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두드러기

30대 후반의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오래 전, 요통 두통 소화불량 때문에 치료받은 환자분이다. 이번에는 두드러기 치료를 원하신다.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가렵다. 두드러기 올라온지 1년 됐다고 한다. 피부과 다니면서 약 먹었는데 약 먹으면 들어갔다가 안먹으면 다시 올라와서 근본치료를 원한다는 것. 현재 복용하는 다른 약은 백하수오.

오래된 증상이라 한약치료를 병행했다. 이 환자는 토양체질이다. 토양체질은 내부장기 중 신장이 가장 약한데 이 불균형이 심해지면 여러가지 병이 생긴다. 그래서 치료에서 신장을 보補하는 것이 기본이며, 처방 구성도 신장을 보補하는 약물이 기본으로 구성된다. 복용하던 백하수오는 토양체질에 해로운 약물이라서 복용을 중지시켰다. 본래 정확한 진찰을 통해 투여되어야할 약물이 건강식품의 이름으로 무작위로 투여되고 있다. 그에 따라 질병도 점점 다양하게 분화한다. 자본주의의 탐욕이 의료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의 건강식품은 예전에 시골을 옮겨다니면서 할매들한테 사기치던 약장수들과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 약물로 병을 얻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의 건강식품은 그 형태를 세련되게 포장하여 대중들의 비난을 피해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두고 있을 뿐이다.어찌보면 자본은 더 교활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인삼에 사포닌이 있으니까 모든 사람한테 다 좋다"라는 논리는 그럴 듯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류로 가득찬 것이다. 실제로는 인삼 홍삼을 먹고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런 사람들이 인삼 홍삼을 복용할 때 따로 사포닌을 피해서 마시진 않을 것이다. 결국 사포닌, 어떤 특정 성분을 유익함의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특정성분이 아니라 '어떤 것을 복용한 다음 실제로 각각의 개체한테 나타나는 개별적인 반응들, 상호작용mutual play'이다. 그저 팔아먹기 위해서 "모든 사람한테 좋아"라고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에는 노출되지 않던 건강식품의 문제가 점점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다.    

환자는 개를 기른다고 했는데 증상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어서 함께 자는 걸 피하라고 권고했다.

두드러기는 치료시작 1주만에 처음증상을 10 이라 할 때 1 까지 줄었다. 드라마틱한 호전이었지만 2주 넘어서까지 가려움은 여전했다. 납득이 안되어 평소 생활습관을 추적해보니 냉수욕을 하고 있다. 온수욕을 하면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냉수욕을 한다는 것, 토양체질은 기본적으로 부교감신경긴장형인데 부교감신경긴장형은 속열이 많기 때문에 온수욕으로 땀구멍을 열어서 속열을 밖으로 배출해줘야 한다. 냉수욕을 하면 일시적으로 시원하고 가려움이 진정되는 것 같지만 속열이 갇혀서 결국 피부병이 더 심해진다. 애초에 부교감신경긴장형인 피부병 환자는 항히스타민제 같은 대증요법에 오랫동안 의존하면 알러지가 더 잘 생기는 몸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피부를 조금만 긁어도 빨갛게 부풀어올라오고 비염을 달고살기도 한다. 말하자면, 대증요법으로 때운 것이 몸의 불균형을 점점 악화시켜서 그 상태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환자분한테 이것을 설명하고 반드시 온수욕을 할 것을 권고했다. 환자분과 비교적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는게 다행이었다. 환자분은 온수욕으로 전환하면서 가려움도 빠르게 감소, 3주째는 "대변상태도 좋아졌다"면서 필자에게 "혹시 대변상태도 함께 치료중인지?" 묻는다. 한의학에서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병의 근본원인을 바로잡는 것에 집중하게 되며 따라서 그 호전반응 역시 한곳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온몸이 함께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전인치료 holistic medicine 이다. 요즘 전인치료를 표방하는 의학이 많지만 실제로 진찰에서 치료까지 전인치료적인 관점을 실현하는 것은 한의학이 유일하다. 

4주까지 두드러기도 0, 가려움도 0 이었다가 5주째 찬바람 맞고 잠깐 감기에 걸렸다, 하지만 이때도 두드러기는 재발하지 않았다. 몇 주 경과를 더 봐야겠지만 체질식만 정확하게 지킨다면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0123456

슬라이드쇼는 환자분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촬영각도가 일정하지 않지만 거의 같은 위치를 촬영한 것이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험생보약  (0) 2012.10.13
암환자의 무릎통증  (0) 2012.09.28
혀의 염증  (0) 2012.09.07
명사와 형용사  (0) 2012.08.25
계피가루가 들어간 빵  (0) 201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