘 먹던 음식이 그 정도로 치료에 영향을 줄지 몰랐던 것. 그래서 무슨 얘기인가 싶어 일부러, 먹지 말라고 한 닭고기를 더 많이 먹어보았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통증이 갑자기 더 심해져서 당황하였고, 다시 필자의 권고대로 체질식을 하였더니 통증이 완화되더라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대부분은 잘 모른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런 생각을 접해본 적이 없고, 여러 음식들을 함께 섭취하니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권도원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사람은 문명화되는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본능적인 분별지分別智가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8체질의학의 섭생법은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질병과 음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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