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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호르몬제와 고혈압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그 때까지 복용한 약물들을 관찰하면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호르몬제와 고혈압의 연관성이다.

갱년기증후군으로 여성호르몬제를 상당기간 복용한 다음 혈압이 오른 환자들이 꽤 있었다. 필자는 이게 우연인지 아닌지, 이런 점을 발견한 다른 관찰자나 연구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http://www.medical-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46

장시간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면 체내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과산화수소를 대량 발생시키고 이것이 혈압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위 기사의 주요 골자다. 이것은 필자의 임상적 관찰과 일치한다.

이 과정을 다시 탐색해보자. 환자는 일단 갱년기가 찾아온다. 상열감이나 안면홍조가 나타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병원을 찾으면 거기에서는 여성호르몬제를 준다. 그것을 복용하면 증상은 사라지니까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혈압이 올라간다. 다시 병원을 찾으면 병원에서는 혈압강하제를 처방한다. (병원에서는 에스트로겐제와 고혈압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병원의 영리에 반反하므로.) 이제 환자는 에스트로겐제와 혈압강하제 두 가지를 복용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혈압강하제의 부작용이 더해진다. 환자는 잠이 안 온다거나 어깨가 수시로 결린다거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그래서 다시 관련 대증약물, 즉 수면제나 진통제나 신장염에 쓰는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병이 병을 낳고 약이 약을 낳으며 점점 상황이 악화된다. 일단 증상이 사라지면 환자는 안심하기 때문에 이러한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환자는 "병이 낳는 것"과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혼동한다. 환자 스스로 "에스트로겐제와 고혈압의 연관성"을 발견해내거나 그 환자가 만난 의료인이 그것을 언급하지 않는 한, 그 환자는 어둠 속에 있을 것이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 없이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필자는 현대의료시스템은 그 자체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각주:1] 이 시스템에 의하여 병이 병을 낳고 약이 약을 낳고 죄가 죄를 낳는다. 누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시스템의 희생자는 일반적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만이 아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도 이 시스템의 결함에는 당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사례가 신해철 씨 의료사고 건이다. 신해철 씨는 대단히 뛰어난 예술가이자 지식인이었다. 사회문제에 관해 소신있는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는가? 결국 병든 의료시스템의 제물이 되었다. 그 사건을 비양심적인 한 의료인의 문제로 축소하기에는 이 시스템의 결함이 너무도 심각하다.

다시 여성호르몬제 문제로 돌아가보자. 애초에 갱년기는 무엇인가? 노화다. 내 체질에 맞지 않는 섭생으로 인체가 늙어가는 것이다. 호르몬 감소는 그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몸 전체가 늙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몸은 호르몬 분비를 줄여야 한다. 만일 원래 수준의 호르몬 분비를 유지한다면 낡은 자동차에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것처럼 균형이 안 맞게 된다. 그 차체는 삐걱대다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원래 수준으로 호르몬이 분비되면 몸은 겉으로는 젊음을 유지하는 듯 보이겠으나 그 내부적으로는 훨씬 더 빨리 정기를 소모하여 급격한 노화를 촉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마침내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나서 그 질환을 치료하려고 호르몬제를 잠시 끊었을 때, 몸은 그렇게 고갈된 진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환자는 너무도 순식간에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불로장생을 꿈꾸던 어리석음을 후회하겠지만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늙지 않으려고 단기적으로는 젊음을 급조하되 장기적으로는 회복불능의 늙음을 선사할 위험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 섭취하는 음식과 생활을 자기 체질의 타고난 질서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체를 기능적·거시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느 약물을 복용할 때 하나의 증상은 사라지지만 다른 증상들이 생긴다면 그것은 이미 전체의 균형을 보지 못하는 잘못된 치료다.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혈압이 오른 환자들은 일단 그 약물을 끊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진짜 치료가 시작된다.

  1. 응급의학은 제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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