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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양체질을 금음체질로 잘못 감별하는 경우 아담한 체구의 젊은 여성 한 분이 치료를 받으러 왔다. 이 분은 다른 한의원에서 금음체질로 감별받았다. 하지만 필자의 진찰로는 토양체질이었다. 금음체질 침을 맞고 싶어하길래 '다른 체질 침을 맞으면 침몸살이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하니 부작용이 염려되었는지 "토양체질 침으로 치료받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다음 찾아왔을 때는 다시 금음체질 침을 맞아보겠다고 하여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침이 체질에 안맞으면 한 두 번 정도는 불편함이 없더라도 횟수를 더해갈수록 부작용이 뚜렷하게 나온다. 잠이 안와서 뜬눈으로 밤을 새버리기도 하고, 몸살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정확히 나와주는 것이 차라리 치료하는데 편하다. 환자가 잘못된 체질을 고집하면 치료는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분은 .. 더보기
밥상 위의 혁명 가끔 필자는 진료실을 찾는 분들에게 '밥상 위에서 혁명을 하라'고 한다. 흔히 혁명이라고 하면 정치제도나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것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고 예전의 것에 비해 분명히 진일보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뚫고 합의에 도달하고 실행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과 엄청난 수고가 따른다. 요컨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에 비하면 밥상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가장 적은 노력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단언컨대 밥상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행복한 기분은 다분히 생물학적인 바탕에 기초한다.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것으로 몸의 항상성을 보장받을 때 사람은 비로소 편안함과.. 더보기
위염과 위궤양 30대 중반의 여성이 내원하여 잦은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한 적이 있다. 토양체질로 감별되어 그에 맞는 체질침이나 체질약을 주면 속이 편해졌다가 얼마 지나면 재발하길래 체질식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젓는다. 토양체질은 매운 음식이 주가 되는 한국 식습관에서 소화불량에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일이 잦은데, 이런 증세는 뇌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여 위열이 항진되어 오는 증후군이다. 토양체질 환자들 중에는 간혹 고추나 파김치를 먹고 어지러워서 응급실에 간 경험담을 들려주는 분들도 있다. 사실 이런 증세는 음식만 바꿔줘도 재발하지 않고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체질식을 안 지키고 아무 것이나 먹기를 거듭하면 위염, 역류식도염,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 더보기
염증은 아니죠? 환자분들이 가끔 하는 질문 가운데 "이건 염증은 아니죠?"가 있다. 이 질문의 속뜻을 풀어보면 "이거 심한 건 아니죠?. 치료하면 빨리 좋아질 수 있죠?"가 된다. 그런데 이 질문은 이런 속뜻과는 별개로 환자분들이 자주 접하는 개념상의 혼동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어떤 증세든지, 그 증세의 경중을 막론하고 그것들은 모두 본질적으로 염증이기 때문이다. 단지 염증의 위치, 정도, 양상이 다를 뿐이다. 폐렴은 폐에 생긴 염증, 간염은 간에 생긴 염증, 위염은 위에 생긴 염증이다. 위치는 다르지만 염증이라는 데는 차이가 없다. 앨러지성 두드러기와 화상을 입은 피부는 염증의 정도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염증이다. 콧물을 줄줄 흘리는 수양성 비염과 건조한 사막을 연상케 하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양상이 다르지만 결국 같은.. 더보기
방심 오래 전 함께 일했던 직원분이 떠나면서 책을 많이 기증해주셨다. 그 책들은 환자분들을 위한 것이려니 해서 필자는 보지 않다가 문득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암, 그렇고 말고' 라는 책인데 한의사 박태열 원장이 쓴 방광암 투병기다. 그는 1993년 방광암에 걸렸다가 1996년 권도원 박사(한의사, 8체질의학의 창시자)에게 치료받고 완치(박태열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방광경 검사와 소변 세포 검사 등으로 완치를 확인받았다)되었지만, 무절제한 생활 끝에 1998년 재발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전처럼 치료 효과가 빨리 나오지 않자 조급한 마음에 다른 병원에서 광역학 요법을 시술받고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어 결국 방광을 잘라내게 된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한 순간의 자만과 방심이 그 기적같은 일을 일장춘몽으로.. 더보기
인체삽입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인체삽입물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삽입물도 체질침 치료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삽입물은 몸의 입장에서는 이물異物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 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스텐트 시술은 삽입한 부위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어 미세한 출혈을 일으키고 몸은 그것을 수복하기 위해서 혈전을 만드는데, 문제는 삽입물 때문에 완전한 수복이 이루어질리 없으므로 혈전이 계속 늘어난다. 그 혈전은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장마비나 사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기존 의료에서는 항혈전제로 대응하는데 항혈전제는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적으로 작용하므로 지혈이 잘 안 되는 등 또 .. 더보기
음식으로 마음 다스리기 수년 전 모녀가 함께 치료를 받으러 온 적이 있다. 어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따님은 피로증후군으로 보약을 지으러 왔는데, 따님의 표정이 매우 밝아보였다. ‘100퍼센트 긍정의 표정이란 저런 것일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진찰 과정에서 이 분이 우울증으로 렉사프로를 복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분처럼 젊은층의 향정신성의약품(이후 향정으로 표기)의 복용이 급증하고 리스트컷이 유행하는 등 정신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 병이 시름시름 깊어가고 있다. 불안과 분노를 달래고자 약물에 의존하는 것. 하지만 향정은 강한 의존성이 있어 마약과 별 차이 없고 장기 복용시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근본치료를 방해할 것이 분명하여 중단을.. 더보기
급한 불은 끄고 싶다고요? 허리를 치료해드린 여성분이 "딸이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데려와보시라고 했다. 진찰을 해보니 팔꿈치, 손목, 오금이 헐어있고 거칠다. 이미 태선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입주변과 눈 언저리도 발진이 나 있고 부어있다. 아토피는 2~3년 되었고, 스테로이드를 간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곧바로 스테로이드를 중단시키고 체질 감별에 들어갔다. 아이 체질은 어머니와 같은 토양체질로 나왔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처방을 한달 분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는 한방연고를 주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려주고 침치료는 1주에 한두 번 병행하였다. 비누와 샴푸 사용도 중지시켰다. 계면활성제 성분이 피지를 제거하여 피부를 척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는 격렬하게 올라오지 않았다. 1.. 더보기
예방 是故聖人不治己病,治未病不治己亂、治未亂,此之謂也。夫病已成而後藥之,亂己成而後治之,譬猶渴而穿井,鬥而鑄錐,不亦晚乎? 이러한 까닭으로 훌륭한 사람은 병이 난 다음에 치료하지 않고 병이 나기 전에 치료한다. ‘난이 일어난 다음에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난이 일어나기 전에 다스린다’는 것은 이것을 말한다. 병이 난 다음 약을 쓰고 난이 일어난 다음 다스리려고 한다면 목이 마른 다음에 우물을 파고 싸울 때에 임박해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니 어찌 늦지 않겠는가?- 四氣調神大論篇 베체트씨병을 치료해드린 적이 있는 환자분이 최근 운동을 하다가 요통이 생겼다. 체질침으로 몇 번 치료하자 통증은 가라앉았는데 ‘치료중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체질섭생만 해도 예방이 된다. 백신 때문에 새로운 증세가 생기면 치료.. 더보기
여성호르몬제로 생긴 당뇨 50대 후반의 여성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공장을 운영하면서 직접 일할 때가 많다 보니 6개월 전부터 극심한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김장을 할 때 아예 미리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라는 것. 5년 전부터 폐경도 진행되어 여성호르몬제(에스트로겐)를 복용하고, 1년 전부터 혈당강하제도 복용중이고, 3개월 전부터는 홍삼을 복용중이며, 그 밖에 종합비타민제, 오메가3, 마그네슘 등 점점 복용하는 약물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20년 전 반신마비가 왔을 때 침과 한약으로 호전된 경험이 있다. 체질감별의 결과 토양체질로 나와서 그에 맞는 식이요법을 알려드렸다. “최근 잠도 잘 안 와서 수면제를 복용중”이라고 하여 “침효과를 방해할 수 있으니 다른 약물을 모두 일단 중단해보시라”고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