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목소리는 쉬어 있지만 친근감이 있다. 생각해보니 보건소에서 함께 일한 분을 닮았다. "2년전부터 방광염 앓고 있다. 소변 자주 보고, 소변 볼 때 따끔거린다. 붓지는 않고 술 마시면 증상이 심해진다"고 한다.
목양체질로 가정하고 침치료 7회하였으나 마찬가지, 7회치료에서 뜸치료 병행했으나 차도가 없다. 환자분은 알려준대로 체질식을 성실하게 실천했기 때문에 최초의 진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환자분이 10일 지나서 다시 오셨는데 매운 음식 먹고 배가 아프다고 한다. 다시 진찰 후 토양체질로 판단, 침치료 후 방광염 치료하는 한약을 투여했다. 2일 후 "복통이 멎었고 소변 볼 때 따끔거리는 느낌도 줄었다. 소변색도 맑아졌다"고 한다. 다시 1주 후 "소변보는 회수가 줄었고 예전보다 소변참는 게 쉬워졌다"고 한다.
이 분은 체질에 맞지 않는 섭생, 특히 술 때문에 방광이 약해져서 소변을 한번에 내보내지 못하고 조금씩 자주 내보내게 된 것. 처음에는 방광이 약해져서 소변이 방광 요도에 오래 정체하지만 나중에는 소변이 오래 정체하고 있다는 그 상태 자체가 방광 요도벽을 자극하고 상처내는 등 방광을 더 약하게 만든다. 그러면 피가 오줌에 섞여 나오기도 하는데 많이 나오면 눈으로 볼 수 있고, 적게 나오면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미량 검출된다. 이 때 복부를 진찰해보면 배꼽아래에서 뻐근한 압통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투여한 처방은 신장 방광의 기능을 높여서 몸에 쌓여있는 수분 나트륨 노폐물을 배설한다. 따라서 배뇨회수가 줄어들고 신장 방광이 받는 부담이 줄어든다. 그리고 상처난 방광 요도벽을 지혈하고 그 부분에 보호막을 형성해서 소변으로 생기는 마찰을 감소시켜 배뇨통을 줄여준다. 1
- 이 처방은 서기 200~210년 사이에 만들어진 처방이다. 옛사람들의 놀라운 지혜가 처방의 구조 안에 숨어있다. 단, 이런 처방은 환자의 체질 증상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투여하기 전에 올바른 진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