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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면증

비가 참 많이 온다
기후변화로 장마가 일찍 온 것 같다
이런 날에는 옛일들이 생각난다
 
1년 전, 50대 중년 남성이 진료실로 찾아왔다
몸은 쇠약해보였지만 눈빛은 아주 강렬했다
이 분 말씀하길, 불안하고 잠이 안온다고 한다
언제부터 그러셨냐고 물어보니
친구분들과 술먹고 난 다음부터 갑자기 가슴이 너무 심하게 뛰고 불안하다는 것.
정신과에서 항불안제 발리움을 받아 먹었지만 머리가 멍해지고
그 불안감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잠도 못이룬다는 것이다

체질감별 결과 목양체질이었고
체질침반응이 효과적으로 나타나서 바로 잠을 조금씩 이루게 되었다
환자분이 한약치료도 원하셔서 심열心熱을 식혀주는 처방을 투여했다
심열心熱이란 모던하게 풀이하면, '심장의 흥분'이다
이 환자는 술과 관련한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심장이 지나치게 흥분한 것이
불안 불면증의 원인이어서, 심장흥분도를 낮추어준 것이다

거의 매일 수면시간을 체크했는데 수면시간이 점점 눈에 띄게 늘었다
5~6시간까지 늘었고 수면시 특별한 불편함도 없었다
꿈을 많이 꾼다든지, 중간에 깬다든지 하는 일이 없었다 
거의 정상수면상태를 회복한 것이다

치료결과에 만족은 했지만, 가슴쪽 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 분은 체질식도 꾸준히 실천하였기 때문에 예상대로라면 이미 사라져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고백하시길, 항불안제 발리움을 아주 가끔 드셨다는 것이다
최근에 그걸 끊어버렸는데 몸 컨디션이 뚜렷하게 더 좋아졌다고 하셨다
그제서야 치료를 방해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발리움을 처방한 그 의사분도 분명히 환자분 고통을 덜어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약이 근본적인 불균형을 바로잡느냐, 
겉에 드러난  증상만 눌러주느냐 일 것이다
전자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후자라면 완전한 치료를 방해한다
그 때는 약을 환자 컨디션을 봐가며 조금씩 줄여야 한다
이 분은 현재 치료의 답보상태를 넘어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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