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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행 후유증

20대 남성이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왔다. 환자분 어머님이 언니분 소개로 오셨다고 일러주신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똑같다. 아들은 남자다운 외모에 눈빛은 약간 조심스러워 보인다. 5년전 불량배들 구타로 심하게 다쳤는데 그 후 뒷목이 무겁고 머리도 아프다는 것이다. 뒷목을 누가 손으로 꽉 잡아 누르는 듯하고 안경 쓰면 코에 박동감이 느껴져서 오래 쓰지 못한다고 한다. 시험준비하는데 몸상태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친 다음 상당히 긴 시간이 흘러서 침 한약을 병행했다. 이 환자는 목양체질인데 목양체질 얼굴타박상은 배나 다리타박상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일반적으로 목양체질 타박상이면 모세혈관 터져 생긴 어혈을 풀어주면 호전되지만 얼굴타박상은 얼굴 뒷목 악관절을 지탱하고 감싸는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 문제가 된다. 이 긴장이 심하면 틱처럼 안면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각주:1]가 그런 케이스다. 그래서 이 과도한 긴장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처음 불편함을 10이라 할 때 현재는 3만큼 줄었고 코에서 느껴지던 박동감은 거의 다 사라졌다. 공부할 때 컨디션도 스스로 자각할만큼 호전되었다고 한다. 

타박상은 아주 오랫동안 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어렸을 때 나무에서 떨어져 생긴 통증이 20년 지났는데 남아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런 타박상은 단순히 물리치료만 받아서는 낫지 않는다. 반드시 최초 충격으로 생긴 근육긴장이나 모세혈관의 막힘 같은 불균형을 침과 한약으로 바로잡아야만 해결되는 것이다. 타박상은 오랫동안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꼈어도 올바른 치료가 들어가면 급속도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하더라도 그 병리는 다른 질환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내부장기의 비가역적인 손상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 일본영화감독. 대표작은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이 있다. 1994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안면경련증상이 남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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