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천식

피부가 검고 살집이 있는 남학생이 가족과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만성알러지성비염,천식이 있다. 평소 잘 때 코를 잘 골고 이를 갈 때도 있다. 수영장 가면 두드러기가 생긴다. "원래 마른 편인데 다른 한의원 한약복용 후 살이 쪘다"고 하며 현재는 오히려 다어어트중이다. 

일단 비염처방 투여하고 체질식 실천하면서 재채기는 거의 안하고 코막힘도 줄었으나, 독감백신 맞고 나서 목감기에 걸렸다. 체질침 치료를 며칠 하니 인후통은 사라지고 기침 가래가 조금 남았다. 천식증세는 여전했다.

필자는 이 때 이 환자가 목양체질에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손발은 따뜻한 편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손발이 따뜻한 목양체질이 일광욕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부모 피부가 검지 않고 본인이 원래 그 피부가 검지 않았는데 점점 그 피부가 검어진다면 혈액이 산성화된 징후다. 혈액이 산성화되는 것을 아시도시스acidosis라고 한다. 한의학의 전통텍스트에서 혈열血熱이 아시도시스 개념과 공유부분이 있다. 목양체질은 아시도시스로 치우치면서 몸이 안좋아진다. 아시도시스가 온 것은 혈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목양체질의 약하게 타고난 폐가 체질에 맞지 않는 섭생으로 더 약해져서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처리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처방에서 약한 폐를 거들어 산소흡입을 돕고, 기관지에 막힌 담을 치워서 산소가 흡입되는 통로를 더 많이 확보하고, 심장흥분도와 자율신경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율하고, 혈중 부족한 칼슘을 늘려서 호흡근육을 강화하는 처방을 투여했다. 3일만에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기침이 사라지고 숨차는 것도 사라지고 살까지 빠지고 있다. "예전에 입던 바지가 헐렁해졌다"고 한다. 2주 후 확인하니 5킬로그램이 줄었다. 이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던 시점에 일시적으로 숨차는 증세가 처음의 10분의 3정도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처음 수준으로 악화되진 않고 회복하였다. 

감기 올 때마다 항생제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병이 깊어져 천식이 될 수 있다. 감기는 춥고 건조한 날씨에 몸이 적응하는 과정 중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공기의 온도 습도 등의 질이 바뀌면서 공기와 접한 폐기관지는 그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차가워진 공기에 대응하려고 더 많은 혈액공급을 통해 더 많은 열이 기관지에 몰린다. 감기환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주 추울 때보다 오히려 추위가 살짝 수그러들고 날씨가 약간 따뜻해질 때, 또는 차가운 곳에 계속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이동할 때다. 몰려있던 열이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환경변화에 따라 서서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 남아있는 열이 몸이 필요한 정도보다 과잉이 되고 그 열이 여기저기 염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적응과정이니 괜찮은 것이고 결국 사그라들게 되어 있다. 그 남아있는 열은 기관지 부위의 체액을 엉기게도 하면서 가래를 만들고 가래가 기관지를 막으면 우리가 '기침'이라고 부르는 자발적인 기관지경련을 통해 그 통로를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때 생각없이 대증요법으로 그 기침을 멈추면 뱉아내지 못한 가래는 기관지를 막아서 공기가 소통되는 통로가 좁아져 호흡을 방해하고 폐를 약하게 만들고 숨이 차게 된다. 폐가 약해졌기 때문에 예전만큼 산소를 흡입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호흡수가 늘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생각없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숨차는 것은 멈추지만 그 숨 차는 것, 즉 여러 번의 호흡은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폐기관지가 엉망인 상태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몸 스스로의 고육지책이기 때문에, 여기서 스테로이드 투여는 자기 몸의 긍정적인 의도를 두 번째로 배신하는 게 된다.[각주:1] 스테로이드로 숨 차는게 멎으면 환자나 보호자는 호전된 것으로 보고 안심하지만 그건 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으로 폐기관지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억제되어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올바른 치료는 체질에 맞는 섭생과 치료로 폐를 강하게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호흡을 조율하게 돕는 것이다. 폐가 강해지면 호흡이 깊어지고 그 결과 짧은 호흡을 여러 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천식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은 모두 스테로이드를 장복하고 스테로이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스테로이드에 노출된 시간이 짧을 수록, 그 사용농도가 약할 수록 치료가능성은 높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한 환자들에 대해서 필자가 초반에 세운 전략은 스테로이드를 천천히 줄여서 스테로이드를 중지할 때 올라오는 면역반응 정도를 약한 수준으로 유지하여 환자 몸에 데미지를 적게 입히면서 치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가 있었다. 일단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하면 면역반응을 억제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최초의 증상이 여러가지 새로운 증상들로 분화된다. 그러면 환자들은 그 증상에 대해 또 다시 새로운 약을 먹게 되기 때문에 결국 약의 종류가 점점 늘어난다. 하나를 줄여도 다른 쪽에서 병이 다시 가지치기를 하고, 그래서 이것 줄였다 저것 줄였다 하다 보면 결국 치료초점을 잃게 된다. 또 천천히 줄인다는 것은 결국 스테로이드 복용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인데, 스테로이드 복용기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그걸 중지했을 때 몸이 입게 될 손상은 커진다. 비유하자면, 일종의 불법고리의 사채빚과 같다. 사채빚이 시간을 끌수록 이자를 통해 자기 몸집을 마구 불리는 것처럼 스테로이드로 시간을 끌수록 잠재적인 면역반응의 크기가 마구 커져버리기 때문에 컨트롤이 안된다. 고리의 사채빚을 쓴 개인이 결국 파산하는 것처럼 스테로이드에 오랫동안 의존한 환자몸은 회복불능상태로 파괴된다. 그래서 천천히 줄이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스테로이드를 고농도로 오래 쓰면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애초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만일 그런 환자가 스테로이드 중단하려면 중단할 때 올라오는 격렬한 면역반응을 상쇄할 수 있는 근본치료수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수단은 환자가 전신적으로 어떤 불균형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으로만 추론될 수 있을 것이다.

  1. 첫 번째는 날씨변화 적응과정이었던 가벼운 감기에 항생제를 달고 살면서 그 적응과정을 방해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결과 망가진 폐기관지가 원래 수준으로 산소를 흡입하려고 호흡수를 증가시켰는데 스테로이드로 그것 마저 방해한 것이다. [본문으로]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지러증을 동반한 고혈압  (0) 2013.12.19
갑상선기능저하증  (0) 2013.11.25
모르핀과 장폐색  (0) 2013.11.08
만성 외이도염  (0) 2013.11.02
난소의 양성종양  (0) 201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