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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흉골 골절

40대 여성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운전하다가 깜박 졸아서 맞은 편에 오는 차와 정면충돌했다. 에어백이 작동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흉골이 골절되었고 기침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사고 직후 차안에서 어지러움을 느꼈는데 현재 계속 어지럽다. 가슴과 왼팔이 만나는 곳도 아프고 왼쪽 손 주먹 쥘 때 힘이 안들어간다[각주:1]"고 한다. 오른쪽 무릎, 왼쪽 정강이에도 멍이 들어있다. 

다른 병원에서 3일 입원치료 후 진통제만 받아서 퇴원한 상태...  

질병을 몸이 외부총격을 받아 혼란상태에 빠져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질병은 몸이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하는 철저하게 합리적인 되먹임의 결과물이다. 

이 환자분의 경우, 외부충격으로 흉골이 골절되면서 주위 모세혈관들이 미세하게 파열되었다. 몸에서는 2차손상을 막으려고 그 파열된 모세혈관의 혈액을 응고시키는데 이 때 만들어지는 것이 어혈瘀血이다. 또 손상부위로 체액이 몰려 일종의 쿠션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담음痰飮이다. 어혈 담음은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외부충격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빨리 원상복구되진 않는다. 그래서 혈액의 미세한 막힘과 체액의 몰림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게 된다.    

흉부타박상의 경우, 손상조직으로 체액의 몰림이 심하면 전정기관 주변 림프관 내 압력을 높여서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각주:2]  

이 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혈액의 막힘이나 체액의 몰림은 그대로 둔 채 혈류를 억제한다. 사실 통증은 몸이 혈류가 막힌 상태를 극복하려는 소통압력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통증 밑에 깔려 있는 몸의 의도는 합리적인 것이며 소염진통제는 혈류를 소통시키려는 몸의 의도에 반하여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통증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키운다. 그래서 통증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고 질질 끌거나 치유를 방해하기 때문에 근본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분은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받았고 침과 한약을 병행했다. 침과 한약은 흉부타박상으로 생긴 어혈을 풀어서 혈액의 막힘을 해소하고, 조직에 몰려있는 담음(과잉체액)을 혈관 안으로 끌어당겨 손상부위 압력을 해소하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는 근본적인 불균형을 조율한다. 진통소염제나 한약이나 통증을 줄여주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메커니즘은 이처럼 완전히 다른 것이며 이것이 대증요법과 근본치료의 차이점이다.

이 환자분은 진통제 끊고도 통증이 처음통증을 10 이라 할 때 2 까지 떨어졌고 어지럼증도 거의 사라졌다. 골절부분이 붙으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몸과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되었다.

  1. 이것은 사고 당시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다리쪽 타박상에서는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흉부에 비해서 드물다. 흉부타박상에서 어지럼증이 자주 동반되는 것은 흉부와 전정기관이 가깝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우리몸의 체액순환에 대해서 삼초三焦라는 가설이 있다. 이것은 체액순환을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 셋으로 나눠본 것인데, 흉부와 전정기관은 함께 상초에 속한다. 삼초三焦이론은 림프순환을 포함한 조직액의 흐름을 실제임상경험에서 추출해낸 이론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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