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체질의학의 창시자 권도원 박사는 치료에 들어가면서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을 대부분 끊게 했다고 한다. 약물 자체가 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체질침 치료 효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8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한의사들 중에는 약물 디톡스는 하지 않고 체질감별 후 보약팔이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체질에 맞는 보약이니 다른 약보다는 좋겠지만 병인을 제공하는 다른 약물들을 끊지 않고 얼마나 효과를 보겠는가?
약물 디톡스는 딜레마가 있다. 치료를 위해서 대증약물을 끊으면 반동이 온다. 약물로 눌러놓은 증상이 다시 밀려오는 것이다. 환자는 굴복하고 다시 약물에 기대고 싶어진다. 한편으로 치료자를 의심한다. '통증이 줄어야 하는데 왜 더한 거야?' 처음 치료 시작할 때부터 리바운드를 설명하고 "그동안 약물로 눌러놓은 통증이 다시 밀려올 것인데 그것은 악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금 당신이 처한 진짜 상태입니다. 약물은 그동안 그것을 가려놓은 것입니다..." 라고 자세히 설명해주어도 막상 그 리바운드가 밀려오면 환자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약물 리바운드로 밀려오는 고통들은 누구랑 나눌 수 없는, 오롯히 환자 본인이 감당하여야 할 몫이다. 본질적으로 고독한 여행인 것이다. 이제 옆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참견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약물을 끊어서 더 아픈 것 아니냐? 치료하면 안아파야지 왜 더 아프냐?" 심지어 체질치료가 올바른 궤도로 진행하여 효과가 어느 정도 나와서 증상이 줄어들어 가더라도 참견꾼들과 의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왜 더 빨리 안낫는 것이냐?" 닥달을 하기 시작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병이 나아갈 때, 효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의 조급증은 더욱 극에 달하는 것 같다. 본인의 병이 5년, 10년, 20년 묵은 것이라도 상관 없다. 그동안 본인 체질에 해로운 것을 수십년 간 해왔더라도 상관 없다. 바로 지금 당장 아픈 게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다시 대증약물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동안 잠시 그 약물을 끊었기 때문에 몸은 어느 정도 정화가 된 상태다. 약물 내성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증약물의 효과가 다시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이에 환자는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걸. 내가 미련했지 뭐야' 오랜만에 복용한 대증약물의 효과가 맘에 든다. '이 정도면 생활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 물론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복용 횟수가 늘어갈수록 다시 내성이 생긴다. 다시 약물 효과가 멈춘다. 그리고 리바운드로 이전보다 증세는 더욱 폭발적으로 올라온다. 이제 어찌 하나?
요약하자면, 근본치료를 위해서 문제의 약물을 한동안 끊으면 약물 내성이 사라져서 다시 그 약을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 때문에 환자는 그것이 맞는 치료법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대증요법을 붙잡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2016년에 지인 소개를 받고 아토피를 치료해달라고 찾아온 토양체질 50대 여성. 온몸이 가렵고 견갑골 위의 피부와 오른쪽 팔꿈치, 오른쪽 오금의 피부에 염증이 심했으며 긁은 부위에 상처가 난 뒤 딱지가 앉은 상태였다. 환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옻닭을 먹고 두드러기가 났는데 스테로이드를 쓰면서 증상이 만성화되었다. 필자는 스테로이드를 곧바로 중단시키고 체질식을 알려주었다. 세 달 정도 치료하면서 60% 정도는 호전되었는데 환자가 조바심을 내면서 더 빨리 낫지 않느냐고 재촉하더니 며칠 후 나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그 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분 상태를 알려주셨는데 아토피가 다시 극심해져서 치료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환자분이 며칠 후 오셨는데 온몸이 다 헐어서 진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특히 얼굴 피부염이 너무 심해서 충격적이었고 어떤 곳은 검게 패여 있을 정도였다. 환자분 얘기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다시 썼고 잠시 효과를 보았지만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전보다 더 심해지더라는 것이다. 환자분은 참담한 심정으로 '여자라서 이런 모습이 더 부끄럽다. 아토피로 자살한 개그우먼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게, 왜 그걸 다시 드셨어요?'
필자는 언제나 치료 들어가면서 약물 리바운드를 열심히 설명해보지만 어떤 분들은 그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복잡한 건 모르겠고, 지금 당장 편해지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이리라. '리바운드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눈먼 낙관론이다. 당신이 사용한 대증약물 용량에 비례하여 리바운드는 반드시 온다. 먹구름이 끼면 곧 비가 온다. 약물 리바운드도 그와 다르지 않다. 쉽게 이해가 안되면 그동안 본인이 거쳐온 병의 경과를 살펴서라도 그것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더이상 그 약물에 기대면 안된다. 스테로이드 같은 호르몬제, 면역억제제는 더욱 그렇다.
이 분의 케이스는 필자가 앞에서 말한 약물 디톡스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약물 리바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당신은 인내해야 한다. 대증약물의 효과는 공짜가 아니다. 그 약으로 눌러둔 증세는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져서 결국 당신을 덮치게 된다. 당신은 그것을 피할 수 없고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는 결국 찾아오고 마는 것이다. 또 다른 멋진 약물을 찾아다니겠지만 그것도 내성이 생기며, 약가짓수가 늘수록 통제불능의 상태로 진행된다. 그 다음에는 무엇으로 그 상황을 모면할까? 생활습관을 돌아보지 않고 대증약물로 때운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낫고 싶다면 생활습관을 돌아봐야 한다. 만성질환에서 대증약물 의존은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대증약물을 걷어내야 비로소 체질침 체질약 체질식 효과가 100% 나온다. 그 때부터 진정한 치료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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