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두드러기

모자를 쓴 60대 남성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피부병 때문에 오셨다고 한다. 4년 전 오른쪽 허벅지에 습진이 생겼는데 연고제를 바른 후 사타구니와 음낭부위로 갈매기모양처럼 번지더라는 것. 그래서 집근처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점점 두드러기로 변했고, 일산 큰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다음 동네 피부과에서 약물치료를 수달간 받았으나 재발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다시 교하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약을 타 먹었으나 더 심해질 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이곳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두드러기는 땀을 내면 악화되는 듯 하여 더운물로 목욕을 못하고 냉수욕을 하루에 두 번 해야 가려움이 잠시 가라앉는다고 하였다. 또 직업상 운전을 많이 하는데 오래 앉아있다 보면 음낭 밑에 땀이 차면서 두드러기 발진과 가려움이 심해지며, 심지어는 고기 구워먹는 음식점에 앉아있어도 불판의 열기 때문에 가려워져서 지인들과 식사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하였다. 두드러기 난 곳이 은밀한 부위인지라 누구한테 털어놓기도 그렇고 혼자 속만 끓이고 있다는 것. 


이 분의 체질은 목양체질로 진찰되었고, 두 달간 치료하면서 두드러기 발적과 가려움과 고환의 아림 등이 대부분 사라졌다. 아마도 그 증상은 처음에는 단순한 알러지성 피부염이었을 텐데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냉수욕을 하면서 만성화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복용시에는 잠시 낫는 듯 하다가 복용을 중단하면 이전에 약물로 눌러놓은 면역반응이 다시 처음보다 더 심하게 튀어오르는데, 이것을 '스테로이드 리바운드steroid rebound effect'라고 하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환자는 약물에 의존·중독되면서 몸과 마음이 다 황폐해진다. 간혹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하다가 자살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하니 그 약물에 장기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환자분은 그 리바운드가 오는 시점에 하필 사우나를 하여 리바운드가 훨씬 격렬하게 오는 바람에(사우나를 하면 혈관이 확장되어 리바운드 효과가 증폭된다) 온수욕이나 사우나가 본인에게 해롭다고 여겨 그 다음부터는 냉수욕을 하였는데, 목양체질은 냉수욕을 하면 땀구멍이 막혀서 피부 속에 열이 갇혀 피부염이 더 심해지므로 이것은 불을 끄려고 하다가 불을 가둬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분이 만일 처음부터 체질에 맞는 음식만 섭취하였다면 습진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습진이 생긴 다음에라도 체질식을 하였다면 빨리 나았을 테니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다음에라도 체질식을 하였다면 스테로이드를 빨리 중단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오래 고통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체질을 안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아껴주고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체질을 모르면 헤메고 또 헤메게 된다. 체질을 알면 바로 치유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몸의 복원력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그 방법은 체질에 맞는 음식·목욕·운동 등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재조정하는 것이며 체질에 맞는 침과 약으로 몸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뱃속의 물소리  (0) 2017.01.02
테니스 엘보우  (0) 2016.12.21
정확한 체질감별  (0) 2016.12.12
회전근개 파열의 재활치료  (0) 2016.12.06
전립선염  (0) 201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