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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억이 나지 않는 교통사고

20대 초반의 남성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으러 온 적이 있다. 업무 중 운전하다가 정차된 차와 부딪힌 후 경추, 요추, 무릎, 손목에 통증을 호소하여 치료해주었다. 대동맥 및 승모판의 선천기형을 기왕력으로 가지고 있어서 체력은 약한 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본인이 운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본인 말로는 정신을 차려보니 앞차를 이미 박은 상태였는데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 뇌의 병변을 시사할만한 증세도 없었다.


필자의 한의원에 찾아오는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 가운데 정차된 차를 박고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혹시나 해서 복용중인 약이 있는지 물어보니 '잠이 안와서 자나팜과 졸피신 1주일치를 타서 두 달에 걸쳐서 나눠 복용중'이라고 답하였다. 


그제서야 이 환자가 교통사고 순간을 기억 못하는 까닭을 알게 되었다. 졸피신이 무엇인가? 졸피뎀이다. 졸피뎀 부작용 가운데 하나인 기억상실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졸피뎀 중독 환자 중에는 자기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쓰러져서 자다가 깨어나서 '내가 왜 여기 누워서 자고 있지?' 하면서 기억을 전혀 못하는 분도 있었다.[각주:1]


이 환자는 업무중 생긴 교통사고였기 때문에 진료비가 산재보험으로 처리되기를 원했다. 일단 환자가 원하는대로 신청서를 작성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주었으나 통과가 안될 것 같았다. 졸피뎀 부작용으로 사고가 난 것이 정황상 명백해보였다. 공단 담당자도 환자가 졸피뎀을 복용한 것과 그 교통사고의 관련성에 주목할 테니까 승인이 날 리가 없었다. 결국 이 케이스는 필자의 예상대로 산재 승인이 나지 않았다. 공단은 그 사고를 산업재해가 아니라 본인의 약물복용으로 인한 부주의로 보았을 것이다.


이런 약물은 즉효를 내는 것 때문에 자주 처방되지만 그와 관련된 사고도 허다하게 발생시킨다. 운전자라면 이런 종류의 약물을 주의해야 하며, 잠이 안 온다면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본인 체질에 맞는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이런 작용 때문에 졸피뎀은 현재 범죄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약물이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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