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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만성비염

요통으로 가끔 치료받으러 오셨던 30대 여성분이 하루는 어린 딸을 데리고 오셨다. 만성비염을 달고 산지 2년 정도 되었다는 것. "콧물을 훌쩍거리고 콧물이 뒤로 넘어가서 가래가 된다. 코가 막히고 기침 재채기를 한다. 환절기 뿐 아니라 여름에도 늘 그런다"는 것. 

"일산 비염전문한의원에서 오랫동안 흡입제 족욕치료를 해봤고 다른 병원에서 항생제를 복용해봤지만 그 때 뿐이고 다시 증상이 재발한다"고 한다. 환자는 대화헤데라시럽 레보라정을 복용중이다. 최근 어린이집을 가면서 증세는 더 악화되었다.[각주:1] 어릴적부터 구토를 잘했고 이유식 먹을 때 두드러기가 났는데 그 이유식은 보리 현미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딸은 그냥 봐도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 그 어머니는 토양체질인데 그 딸도 진찰 후 토양체질로 우선 가정하였다. 이유식 먹고 두드러기가 난 것은 보리 때문이 아니라 현미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각주:2]

체질에 맞는 한약을 주고 체질식이요법을 알려준 다음 1주경과를 보자고 했다. 그런데 1주가 미처 지나기도 전에 연락이 와서 "자다가 구토를 한다"고 한다. 원래 이 아이는 구토를 자주 했기 때문에 혹시 자기 전에 먹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니 음료수 우유를 많이 마셨다고 한다. 자기 전에는 음료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각주:3] "항히스타민제를 타왔다"고 하길래 "아이한테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되니 우선 더 경과를 보자"고 말씀드렸다. 2달 정도 지나서 연락이 왔는데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과거에 받았던 다른 치료들은 약 먹을 때는 조금 괜찮다가 안먹으면 재발했는데 이번에는 약복용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각주:4] 처음증상을 10이라 할 때 3정도 수준으로 유지되고 체질식도 계속 열심히 실천중이라면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필자도 환자와 보호자가 필자를 믿고 체질식을 잘 실천해 준 것이 감사했다. 필자는 길안내를 해주었을 뿐 병이 잘 치유된 것은 환자 본인이 자기 몸의 질서에 바르게 순응한 공功이다. 

이 환자는 비염을 환절기 뿐 아니라 여름에도 달고 살았다. 이것은 그 병의 원인이 '차가운 날씨에 대한 몸의 적응' 말고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섭취 대인접촉이다. 비염증상은 몸이 자기한테 맞지 않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모습들이다. 따라서 그런 증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서 치료하면 잠시 낫는 것 같다가 재발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재발할 때마다 더 독한 약을 쓰면 몸은 서서히 망가져서 처음에는 단순했던 병이 점점 꼬이고 병리가 복잡해지면서 난치병으로 굳어질 것이다.[각주:5] 근본치유를 위해서는 문제를 생성해내는 기본조건을 바꿔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음식섭취 대인접촉을 체질에 맞게 섬세하게 조율해야 한다. 

 

 

  1. 일반적으로, 여러 개체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있으면 그 개체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콘트롤되지 않는 유해한 상호작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기와 같은 체질인 사람의 체액(타액 등의 분비물)에 접촉되는 것은 여러가지 알러지질환의 원인 중 하나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침을 묻히고 코를 흘리고 다른 아이 침이 묻어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다른 아이의 머리카락을 흡입하면서 알러지성질환들이 생기게 된다. 필자는 예절에 바로 이런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질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어느 정도는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예절들은 단순히 보수적인 주종관계를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건강을 위해 안전한 거리를 유지 확보해주는 기능이 있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 기를 죽일까봐 아이행동의 무질서에 대해 방임하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위생적 관점에서 어린이들 예절교육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강압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먼저 본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토양체질에게 현미는 해롭다. 미디어에서 하도 세뇌를 해놓아서 전국민이 현미식을 하는데 이런 상황은 그 음식이 해로운 체질들한테는 좋지 않은 문화환경이다. 채식주의도 최근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방식을 들여다보면 현미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 분별없이 적용하고 있다. 이런 획일적인 방식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음식법이 해로운 사람들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서 결국 부정되고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채식은 분명히 지속가능한 환경생태계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 방식 역시 체질에 따라 분별이 있지 않으면 그 좋은 취지조차 부정될 것이다. [본문으로]
  3. 복용하는 한약이 액상일 경우, 복용전후 30분간은 다른 종류의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지나친 수분섭취로 인해 소화장애가 나타나거나 약효가 희석될 수 있다. [본문으로]
  4. 이것은 체질식을 열심히 실천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근본원인인데, 그것을 바꾸지 않고 치료에만 의존한다면 재발했을 것이다. [본문으로]
  5. 난치병 대부분은 아주 단순한 병이 잘못된 치료(대증요법)를 통해 복잡하게 진화해가는 경과를 밟는다. 소위 의학의 발달은 이런 식으로 '잘못된 치료의 결과에 대한 또다른 잘못된 치료'라는 무한연쇄라고 할 수 있다.'병주고 약준다'는 속담이 들어맞는다고도 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 외과수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과에서 잘못된 치료를 통해 병을 키워서 마침내 그런 복잡하고 러프한 수단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과수술은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왜 병이 단순할 때 치유하지 못하고 그 지경까지 몰고 갈 수 밖에 없는가? 라는 소박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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