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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입견

요즘은 '체질'이라는 개념이 많이 확산되어 환자분들 스스로 체질을 확인하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체질을 알면 건강해지기 위해 어떻게 생활습관을 조정할 지 알 수 있어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어떤 분들은 미리 자기가 '무슨 체질'일 거라고 마음에 담고 오는데, 이런 경우 진찰이나 치료가 어려워질 때가 가끔 있다. 환자가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 생각과 다른 체질로 진찰되면 무조건 부정하고, 그 체질에 맞는 섭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일반적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체질을 확진한다. 그래서 체질에 대한 오진은 매우 드물다.

환자가 스스로 어떤 체질일 것이라고 미리 선입견을 갖고 지나치게 확신하면, 수고스럽지만 그 체질에 해당되는 치료를 할 때 부작용이 나온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그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줘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증명을 하여도 환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포기해야 한다. 

가끔은 환자가 선호하는 체질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체질감별에 불만을 품은 환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로 믿고 있었으나 다른 체질로 감별될 때였던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8체질의학을 시작한 동호 권도원 선생이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에 대해 매우 근사하게 소개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의 관찰에 의하면, 금양체질 중에는 천재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 보다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원을 이루는 일이 많으며, 적합한 직업으로는 물리학자, 의사, 작곡가 등이다. 금음체질은 세상을 꿰뚫어보는 직관력, 야심, 뛰어난 통치력을 가진 위대한 정치가들이 나올 수 있고, 창의력이 뒤어나 피카소 같은 화가가 나오기도 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 심장 덕분에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은 동호가 100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과정 중에 다듬어진 인간에 대한 매우 예리한 관찰력이 작용하였고, 분명히 일리가 있다. 임상에서 환자분들을 계속 접촉하다보면 동호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표현으로 그 체질을 묘사하였는지에 대한 감이 온다. 하지만 금양체질, 금음체질이라고 하여 모두가 좋은 직업에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체질이라고 하여 그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기 체질에 맞는 섭생을 실천하면 어느 체질이든 자기 능력이 발휘할 수 있는 극한까지 다 발휘하게 된다. 다만 잘할 수 있는 영역과 분야만 다른 것이다. 동호의 묘사는 한편으로 환자들로 하여금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에 대한 환상을 부풀린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체질보다 이 체질로 감별되기를 선호할 때도 있고, 다른 곳에서 그렇게 잘못 감별되었다가 다시 정확한 체질로 감별되었을 때 실망하는 사람도 드물게는 있었다.                  

한번은 한 가족이 와서 자녀들을 치료해달라고 하였다. 그 중 딸은 가성아토피가 있었는데 토양체질로 진단하고 1달간 치료하여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집이 멀어서 계속 내원하기가 곤란하여 집 근처에 있는 8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으로 전원하였는데, 그곳에서 금양체질로 다시 진단하였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치료가 잘 된 터라 이런 이야기를 전해듣고 조금 답답해졌다. 

정말 본인이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이 맞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냉수욕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였을 때 온수욕보다 기분이 상쾌하고 컨디션이 좋고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면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일 수도 있지만(수양체질이나 수음체질일 수도 있다), 반대로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해지고 피로하고 몸이 무겁고 몸이 차가워지거나 상열감 등이 오고 피부에 이상감각을 느낀다면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이 아닌데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는 분에게 매일 냉수욕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추워서 그걸 어떻게 하느냐? 해보았지만 몸에 안좋은 것 같아서 안하고 있다"고 손사래를 친다. 다시 말해 온수욕이 본인에게 더 맞다는 것이며, 금양체질 금음체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양체질 금음체질이라면 겨울에도 냉수욕을 하는 편이 유익하다. 물에 들어가거나 샤워를 하는 시간을 좀 줄일 수는 있어도 냉수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 겨울에는 옷을 두껍게 입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보다 표열表熱이 높아져서, 이 열을 식히고 땀구멍을 막아야만 금양체질과 금음체질은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한겨울에도 반드시 냉수욕을 해야 한다. 또 금양체질이나 금음체질은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따뜻한 방바닥에서 자면 안되는데 그렇게 하면 몸이 피로해지고, 잠에서 깨어날 때에도 머리가 무거워서 바로 일어날 수 없게 되며, 지능도 보통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체질섭생표를 보면 금양체질 금음체질과 토양체질 토음체질은 체질적으로 유익한 음식이 많이 겹친다. 그래서 토양체질 토음체질이 금양체질 금음체질로 잘못 감별되었을 때 그 체질에 해당되는 식이요법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냉수욕은 안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본인이 금양체질 금음체질로 진찰되었거나 그렇게 믿고 있다면 반드시 냉수욕을 실천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방법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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