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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체질 육아법

지지난해 추석 즈음, 아들이 태어났다. 진통 2시간만에 아이는 2.5킬로그램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한의학에서는 '작게 낳아 크게 키우는 것'이 낫다고 본다. 태아가 너무 크면 자연분만이 힘들어지고 제왕절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자연분만시 아이가 산도를 통과하면서 어머니 몸에 서식하는 수많은 유익균의 세례를 받는데, 제왕절개를 하면 이것을 받지 못하여 비만이나 약한 아이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자연분만을 하려면 약간 작게 낳는 편이 낫다. 산모가 체질식을 하면 縮胎易産, 태아가 출산에 유리한 적절한 크기로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반면 체질식을 하지 않으면 조기에 유산되거나 태아가 자궁 안에서 거꾸로 되는 등 출산에 불리한 요소가 늘어난다.



출산시 옆에서 아이를 받아서 몸을 씻겨주었다. ‘세상에 모두 이렇게 오는구나!’ 경이로움을 느꼈다. 아이 이름을 도균度均으로 지었다. 도度는 '법도'의 도, 균均은 '균형'의 균이다. ‘살아가면서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찾아내어 균형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지어주었다. 여기서 도度는 체질섭생을 뜻하기도 한다. 아들이 체질에 맞는 것을 취하고 해로운 것을 피하는 것으로 삶의 균형 잡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건강은 잃지 않을 것이고, 건강을 잃지 않는다면 시련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을 테니.


필자는 아이를 8체질섭생법으로 키우고 있다. 8체질섭생법의 핵심은 자기 체질에 맞게 사는 것이다. 삶이 곧 치유가 되는 라이프스타일 의료다. 다른 여러 가지 번거로운 양육법들보다 실용적이고, 간단하며, 효과적이다. 도균이는 여태껏 별 아픈 곳 없이 잘 크고 있다.


체질섭생을 하려면 아이의 체질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갓난아기일 때는 맥 잡기도 어렵고 체질적인 특징을 포착하기 어렵다. 그래도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했다. 체질은 부모 가운데 한 사람한테 받아서 평생 변하지 않는데, 아내와 필자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체질은 토양土陽, 토음土陰, 금양金陽, 금음金陰이다.(부모의 체질을 알면 자녀의 체질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아이의 체질을 금양이나 금음체질로 가정하였다.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은 유제품이 해로워서 모유를 위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콩분유를 먹였다.(물론 대두도 금양과 금음에 해롭지만 우유보다는 낫겠거니 생각했다) 콩분유를 먹일 때 대변이 되게 나왔지만 크게 불편해 하지는 않았다.


같은 체질이나 가까운 체질끼리 침이 섞이면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아이한테 뽀뽀하는 것도 주의했다. 물론 아내의 체질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부모 둘 다 스킨십을 많이 하다가 알러지가 나오면 도대체 누구와 접촉한 결과 알러지가 나오는지 알 수 없고 아이 체질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부러 아내에게 아이와 스킨십을 하도록 하고 필자는 스킨십을 피했다. 말하자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줄인 것이다. 이 때 만일 알러지가 나온다면 아내의 접촉으로 나오는 것이고, 그것은 아이 체질이 필자보다는 아내의 체질과 가깝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표가 된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 실제로 아이 몸에 벌겋게 피부 알러지가 나왔고, 그 뒤로는 아내에게 아이와 침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자 피부 알러지가 더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태어난 지 3개월쯤 됐을 때 아들이 따뜻한 방에서 땀을 흠뻑 흘리면서 깊게 자고 깨어나서도 컨디션이 매우 좋음을 보고 금양이나 금음체질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였다. 금양이나 금음체질은 더운 방에서 땀을 흘리고 자면 잠을 설치거나, 깨어난 다음에도 피곤하고 기운이 빠진다.


이렇게 하여 아들의 체질은 ‘토양 아니면 토음’으로 좁혀졌다. 토양체질과 토음체질은 유제품 알러지가 없어서 비로소 콩분유를 끊고 우유분유를 먹였다.


다시 한달쯤 관찰해보다가 중요한 단서를 통해서 아들을 토양체질로 확진하였다. 아이를 안고 있다가 그 몸냄새가 예전에 아토피 치료해준 토양체질 어린이와 같음을 발견했다. 젖비린내가 섞여있긴 했지만 여러 번 확인한 결과 정확히 토양체질의 체취였다.[각주:1] 필자의 접촉으로 알러지가 나올 가능성이 없어졌으므로 그 때부터는 좀 더 아이를 많이 안아주었다.


이가 한 두개씩 나면서부터 토양체질 섭생표의 유익한 음식들 중에서 이유식을 만들어 주었더니 잘먹었다. 우유, 돼지고기, 쇠고기, 보리밥알, 딸기, 바나나, 수박, 감, 블루베리, 버섯, 당근 등을 먹였다. 아직은 우유를 가장 좋아한다. 우유병을 주면 혼자 손으로 잡고 먹는다.[각주:2] 잘 먹어서 성장도 매우 빠르다. 성장 앱으로 살펴보면 같은 또래 아이들 가운데 키가 큰 1%에 해당한다. 필자는 사실 키가 크고 작은 것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지 않은 것’과 폭발적인 성장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 안 아프기 때문에 잘 큰다는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이나 ‘증세’라고 부르는 것은 몸이 자기한테 맞지 않는 환경(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등)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자기한테 맞지 않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빼앗기고 만다. 성장에 쓸 에너지를 환경 적응에 소모하니 제대로 클 수가 없는 것이다.



아내는 ‘아이가 안 아프고 잘 크는 것’을 처음에는 매우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인의 자녀들을 보고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균이와 비슷한 시점에 태어난 친척 아이가 폐가 약해서 계속 병원을 드나들고, 친구의 3살짜리 자녀가 자폐증을 앓아서 지능이 1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을 보면서 아픈 곳 하나 없이 1년을 지나는 아이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아이가 아픈 것이 우연이 아니듯 건강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부모가 세팅해주었기 때문에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부모가 지혜로워야 아이가 덜 고생한다. 유아기의 질병은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다. 아이가 아프면 많은 부모들이 항생제, 해열제에 의존한다. 열성 경련이 두려워서 그러는데, 체질식을 하면 그런 약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열이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체질식을 하지 않고 약물에만 의존하면 열을 내는 원인은 점점 증폭되어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감기에 나는 열은 일반적으로 치유열이다. 차가워진 날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이 스스로를 덥히는 것인데, 이것은 어느 정도 체온이 충분히 올라가면 저절로 그친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차가운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머리와 얼굴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머리와 얼굴은 상대적으로 열이 더 많이 나고 그 결과 두통도 동반될 때가 많다. 환자 스스로는 오한을 느끼면서 손을 대보면 열이 나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상태는 바로 이런 까닭에서 생긴다. 그런데 만일 해열제로 이 열을 식혀버린다고 하자. 그러면 몸의 입장에서는 완료가 되지 못한 히팅(heating)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수행해야 하며 해열제로 억제된 만큼 더 열을 증가시켜야만 그것이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10 정도면 충분히 몸이 따뜻해져서 열이 멈췄겠지만 해열제로 억제당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20 정도로 끌어올려야 처음에 의도했던 최적의 몸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열이 증가되었기 때문에 부모들은 다시 놀라서 해열제를 먹이고, 그러면 아이의 몸은 다시 해열제로 억제된 만큼 체온을 더 많이 끌어올려야 하므로 열을 더욱 증가시킨다. 이런 식으로 되풀이하다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점이 열성경련이다.이처럼 아이가 열성경련까지 가는 것은 오히려 해열제의 빈번한 사용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체가 스스로 적응하는 과정, 몸이 균형을 되찾는 과정은 어느 정도의 불쾌감이나 불편함이 동반될 수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증세만 빨리 없애면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고 더 큰 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열성경련이 자주 오는 아이는 뇌에 충격이 가기 때문에 간질이나 자폐증도 잘 온다.


도균이는 건강한 아이답게 접하는 모든 것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몸 내부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는 밖으로 흐르게 된다. 외부의 사물이나 사람에 관심을 갖고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배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건강한 아이는 두려움에 움츠러들지 않는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날 것이다. 반면 내부의 균형이 심하게 무너져서 안정되지 않는 아이는 그것을 보상하는데 자기가 가진 에너지 대부분이 소모되고, 그리하여 그 아이는 자기 안에 갇히게 된다. 그 극단적인 형태가 자폐증이다. 자폐증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복적인 행위와 고정적인 관심패턴은 그 내부의 불안을 스스로 달래려는 강박적인 자기위로로 해석해야 한다.



체질에 맞게 섭생하는 것은 아이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체질에 맞게 음식을 주면 그 아이는 비교적 단순한 성격이 되고 지나친 집착이나 신경질이 적어진다. 도균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적은 편이다. 자기 장남감을 다른 사람한테 건네주기도 하고 먹을 게 있으면 나눠주기도 한다.(조그만 아이가 그렇게 하는 걸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체질에 맞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만족하여 별 욕심이 나지 않는 것이다. 짜증도 안내고 그저 배부르면 자고 배고프면 우유를 찾는다. 이런 단순함은 아내가 아이를 보는 과정에서 체력을 잃지 않는데 도움이 되었다.



  1. 몸냄새도 체질에 따라 다르다. 같은 체질끼리는 상대의 체취가 안좋게 느껴지고 반대쪽 체질끼리는 향기롭게 느껴진다. 필자는 이런 특징을 체질감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진시 어느 환자의 몸냄새가 좋게 느껴진다면 필자와 장기기능 강약이 반대쪽인 체질일 것으로 우선 추정해본다. 다만 화장품을 강하게 쓰거나, 약물을 많이 복용하거나, 알콜 섭취가 잦으면 자연스러운 체취가 왜곡되어서 반대쪽 체질일 경우에도 체취가 좋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문으로]
  2. 도균이는 처음에 모유를 먹다가 그 다음은 콩분유, 그 다음은 일반분유, 지금은 우유를 주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분유는 비타민 B군 제제가 미량 섞여서 토양체질한테 조금 해롭게 작용한다. 토양체질 아기들이 이 분유를 먹으면 급격히 살이 찐다. 식탐이 과도해지고 비만이 된다. 도균이는 우유로 바꾸면서 살이 조금 빠졌다. 우유를 줄 때도 데우지 않고 시원한 상태로 그냥 주었다. 토양체질은 위열胃熱이 강해서 시원한 상태로 주는 편이 낫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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