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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스크

추간판탈출증후군은 척추뼈 사이를 지탱하는 디스크의 수핵이 빠져 나와서 신경을 압박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수술요법이 주류였으나 그 부작용과 잦은 재발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비수술요법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8체질의학에서는 디스크를 수술없이 침으로 치료한다. 척추 관절에 나타나는 증상을 광범위하게 치료하는 침처방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척추방이라고 한다. 이 척추방의 이명異名은 디스크방이다. 디스크를 치료하기 때문이다. 이 처방을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2주 정도의 치료로 디스크 통증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체질에 맞게 생활습관을 조정하면 재발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얼마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노인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노인의 외발자전거는 그냥 외발이 아니라 바퀴 4개를 쌓아올려서 만든 외발자전거다. 그 노인은 요통이 너무 심했는데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노인의 다리근육은 왠만한 젊은이 못지 않게 강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취재진이 이 노인을 병원으로 데려가 척추 사진을 찍어보니 사진상으로는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는데도 놀랍게도 본인은 아무런 통증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엑스레이 촬영 결과 디스크 수핵이 빠져나오지 않았는데 환자가 디스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극심한 요통과 다리 쪽의 당김 등을 함께 호소하는데 사진상으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환자가 호소한 증상이 대개 기능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발자전거를 타는 노인은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보여도 실제로는 운동과 생활습관의 조정을 통하여 척추 주위의 근육이 발달하여 섬세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요, 사진상 이상이 없는데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균형이 무너져 있으므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몸의 균형을 유도하는 것이다. 수핵이 탈출된 부분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더라도 이 균형을 유도해내지 못하면 환자는 계속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척추의 문제는 단순히 척추의 문제가 아니라 장부의 불균형이 척추에 반영된 결과다. 체질에 따라 장부의 강약배열이 다른데 이런 편차가 커질수록 척추에도 이상이 생긴다. 우리 몸에서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는 길항관계에 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섭생을 할 경우 강장기는 더 강해지고 약장기는 더 약해진다. 장기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져서 그 영향이 척추를 둘러싼 근육에도 전달되어 어느 부분은 더 많이 긴장되고 어느 부분은 더 많이 이완되어 척추에 전만이나 후만 측만 등의 변형이 나타난다. 말하자면 몸의 각 근육이 만들어내는 긴장도가 달라지면서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척추가 비틀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흔하게 관찰된다. 복통을 앓는 아이가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배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내부 장기의 이상이 복직근의 긴장을 유발하고 환자는 그 긴장이 만들어내는 통증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저절로 허리를 굽히게 된다. 허리를 평소대로 편다면 복직근이 더 팽팽하게 긴장되면서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복통도 이러한데 만성질환은 더 심한 불균형을 유도하고 그 불균형을 보상하기 위한 더 크고 지속적인 비틀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환자가 겪는 몸의 변형은 몸에 나타난 불균형을 보상하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인데, 만일 그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고 그 변형만을 깎아내거나 잘라내거나 억지로 조정하려고 하면 당연히 그 불균형은 계속 남게 되고, 그 불균형을 유도한 환자의 생활습관은 여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증상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환자가 만일 다시 요통을 호소하여 병원에 가면 "재발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겠지만 사실은 나았던 적이 없는 것이며 그동안 단지 겉으로 드러난 통증을 잠시 멎게 해두었다가 그런 조치가 결국 무력화된 것 뿐이다.


디스크를 앓는 환자들의 생활습관을 관찰해보면 일반적으로 운전이나 컴퓨터 사용 등으로 장시간 오래 앉아있고 잦은 음주와 흡연,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 등으로 체중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대부분 높다. 즉, 척추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장부에도 이상이 있고, 디스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시적인 과로가 증상을 발병케 하는 트리거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이 병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발병전부터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몸의 조건이 마련되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디스크를 근본치료하려면 무턱대고 몸에 칼을 대기보다 생활습관을 체질에 맞게 철저히 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내부장기들 사이의 불균형이 작아지고, 그러면 척추가 비틀려서 그 불균형을 보상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디스크가 낫는 것이며, 이 때는 디스크 뿐 아니라 다른 증상들도 다 함께 좋아지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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