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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본태성 고혈압

몇년 전 한 여성이 부모님을 모시고 내원했다. 이 여성분은 다른 8체질한의원에서 진료받은 다음 건강해져서 부모님 체질도 알아보고 싶어서 모시고 온 것이다. 이 분의 부친은 건장한 체격인데 고혈압에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2번 받았다. 만성적인 알레르기성비염과 중이염이 있고, 오른쪽 손바닥 가운데가 가물 때 논바닥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져 있다. 현재 각 증상들에 대해 몇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체질을 진찰해보니 목양체질hepatonia로 나와서 말씀드렸다. "목양체질이면 건강에 이상이 없어도 정상혈압이 일반평균보다 높고 그게 정상이다. 일부러 혈압을 낮추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온다. 지금부터 치료에 들어갈텐데 불편한 증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건강해질 때 혈압이 현재보다 올라간다면 그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회에서 우선 비염을 목표로 체질침을 시술하였고, 체질식 방법을 알려드렸다. 다음날 비염증세는 사라졌다. 2회에서 "삶은 닭을 드시고 소화가 안된다"고 하여 위염을 목표로 체질침을 시술하고 체질에 맞는 한방소화제를 드렸다. 환자는 즉시 속이 편해졌다. 3회부터는 중이염을 목표로 치료를 들어갔다. 6회에서 귀의 가려움이 줄고 호전됐다. 당시 등산 후 대퇴부근육의 당김도 있었는데 이 부분도 함께 호전됐다. 7회에서 체질을 확진하고 아스피린을 제외한 모든 약물을 중단시켰다. 환자는 "체질식을 하고 등산할 때 피로감도 사라졌다"고 하여 예후가 좋을 것을 기대할 수 있었고, 12회에서 "비오는 날 축 쳐졌는데 그것도 없어졌다"고 하였다. 14회에서 수축기혈압이 167이었다. 혈압강하제를 중단한 후에 14회까지 오면서 환자는 특별히 두통이나 가슴답답함, 상열감, 항강증을 호소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손바닥 가운데 갈라진 피부가 아물고 있는 것이다. 이 증상은 생긴지 10년이나 됐고 혈압강하제 복용을 시작한 때는 5년 전이므로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혈압강하제 때문에 그 증상이 생긴 건 아니라고 하여도 혈압강하제가 이 증상의 치유를 방해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혈압강하제를 줄이면서 손바닥이 아물기 시작한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예전에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몸의 요구 수준보다 혈압을 낮게 유지하여 말초부분까지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을 것이다. 양적 질적으로 몸의 요구분에 못 미쳤을 것이다. 그것이 몸의 치유를 더디게 만든 것이다.


목양체질이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혈압을 낮추면 그 낮아진 혈압에 상응하여 혈관 탄력성도 떨어진다. 이 때 찜질방·스포츠·과로 등으로 심장흥분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그 약해진 혈관이 터지고 왼쪽으로 반신불수가 온다. 즉 혈압강하제의 복용이 길게 볼 때 오히려 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것. 목양체질은 혈압이 높더라도 건강에 다른 문제가 없다면 평균치에 집착하지 말고 그것을 본인의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혈압강하제의 폐해에 대하여 논하면 환자분들은 놀라기도 하고 약을 타먹는 병원과 다른 이야기를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혈압약 복용 후에 그 전까지 없던 부작용들이 나타난 걸 기억해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그 약을 준 분은 물론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으로 처방하였겠지만 그것은 사실 관습적인 무지에 의하여 늘 해오던대로 처방한 것일 뿐, 그 약이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우려할만한 것이다. 최근 서양의학을 전공한 분들 중에도 혈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치료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본 간토의료클리닉 원장 마쓰모토 미쓰마사는 그의 저서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에서 '고혈압은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에 만들어진 허구의 병'이라고 결론내린다. ‘고혈압증’이라고 하지만 혈압만 높을 뿐 다른 이상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과연 병적 상태라고 봐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마쓰모토는 ‘고혈압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현상으로 혈액을 더욱 원활하게 온몸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고혈압이 큰 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혈압강하제를 통하여 인위적으로 혈압을 낮출 때 뇌경색·치매·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이런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그의 주장은 타당해보인다.


마쓰모토에 의하면, 8년동안 고혈압의 기준치는 아무 근거도 없이 50이나 낮춰졌고, 이러한 단순한 조작으로 그 전까지 멀쩡한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었으며, 이것은 제약사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제약사는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WHO나 어용학자들의 스폰서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쓰모토는 혈압약 발사르탄의 논문 데이터 조작 사건을 예로 들며 어용학자들이 실제로 제약사로부터 기부금 등의 반대급부를 챙기고 있음을 지적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환자만 봉이 되었다는 것.


마쓰모토는 더 나아가,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노인이 복용하지 않는 노인에 비하여 치매 건망증 등의 문제가 생겨 자립도가 크게 떨어지고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이미 연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또 대표적인 혈압강하제인 칼슘길항제가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여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혈압강하제의 메커니즘 자체가 뇌경색을 유발하게 되어 있음을 쉽게 설명한다.


사람들이 혈압약을 복용하는 까닭은 고혈압이 뇌졸증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다. 따라서 “혈압약이 뇌졸증을 예방하기는 커녕 오히려 유발한다”고 하면 지금까지 믿어온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기에 더욱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팩트에 근거한다. 뇌졸증은 뇌경색 뇌출혈 지주막하출혈로 분류되고, 이 가운데 현대에 이르러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은 뇌경색이며, 뇌경색은 실제로 혈압약을 복용할 때 많이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도카이 대학 의학부 명예교수 오구시 요이치의 연구에 따르면 혈압약을 먹은 사람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경색 발생률이 무려 두 배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시에 사는 남녀 4만 명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전국의 데이터와 비교 연구한 결과 '혈압약이 오히려 뇌경색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혈압강하제가 뇌경색을 유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자명하다. 4대강에 보를 설치하고 어떻게 되었는가? 유속이 느려져 강이 오염되고 녹조가 끼고 큰빗이끼벌레같은 변종생명체들이 번식하였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사람 몸의 혈압을 인위적으로 내렸을 때 혈류가 느려져서 혈전이 더 쉽게 생기고 그 안에서 해로운 미생물들이 증식하여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두 가지 현상은 스케일만 다를 뿐이지 본질적으로 같다. 전자는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후자는 사람의 몸을 파괴하니 둘 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격 아닌가!


마쓰모토의 주장은 8체질의학과 접점이 존재한다. 8체질의학은 체질에 따라 건강한 혈압이 다르며, 따라서 어느 체질에서는 높다고 할 수 있는 혈압이 다른 체질에서는 정상혈압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문제로 삼는 '높은 혈압'이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위하여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목양체질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단 목양체질도 수축기혈압이 200이 넘어가면 건강하지 못한 상태의 반영일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체질에 따른 '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평균치보다 높은 그룹을 비정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더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혈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는 것. 혈압이 평균치보다 높은 직원은 혈압이 평균치로 떨어져야만 고용을 연장해주는 식으로 기업이 몸의 개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물론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일하다가 건강에 문제라도 생기면 기업의 책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렇게라도 하여 리스크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평균치보다 높은 혈압이 정상인 목양체질들이 그런 기업에 취직하려고 어쩔 수 없이 강압제를 복용한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복용하는 혈압약의 메커니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무기력 만성피로 전립선염, 장기적으로는 뇌경색과 반신불수일 것이다. 이것은 전체주의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이제 시야를 넓혀서 '몸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높은 혈압'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반영하는 체질조차도 혈압 자체를 강제로 억누르는 것보다 혈압을 올린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혈압은 원인이 아니라 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먼저 그렇게 혈압을 올린 생활습관에 주의를 기울이고 바로잡는 것이 건강을 위한 정도正道라는 것.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은 '본인의 체질에 따라 섭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명상집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깨달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사람들이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더라는 것이다. 혈압은 손가락이요, 생활습관은 달이 아닐까? 오늘날의 의료는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쓰모토의 주장은 혈압약을 안전하게 끊는 방법이 빠져 있다. 그의 말대로 혈압약은 해롭고 끊는 게 맞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혈압약을 안전하게 끊는 것’이다. 안전하게 끊으려면 체질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 체질식을 하지 않고 무작정 끊어버리면 그것은 근본치료가 아니라 방임이 되어버린다. 근본치료와 방임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된다. 체질식을 한다고 전제할 때 혈압약을 복용한지 1~2개월 정도라면 환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바로 끊어도 크게 무리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혈압약을 수십년 동안 복용하였다면 갑자기 혈압약을 끊을 때 무리가 올 수 있다. 그동안 인위적으로 낮춘 혈압에 맞추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데 이 때 혈압약을 바로 중단해버리면 다시 혈압이 올라갈 때 혈관벽이 견디지 못하고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체질식을 꾸준히 하여 좋은 몸 컨디션을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 약을 줄여갈 때 두통이나 두근거림 불면 등의 증세가 나오는지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이런 점을 놓치지 않을 때 새로운 의학의 조류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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