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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뇨의 근본치료

당뇨병은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다, 즉 혈액 속에 당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 증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소변에서 당이 지나치게 많이 검출되기 때문에 당뇨糖尿라고 한다.


현재 당뇨병은 혈당 수치상으로는 공복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째의 혈당이 200㎎/dL이상일 경우로 정의된다. 한의학의 여러 문헌에서는 예로부터 당뇨병을 “소갈消渴”이라고 하고, 소갈을 다시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로 세분하여 그 치료를 달리 하였다. 또한 동의수세보원에서는 당뇨 합병증인 궤양에 대해서 인식하고 주의를 당부하였다.


당뇨의 원인은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이다.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은 장부의 과불균형을 유도하고, 당뇨병은 그 과불균형에 대한 보상으로 나타난다. 


당뇨는 8체질의학적인 관점에서 토양체질에게 주로 나타난다. 고추·생강·파 같은 열성향신료나 인삼·홍삼·벌꿀 등은 토양체질의 최약장기인 신장을 약하게 하고 최강장기인 췌장을 강하게 하여 선천적인 적불균형에서 과불균형으로 유도한다. 그러면 몸은, 그 불균형 상태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자기보호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인슐린은 세포가 혈당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췌장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인슐린을 많이 분비한다면, 세포는 그것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당독糖毒에 취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세포는 점점 비만해지고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진다. 이것을 막기 위해 몸은 스스로, 췌장이 세포에 가하는 영향력을 줄이려고 한다.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게 하거나 인슐린을 분비하더라도 세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뇨병은, 여러 장기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췌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생체환경에서 몸이 자기를 보호하려는 자구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결과 혈액 중에는 당이 늘어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가 되고 몸에 무리를 주게 된다. 즉, 당뇨병은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을 유지할 때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르게 되는 값비싼 비용이다.


기존 당뇨 치료는 췌장에서 나오지 않는 인슐린을 보충하거나 세포의 인슐린 수용성을 늘리는데, 이 과정은 결국 몸이 스스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거나 세포의 인슐린 수용성을 떨어뜨린 자기보호메커니즘의 의도를 무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서서히 증상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런 방법은 췌장의 과열상태를 계속 방치할 뿐 아니라 조장하기 때문에 췌장과 길항관계에 놓여있는 신장은 점점 더 약해지게 된다. 실제로 당뇨 환자 중 상당수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즉 신장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서서히 진행된다. 당뇨병은 본래 다뇨多尿,다갈多渴,다음多飮이라는 대표적인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존의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면 그 증상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따라서 환자는 완전히 방심하게 되며 서서히 증상은 눈에 보이지 않게 악화된다. 이런 식으로 말기 신부전이나 족부궤양까지 갔을 때는 돌이키기 어렵다. (이 블로그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증상이 사라진다고 반드시 병이 나은 것이 아니라는 것, 중요한 것은 ‘그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인위적인 수단이 계속 필요한가, 아니면 그런 수단 없이 생활습관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이 차이가 근본치료와 대증요법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대증요법을 쓰고 있다면 병은 보이지 않게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신장이 다 망가져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살펴본다면 환자는 스스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일한 자세로 대증요법에 의존할 때 결국 도달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


따라서 근본치료의 관점이 요구된다. 당뇨를 근본치료하는 방법은 몸의 자기방어 의도에 맞서지 말고 그 의도를 이해하고 그러한 방어가 나올 필요가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취하고 당의 섭취를 최소로 줄이면, 인슐린이 계속 분비되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췌장의 영향력은 자연스레 약해지고 그 결과 췌장과 길항관계에 놓여있는 신장이 회복된다. 간단히 말해, 방어할 필요가 없으므로 몸이 스스로 방어기제를 해체하고 장부의 균형이 회복되는 것이다.


당뇨를 치료할 때는 기존 체질식에서 보리를 제외한 당질을 크게 줄이게 된다. 이것은 당질제한식으로 유명한 에베 코지의 방법을 체질식과 결합한 것이다. 이 방법을 실천하면 당수치는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중단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중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단해야 한다. 만일 그런 방법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 식이요법을 실천하면 저혈당 쇼크가 온다. 따라서 대증요법을 모두 중단해야만 안전하게 치료가 진행된다. 당뇨의 근본치료에서 가장 좋은 시점은 아직 혈당강하제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한 지 2년 미만이며 다른 합병증과 신부전이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태는 가장 방심하기 쉬운 상태다. 특별히 불편한 증세가 나오지 않으므로 환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대증요법의 효과가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환자는 근본치료를 모색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좋은 치료의 시점을 놓치게 된다. 단기적인 효과에만 정신이 팔릴 게 아니라 좀 더 미래를 봐야 한다. 그와 같은 방법에 의존한 환자들이 결국 어떤 미래를 맞이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봐야 하는 것이다.)


당뇨의 근본치료 목표는 모든 약을 중단한 상태에서 오직 음식으로 정상 혈당수치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근본치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치료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체질식의 꾸준한 실천이다. 음식으로 생긴 병이므로 음식법을 최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음식법을 철저하게 지키면 식욕항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에 음식법을 지키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 이른바 "몸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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