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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안와사 (안면마비)

피부가 검고 마른 30대 남자분이 찾아왔다.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분인데 "어제 문열고 잔 후 오른쪽 눈이 안감기고 양치질할 때 입 오른쪽으로 물이 샜다. 또, 혀 가운데부분 미각이 약해졌다." 고 한다. 과로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2~3일 전, 술 많이 마시고 골프치고 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구안와사였다. 구안와사는 안면마비로 입 눈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병이다. 과음 과로 후 찬 공기에 닿아 얼굴근육이 긴장하면서 안면신경을 압박하여 생긴다.

왼쪽 갈비뼈 아래 근육도 뭉쳤는데 골프스윙 때문인 것 같다. 골프처럼 한쪽근육 많이 쓰는 운동을 오래하면 좌우근육의 불균형상태[각주:1]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구안와사가 오기 쉬운 한 가지 조건이다. 그래서 치료 중 골프를 중단시켰다
또, 찬공기에 얼굴이 닿지 않게 하려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 

구안와사는 침치료와 한약을 병행한다. 이 때 한약처방은 승모근, 흉쇄유돌근, 안면근의 불균형을 원래대로 조율한다.
찬 공기에 닿아 냉각되고 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근섬유로 가는 혈관을 확장하고 심장흥분도를 높여서 해당부위에 열을 공급하여 움츠러든 근육을 바르게 펴주면 신경 눌린 것이 풀리면서 치유된다.   


환자분이 귀 뒤가 아프다고 해서, "치료 들어가도 증상은 어느 정도까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알려드렸다. 
본격적으로 눈 입이 돌아가기 하루 이틀 전에 귀 뒤 유양돌기가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케이스에서는 6회 치료까지 증상은 진행됐다.) 

환자는 눈물도 많이 나왔는데 이것은 눈이 완전히 안 감기기 때문에 차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 눈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것이다. 치료되어 눈이 완전히 감기면서 사라졌다.   

이 케이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구안와사와 함께 찾아온 감각의 변화였다. 환자는 마비가 온 오른쪽 청각이 과민해졌다.이것은 귀 안 등골로 가는 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다. 청각과민은 8회 치료 때 처음 발견했는데 15회에서 과민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17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또, 혀 앞쪽 가운데 미각이 약해졌는데, 안면신경이 혀 앞쪽 3분의 2와 연결되어 구안와사가 올 때 미각이 약해질 때가 있다. 

입으로 '아'소리를 냈을 때 좌우불균형은 8회부터 개선됐고 14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16회 치료할 때 거의 나아서 환자분이 방심한 상태에서 축구를 했고 그 때문에 잠깐 승모근이 뭉친 것 외에는 순조롭게 치료가 진행됐다. 1달 치료로 완치됐다.

근육긴장으로 신경이 눌려 생기는 구안와사는 치료가 빠르다. 환자가 체질식을 실천한다는 전제 하에 보통 1달 안에 완치된다. 
반면에, 지주막하 출혈 부작용으로 생기는 안면마비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비슷해도 병의 원인이 완전히 다르고 더 심부에 있기 때문에 오래가고 예후를 알려주기가 쉽지 않다. 


  1. 골프 야구처럼 한쪽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반대쪽 스윙도 그만큼 해줘야 큰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왼쪽 오른쪽을 골고루 사용하면 좌우근육밸런스를 맞추는데 좋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라면 밥을 먹을 때 왼손으로도 숟가락을 들어본다든지, 물건을 들을 때 왼손으로 든다든지 하여 오른손 쓰는만큼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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