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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궤양

머리가 하얗게 새신 할머니께서 진찰을 받으러 오셨다. 어디가 아프시냐고 물어보니 윗배에 손을 가져다대시며 "매일 속이 쓰리다"고 한다. 제산제를 먹어도 늘 재발한다는 것.


환자분의 체질을 진찰해보니 토양체질이다. 체질침치료를 한 후 다음날 "어떠시냐?"고 물어보니 "속이 편해진 것 같다"고 하신다. 다시 침을 시술해드리고 주의하여야 할 음식들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다시 뵙게 되었는데 "침을 맞으면 괜찮다가 안맞으면 도로 속이 쓰리다"는 것이다. 혹시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드신 일이 없는가 물어보았다. "매운 음식도 안 먹고, 감자도 안 먹고 있다"고 답하시는데, 문득 할머니가 손에 들고 계신 과자봉지에 눈길이 간다. 자세히 살펴보니 감자스넥이다. 체질식을 이야기할 때 필자는 가능한 자연식을 하라고 권유한다. 자연식을 하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지만 가공식을 하면 그 원재료를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다. 꼼꼼한 성격이면 체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자연식을 하는 편이 혹시라도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게다가 가공식은 방부제가 들어가고 신선하지 않으며 생산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가공과정에서 영양성분이 파괴되거나 불균형적으로 구성된다는 점도 약점이다. 반면에 자연식은 안전하고 신선하며 자연상태 그대로이므로 체질에 맞게만 섭취한다면 그 자체로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된다.


이 환자의 경우는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섭취가 위궤양의 원인이다. 8체질의학은 음식 자체의 성분 뿐 아니라 그 음식을 각 체질이 섭취하였을 때의 반응에 주목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우유의 단백질과 생선의 단백질이 다르게 취급된다. 체질에 따라 우유가 맞는 사람, 생선이 맞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음식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특이체질이나 몸이 약한 사람한테서만 나오는 증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음식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체질에 해로운 음식 위주로 계속 먹는다면 결국 나타나게 된다.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다"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아무거나"가 아니라 무의식중에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고 있는 것이며, 그 역시 평소와 다르게 체질에 해로운 음식 위주로 먹게 되면 역시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금음체질이 육식을 하면 대부분 바로 아랫배가 불편해지나, 목양체질이 바다생선을 즐겼을 때는 바로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습관을 오래 유지하면 결국 간에 병이 생기고 마는데, 이 과정이 평소에는 만성피로감을 느낄 뿐 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병원에 가보면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되어 있다. 즉 반응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누구도 음식이 미치는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위의 환자는 토양체질로, 감자가 해롭고 감자로 만든 모든 가공품이 해롭다. 토양체질이 감자를 계속 입에 달고 살면서 위궤양이 낫길 바랄 수는 없다. 체질에 맞는 음식법만이 이런 상태를 예방하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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