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체질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질섭생법이다. 생활습관이 바로 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체질섭생법은 체질에 따라 생활습관을 구체적으로 달리 하는 지침이므로 이것을 어떤 종류의 약처방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체질섭생법을 드리면 반응이 제각각이다. 어떤 분은 냉장고나 식탁에 붙여놓고 식사를 할 때마다 체크하고, 어떤 분은 그냥 이런 것이 있다 보다 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한다. 어떤 분은 자기 체질에 해로운 음식은 피하지만 이로운 음식도 제대로 챙겨드시지 않아서 무기력을 호소하고, 어떤 분은 이로운 음식은 이로운 음식대로 다 찾아드시고 해로운 음식도 기존 습관대로 다 찾아드시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음식에 대한 기존 관점을 체질섭생법에 섞어서 실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체질적으로는 찬물이 유익한데 감기에 걸려 있으니 찬물이 해롭겠지 하여 뜨거운 물을 마신다든지, 체질에 해로운 음식이지만 티비에서 어떤 유익한 성분이 있다고 하니 먹어두자는 식이다. 이렇게 조금씩 빗나가다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이런 차이가 결국 치료결과에 영향을 준다.
특히 만성질환은 체질식 실천이 치료여부를 결정한다. 만성질환은 체질식을 어기면서 병이 낫기를 바랄 수는 없다. 고혈압이나 당뇨, 간염, 아토피, 만성장염 같은 병을 근본치유하려면 체질식을 거의 완벽하게 실천해야 한다.
스스로 기쁘게 실천해야 한다. 잘못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내 욕심대로 다 먹고 살겠다 하면 병이 나을 길이 없다. 복용하는 약물도 끊어야 한다. 당장 끊든지 천천히 줄여가든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을 치료하려고 하면 반드시 혈압강하제를 끊어야 한다. 혈압이 올라간 것은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고 그런 부분을 몸이 보상하려다 보니 혈압이 올라간 것이다. 그래서 생활습관, 특히 음식습관을 바로 잡아야 나을 수 있다. 계속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 그 약이 주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당하면서 살아야 한다. 혈압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몸이 요구하는 만큼 피를 몸 곳곳에 보내주지 못하고 그 결과 여기저기가 망가진다. 그 파괴는 서서히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방심하게 되고 막상 그런 부작용들이 나와도 그것과 혈압강하제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약물을 모두 끊고 음식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약을 줄 때가 있다. 환자분이 너무 멀리 있어서 침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침에 대한 공포감이 있는 경우, 환자 스스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 현재 복용하는 대증요법 약물을 끊었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상쇄해야 하는 경우(ex:스테로이드), 감기증상에 1일~3일치씩 쓰는 경우(이 경우에도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경우는 당연히 없다. 그리고 약을 먹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섭생법이다. 체질섭생법은 소홀히 하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기본을 소홀히 하면서 병이 낫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체질식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연식이다. 일 때문에 바빠서 귀찮다고 가공식품에 의지하면 안된다. 삶의 우선순위를 음식에 두어야 한다. 체질식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매일 약을 챙기는 것 대신에 음식을 챙기면 된다. 의료비도 절감되고 건강해지고 노화도 예방되고 다이어트도 된다. 음식 하나를 바꿔서 다른 모든 비용들을 절감하게 된다. 그 덕택에 생활이 단순해진다.
체질식을 할 때는 꾸준히 해야 한다. 완벽하게 실천할 때 1달 정도면 대부분 변화를 느낀다. 3개월 정도만 해도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낫는다. 하지만 대증요법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그것을 끊는 기간이 별도로 소요된다. 비타민제 따위는 바로 끊어버려도 된다.(체질에 맞는 경우는 그대로 복용할 수도 있다) 혈압강하제를 끊는 기간은 환자분의 상태와 복용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복용기간이 1달 미만에 다른 질환이 없다면 바로 끊고 체질식을 실천하면 된다. 그 이상인 경우는 본원의 지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 된다. 용기를 내야 한다. 어떤 병원들은 공포마케팅으로 약을 끊으면 증상이 악화될 거라고 겁을 줄 것이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는 "만일 그런 의사가 있다면 빨리 인연을 끊고 열린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의사를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가 약을 끊고 음식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리고 생활습관을 바꾸어서 약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도 이미 lifestyle medicine이라고 하여 이런 의학의 조류를 인정하고 있다. 편협한 사고방식과 진부한 방법을 버려야 장수할 수 있다. 의학이 섭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까닭은 영리적인 부분 때문이다. 음식을 약 대신 사용하면 약값을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만일 식이요법으로 치료해서 약값보다 진료비를 많이 받는다면 모든 의료인들이 당장 약을 멀리하고 식이요법을 권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의학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여겨지는 모습은 그것이 학문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경제적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때때로 대증요법 약물은 그대로 복용하고 체질치료는 체질치료대로 받겠다는 분들도 있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치료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대증요법 상당수가 체질침 효과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체질침 효과는 체질적으로 과도한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대증요법은 이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한쪽에서는 불을 끄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기름을 부어버리는 격이다. 특히 수면제는 체질침의 효과를 상당부분 희석시킨다.
체질식을 할 때 또 중요한 것이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식사시간은 일정해야 한다. 어제는 저녁을 7시에 먹고 오늘은 11시에 먹고 내일은 거르고, 이러면 안된다. 몸에 리듬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으로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체질식 외에도 수분과 염분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염분은 장이나 김치, 젓갈, 치즈 같은 체질에 맞는 발효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