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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킨슨병

80대 할머니 한 분이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이 분은 2012년에도 오신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기립성 어지럼증, 눈밑떨림, 귀울림(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사물이 둘로 보이는 증세를 호소했다. 한 번 치료 받고 안 오시길래 잊고 지냈는데 8년만에 다시 찾아오신 것.

병은 그 동안 더욱 깊어져 파킨슨병을 앓고 계셨다. 손이 덜덜 떨리고, 동작은 느려졌으며, 무표정한 얼굴 등 파킨슨병 특유의 증세가 보였다. 이 분에 따르면 2019년 가을 뇌에 생긴 혹 5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나서 여러 약물을 복용중(항파킨슨제 포함)인데 반찬 먹을 때 구역과 구토를 심하게 한다는 것. 허리도 끊어지게 아파서 진통제 복용 후 통증은 조금 줄었으나 많이 어지럽다고 한다. 걸을 때 둥둥 뜨는 느낌이라는 것. 변비도 심하여 약을 먹는데 효과가 없다고 한다.

복용중인 약물은 텔미스정40mg, 훼로바유서방정, 트라젠타듀오정2.5/5, 실로스탄씨알정, 보나링에이정, 미라펙스정0.5mg, 마그밀정, 콘베린연질캡슐, 모티리톤정, 로베돌정10mg 이다.

이 환자의 어지럼증과 구토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됐다.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인 텔미스정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고, 메트포르민인 트라젠타듀오정도 유산산증으로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원래 구토를 억제하려고 먹는 보나링에이도 역설적으로 구토와 어지럼증, 손가락떨림을 유발할 수 있다. 파킨슨병 때문에 먹는 미라펙스도 흔하게 구역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며, 변비 때문에 먹는 마그밀도 고마그네슘혈증을 유발하여 구역 구토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모티리톤의 부작용에도 어지럼증이 있다. 복용한 약물 상당수가 구역과 어지럼증에 일조하고 있어서 필자는 이 약물들을 모두 끊게 했다. 그리고 약물 리바운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질약을 투여한 다음 체질침을 시술해드렸다.

9일째 되니 토할 것 같은 느낌은 많이 줄었고 주말에 대변도 시원하게 보았다.

그 다음날 '원래 고추가루를 즐겨 먹는다'고 하셨는데, 이 분의 체질이 토양체질이라서 "고추가루를 끊어야 병이 낫는다"고 누차 강조하였다.

그 다음날 환자는 '자다가 오한을 느꼈으나 구역감은 확실히 줄었다'고 하였다.

이틀 후 구역감은 완전히 사라졌고 변비도 해소되었다.

사흘 후 어지럼증도 사라졌다.

8일이 지난 후 돼지고기를 잘 드시고 있는지 여쭤보니 '조금씩 먹고 있다'고 한다. 이가 안 좋으셔서 우유에 밥을 말아 드시라고 했다.

이틀 뒤에 요통(신경통)과 손떨림만 남았다. 환자가 진찰실로 걸어들어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데스크에 있는 직원분이 그 차이를 뚜렷하게 알아차릴 정도였다.

이틀 뒤 '고추가루를 조금씩 먹는다'고 하여 다시 주의를 당부드렸다.

계속 치료받다가 한 달 쯤 뒤에 '족발을 직접 요리해먹으려고 사왔는데 딸이 냄새 난다고 다 버렸다'고 하셨다. 이 분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데 따님과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가족이 체질식을 방해하면 치료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기감을 느꼈다.

1주일 뒤 환자가 '어제 파킨슨병약을 다시 먹어봤는데 토할 것 같아서 더 먹지 않았다'고 하였다.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약물로 그 지경이 되었는데 다시 드시면 어떡하나.

나흘 뒤에 공복혈당이 121이었다. 혈관 내피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수준이 220 정도니까 위험한 고비는 어느 정도 지나갔다. 손을 배 위에 올려둘 때 심하게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덜 떨린다.

닷새 뒤에 소개해주신 분이 와서 "처음에는 택시 타고 내릴 때 내가 도와드려야 했는데 이제 혼자 택시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동작이 부드러워졌다"고 기뻐하셨다.

이 환자는 치료 중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음 그래프는 치료기간 동안 혈압을 측정한 값이다. 60세 이상은 혈압 정상 범위가 150/90 아래인데 이 분은 혈압강하제를 끊은 다음에도 계속 그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이것은 혈압을 올린 근본원인이 되는 음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약물을 디톡스하고 체질식을 하면 혈압은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된다.


지금의 의료는 파킨슨병을 도파민이 줄어서 생긴다고 보기 때문에 도파민의 양을 늘려주려고 도파민 전구체인 레보도파를 투여하거나 적은 도파민으로 더 많은 효과를 끌어내려고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를 높여주는 프라미펙솔을 투여한다.

이런 시도는 언뜻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몸의 되먹임에 의하여 결국 무력화된다. 도파민이 줄어들거나 그것의 수용체가 둔감해진 것은 몸의 요구와 필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체질에 안맞는 음식 섭취, 체질에 안맞는 목욕습관, 체질에 안맞는 활동 같은 해로운 환경에 몸이 적응한 결과가 도파민 감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줄어든 도파민의 양은 현재의 조건 아래에 놓여있는 몸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양이며 둔화된 수용체의 민감도 역시 현재의 조건에 처한 몸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당한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도파민을 늘려주거나 그 수용체를 민감하게 해주더라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도파민 총량은 결국 레보도파 투여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도파민을 더해준 만큼 도파민 분비량을 줄이게 된다. 또한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 역시 프라미펙솔 투여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프라미펙솔로 민감해진 만큼을 더 둔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처음보다 증세는 악화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파킨슨병 환자가 항파킨슨제에 의지할수록 점점 더 몸을 못쓰게 되는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치료 받는 사람은 천천히 의료적 살해를 당하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님이었다는 이솝우화는 모든 치료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햇님은 나그네의 되먹임을 이해하고 있지만 바람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바람은 그런 되먹임을 전부 무시하거나 그런 되먹임을 모두 압도할만한 강제력을 동원하려고 할 뿐이다. 그런데 그 강제력은 나그네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힘에 맞선다. 그래서 매우 소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무너진다. 바람이 셀수록 나그네가 옷깃을 더 여미는 것처럼 레보도파를 투여할수록 환자의 도파민은 말라간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바람의 전략처럼 대증요법의 사고 밑바닥에는 '몸의 되먹임'이란 변수를 치료를 위한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반면 햇님은 나그네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힘을 활용했고 나그네와 맞서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외투를 벗기는데 성공한다. 근본치료는 이처럼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힘을 최대한 활용한다. 레보도파나 프라미펙솔을 디톡스하고 체질에 맞게 섭생하면 도파민은 스스로 더 많이 분비되고 신경계는 회복될 수 있다.

다만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고 그것의 수용체의 민감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환자는 리바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데 바로 신경통이다. 이 신경통은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늘어나고 그동안 둔해졌던 신경의 감각이 깨어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현상이다. 완치되려면 이 리바운드를 통과해야 한다. 이 신경통을 빨리 없애고 싶어서 또 다른 진통제를 복용하면 회복되어가고 있던 신경계가 다시 망가진다. 지금의 의료현장에서는 도파민 증가로 오는 만성신경통에 대하여 도파민과 반대 역할을 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약물, 예를 들어 SNRIs를 복용시키기도 하는데 이 또한 신경계를 망가뜨린다. SNRIs의 효과 역시 일시적일 뿐 몸은 그에 상응하여 결국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총량을 더 줄이고 그것의 수용체를 둔화시킨다. 그리하여 그러한 약물을 복용하기 전보다 증세가 악화된다. 그런 신경전달물질 교란은 자살충동 증가라는 극단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양의계 뿐 아니라 한의계의 파킨슨병 연구에도 문제가 있다. 전동차 광고판에서 우연히 발견한 모 대학 한방병원의 파킨슨병 임상시험은 고방파古方派(상한론과 금궤요략에 나온 처방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임상학파)의 어떤 처방 투여 후 파킨슨병 개선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 처방은 오래 전 필자도 가끔 사용하던 것으로 사실 그 처방이 유효할 환자군은 일부 체질이었다.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올 처방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임상시험은 체질 불문하고 투여되는 방식이었다. 이런 접근 방법은 결국 한계에 직면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임상시험이 레보도파를 계속 투여하는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레보도파를 투여하면 장기적으로 도파민 분비량이 더 줄어서 악화된다. 그런 조건에서는 어떤 명방名方을 쓰더라도 나을 가능성이 없다. 불을 끌 때 옆에서 기름을 부으면 꺼지겠는가? 이런 종류의 임상시험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물론 그런 임상시험은 한의계 내에서 조심스럽게 EBM적인 근거를 쌓아나가려는 취지로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사실상 잘못된 기존 의료 행태에 아첨하면서 슬쩍 업혀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반해 레보도파와 프라미펙솔을 디톡스하여 신경전달물질 자체를 교란하지 않고, 체질침과 체질약을 병용하면 동작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환자의 자립 능력이 개선된다. 그리고 항파킨슨제 리바운드로 오는 신경통도 서서히 사라진다.

난치병 치료는 공식이 존재한다.

  1. 대증요법을 배제해야 한다. 대증요법은 단기적으로 유효할 뿐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병리를 더욱 복잡하게 빚어간다. 바로 이것이 난치병의 본질이다. 대증요법을 떼어내면 병리는 원래의 단순한 형태를 회복한다. 
  2. 그 과정에서 리바운드가 나온다. 리바운드는 대증요법으로 눌러두었던 증상이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리바운드를 통과해야 완치가 된다. 리바운드를 전통 한의학에서는 명현瞑眩이라고 불렀다. (전통 한의학에서 명현이라고 불렀던 현상에는 실제 리바운드 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지 않는 치료의 부작용도 섞여 있다. 치료자는 이 부분을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리바운드 증상은 대증요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라면 피부염, 감염증, 통증, 상열감 등이 따라오고 항히스타민제라면 발진이나 가려움으로 오고 위에서 보았듯이 프라미펙솔이라면 신경통으로 올 것이다. 모든 리바운드를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약물이 몸에서 하는 작용을 살펴본다면 그 약물을 디톡스할 때 어떤 리바운드가 나올지 거꾸로 추론할 수 있다. 리바운드 자체를 억제해서는 안되고 리바운드를 초래하는 원인, 즉 체질에 맞지 않는 환경과 그에 따른 내부장기의 체질적인 과불균형을 조율해서 리바운드가 스스로 멈추게 해야 한다. 리바운드 자체는 우리몸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리바운드 자체를 억제하면 원기原氣를 상하고 병세가 깊어진다.
  3. 그것을 위해서 체질침, 체질약, 체질식을 병행해야 한다. 이 요법들은 환자의 체질적 불균형을 최소화하여 치유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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