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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소의 양성종양

얼굴이 희고 눈매가 아름다운 50대 초반의 여성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남편분 추천으로 왔다. 다른 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았는데 왼쪽난소에서 4.7센티미터*3.4센티미터 크기의 종괴가 발견되었고, 오른쪽유방에 0.59센티미터*0.2센티미터크기의 종괴, 왼쪽유방에서는 0.6센티미터*0.25센티미터의 종괴가 발견되었다. 이 병원에서는 난소낭종절제술을 권유하였으나 환자분이 일단 수술 외 치료방법을 받아보기로 하여 필자의 한의원에 온 것이다.

이 여성은 방광염도 앓고 있으며 피로할 때 악화된다. "소변 볼 때 따끔거리고 시원하지 않고 양도 적다. 평소 많이 피로하다"고 한다. 또 "빈혈이 심하다. 어지러울 때는 여기 있는데 여기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한다. 추위를 많이 탄다. 

복진을 해보니 아랫배에서 뚜렷한 압통이 있고 "누르지 않아도 배꼽아래가 쑤실 때가 있다"고 한다. 대변을 배출하기 직전에 쑤신다. 폐경은 아직 안됐고 생리는 2~3개월에 1회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매운 음식을 잘 못먹고 땀을 거의 안흘린다.

이 케이스에서 난소낭종과 방광염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둘 다 하복강 비뇨생식기의 문제이고 아마도 같은 원인에서 뻗어나온 서로 다른 가지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 때 근본치료를 하면 한가지 치료법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방광염 증상의 호전을 미루어서 같은 하복강에 있는 난소의 상태도 어느 정도는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1회치료 후 다음날 "원래 피곤하면 방광염이 오는데 그 날은 괜찮았다"고 한다. 호전반응으로 간주하고 2회 치료에서는 약간 복잡한 처방을 시술했는데 다음날 "머리가 무거워졌다"고 한다. 이 환자는 토양체질인데 체질식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 100퍼센트 보리밥 섭취를 권고하고 처음 처방으로 시술했다. 다음날은 머리 무거움이 사라졌다. 5회치료에서 "아랫배 쑤심은 사라졌지만 불편한 느낌이 남아있다"고 하여 "그 불편함은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니 "무거운 느낌"이라고 한다. 6회치료에서는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7회치료에서는 소변볼 때 따끔거림이 사라졌다. 환자가 찰보리를 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쌀보리로 바꾸도록 권고.[각주:1]  8회치료에서 환자가 손가락을 보여주길래 봤더니 살짝 뼈가 튀어나왔다. "손가락관절염이 있다"고 함께 치료를 요청한다. 아침에 뻣뻣해지는가 물어보니 그렇진 않다. 류마티스는 아닌 것으로 보고 치료를 들어감. 17회까지 치료하여 처음통증을 10이라 할 때 왼손은 통증이 완전 사라졌고 오른손은 6으로 떨어졌다. 환자는 그 다음 "습진도 치료해달라"고 한다. 왼쪽 정강이를 보여주는데 오돌토돌하게 습진이 있다. 20대중반부터 그랬고 일본 피부과에서 어떤 패치를 붙이고 좋아졌는데 한국 와서 재발했다는 것. 여름이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재발한 것은 한국음식들이 대부분 맵기 때문일 것이다. 습진치료를 들어가니 잠잠하던 방광염이 다시 재발. 다시 방광염 난소낭종 치료. 32회 치료까지 가니 방광염 증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않았다. 그 다음 월경이 시작됐고 생리통이 있어서 치료했다. 환자분 말에 따르면 "생리가 끝날 즈음 방광염이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다시 방광염 난소낭종 치료. 56회에서 다시 손가락관절염이 재발하여 60회까지 치료. 63회까지 다시 방광염 치료. 64회에서 뭘 잘못 드셨는지 설사를 한다. 오한을 동반하고 있다. 대장치료를 하고 탈수를 예방하려고 물 많이 드시라고 권고하고 다음날 확인하니 호전. 68회부터 습진치료를 다시 시작. 76회까지 가는데 습진치료도 지지부진하고 그 과정에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방광염 재발. 환자분이 "건강검진 다시 받을 때까지 일단 난소낭종 방광염 치료만 해달라"고 요청한다. 난소낭종 검진결과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도 동의하고 다시 난소낭종과 방광염 치료에 집중. 82회까지 방광염 증상은 거의 0으로 유지되다가 83회에서 카레를 먹고 일시적으로 방광염 재발. 대변이 딱딱해져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고. 4일 후 왔는데 변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88회에서 감기에 걸려 치료. 91회에서 "감기는 많이 호전됐고 머리만 띵하다"고 한다. 92회에서 알러지성비염으로 눈 귀까지 가려워서 항히스타민제 복용.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가급적 항히스타민제 사용을 자제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낼 것을 권고. 97회에서 "생리가 3개월간 없고 상열감이 있다"고 하여 갱년기에 접어들었음을 깨달았다. "여성호르몬제 복용하면 생리가 터져나올 수는 있지만 몸에 무리가 가고 부작용으로 종양이 커질 수 있어서 자연스런 변화로 받아들이시라고 권고. 특히 현재 치유를 위해서 몸의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리가 없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대신 체질식이요법을 더 강하게 권고했다. 

105회 치료에서 새 검진결과를 알려주셨다. 난소낭종이 4.1센티미터*2.9센티미터로 작아졌고 따라서 수술은 받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검진병원측에서는 난소낭종이 작아져서 유방종괴는 따로 검사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6개월 추적관찰하겠지만 지금대로만 간다면 난소낭종은 더 작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환자분 치료는 7개월간의 마라톤이었다. 대증요법약물을 거의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 꾸준한 치료가 가능했다는 점, 가족들이 체질식에 협조해주었다는 점 등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오래 전 보건지소에서 일할 때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자궁을 드러내고 난소를 잘라낸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이야 그런 경향이 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절제술은 자궁치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수술이 분명히 어느 시점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염증이 지나치게 악화되어 다른 장기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까지 가기 전에 환자들은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궁을 드러내고 난소를 잘라내기 전에 몸이 스스로 치유될 수 있게끔 자기 체질에 맞는 섭생과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병은 면역반응이고 면역반응은 몸이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환경에 적응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땅히 체질에 맞는 생체환경을 조성하여 체질적인 불균형을 조율해서 그런 면역반응이 나타날 필요가 없게 도와주는 것이 근본치료다. 자궁에 자라는 혹은 오래된 나무에 생기는 옹이와 같다. 옹이가 생겼다고 잘라내면 나무는 어떻게 되겠는가? 

  1. 찰보리는 찹쌀과 보리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이라서 찹쌀이 해로운 토양체질한테 해롭다는 이야기가 일부 임상의들 사이에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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