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창백한 70대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교직 은퇴 후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우리말글을 가르쳐주셨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병력은 2010년 담석증, 2012년 폐암 2기 초에 발견하여 수술, 그 뒤로 디스크 시술, 2014년 심장 스텐트 수술과 다리 골절 치료. 당뇨 진단 받은지는 10년째이며 혈당강하제 쟈디앙듀오와 인슐린8단위를 하루에 두 번 사용중이지만 기운이 없고 어지럽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서 서있기도 힘들고 잘 넘어진다. 게다가 4개월 전부터는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 특히 소변을 1시간에 한 번 꼴로 봐서 깊이 자기 어렵고 소변에 기름이 많이 뜬다. 단백뇨였다. 신장 사구체는 정수기 필터 같은 부분으로 오염된 혈액을 정화하는데 그 과정에서 단백질은 재흡수된다. 사구체에 문제가 생기면 단백질이 재흡수되지 않고 새어나와서 소변에 기름이 뜬다. 이런 증세는 당뇨 말기에 흔히 찾아오는 합병증이다.
필자는 직감적으로 이 분 증세가 '저혈당 쇼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뇨는 고혈당 상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급사하는 당뇨환자들은 대부분 저혈당으로 죽는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이 저혈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저혈당이 오면 어지럽고, 기운 없고, 손이 떨리기도 한다. 심하면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그래서 당뇨환자들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들고 다닌다. 응급시 혈당을 올려주기 위해서다.
인체는 원래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기제가 내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을 끌어올리는데, 열악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몸의 전략인 셈이다. 혈당을 끌어올리는 것은 언제든지 긴급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분의 에너지를 확보해둔다는 의미다. 자기 체질에 안맞는 음식습관을 오래 유지하거나 사람관계에서 갈등이 심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몸 여기 저기 염증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그 염증에 대응하려고 부신 피질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여 유사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고혈당의 형태로 확보한다. 비유하자면 전쟁 전 군자금 비축이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몸이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의료는 고혈당 자체만 문제시하면서 강제로 소위 '정상 수치'까지 끌어내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0명 중 4명이 저혈당을 겪고 심하면 쇼크로 사망한다. 애초에 혈당이 올라가는 것은 몸이 환경에 적응하려는 기제 때문인데, 기존 요법은 그 기제와 맞서기 때문이다.
이 분의 체질을 감별해보니 토양체질이고, 기운이 너무 없다고 하셔서 체질약과 체질침을 병행하였다. 인슐린과 혈당강하제는 중단시켰다. 더 사용한다면 저혈당 쇼크로 목숨을 잃을 터였다.
3회 치료부터 어지럼증이 좋아졌고 5회 치료에서 소변 간격이 1시간 반으로 늘었다. 6회 치료에서는 소변 간격이 2시간으로 늘었다. 8회 치료에서는 "그 전날 넘어져서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고, 아침에 코피도 나타났다"고 하여 일단 무릎을 치료했다. 그 다음날 통증은 줄었고 코피도 없었다. 9회 치료에서 무릎은 거의 다 낫고 "예전에는 기운이 없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온다"고 하였다. 10회 치료에서는 "집에서 어질어질 넘어지는 것도 사라졌다"고 하였고, 13회 치료에서는 "이유없이 몸 아픈 것도 다 사라졌다"고 하였다. 14회 치료에서는 "시아버지가 유명한 내과의사였는데 돼지고기를 못 먹게 했다" 하시길래 "그 분 체질은 돼지고기가 안맞아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본인 체질은 돼지고기가 잘 맞으니 드시라"고 하였다. 17회 치료에서 소변 간격은 4시간으로 늘었다. 21회 치료에서는 "어지럼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23회 치료에서는 "소변 간격이 5시간으로 늘었다. 침실 들어가기 전 한 번 보고 아침에 잠에서 깬 다음 한 번 본다. 1시부터 6시까지 잔다"고 하였다.
환자의 컨디션이 하루하루 개선되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렸다. 24회 치료에서 환자가 "갑자기 조갈증이 난다"고 하길래 체질식을 잘하고 계신지 물어보니 "기운이 좀 더 나라고 요며칠 찹쌀과 수수로 밥을 먹었다"고 한다. 찹쌀과 수수는 토양체질에 해롭다. 특히 찹쌀은 혈당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 위험하다. 환자분에게 이것을 설명하고 보리밥을 드시라고 권했다. 25회 치료에서 찹쌀 수수를 끊고 다시 보리밥을 먹고 있음을 확인했고, 26회 치료에서 "조갈증이 줄고 있다"고 들었다. 27회에서 소변 횟수도 더 많이 줄었음을 확인했다. 28회에서는 "원래 조갈증이 심해서 집에서도 물병을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였다. 29회 치료에서 "새벽기도를 못 갔는데 요새 나간다. 공릉천을 못 걸었는데 이제 걸을 수 있다"고 하였다. 31회 치료에서 조갈증은 가장 심했을 때를 10이라고 할 때 3정도가 되었고, 35회 치료에서 "소변 기름 뜨는 것도 절반으로 줄었다" 38회 치료에서 조갈증은 2 정도였고, 40회에서 "소변 기름 뜨는 것이 처음의 10분의 2로 줄었다" 41회 치료에서는 소변 기름 뜨는 것이 다시 조금 늘었다. 44회에서 조갈증은 1이었고, 48회 치료에서 "조갈증은 거의 없고 소변 기름 뜨는 것은 10분의 1로 줄었다." 49회에서 "야뇨는 더이상 없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27일이 지난 후 다시 고비를 맞았다. 환자가 또 넘어져서 왼쪽 무릎 아래에 타박상을 입었다. 상처가 깊었고 다음날 저녁에 발열 오한이 있었다. 패혈증을 의심하고 모 정형외과에 보냈는데 다행히도 아니라고 하였다. 한 달간 그곳에서 치료 받게 했다. 다만 그곳에서 준 약 중 이 환자 체질의 콩팥을 망가뜨릴 수 있는 약물을 피하도록 하고 궤양을 예방할 수 있는 체질약을 함께 복용시켰다. 그리고 나서 상처가 모두 아물었다.
필자는 침을 놓다가 그 분에게서 강한 은단 냄새가 나서 그것을 사용하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 분은 "식후 개운함을 느끼려고 늘 사용한다"고 하셨다. 은단의 재료는 정향, 계지, 감초 등 토양체질에게 해로운 약재로 구성된다. 이런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토양체질은 건강을 잃고 당뇨가 발병 악화할 수 있어서 곧바로 사용을 중지시켰다. 이처럼 난치병 치료는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숨은 작은 습관들을 포착하여 교정하는 작업이다.
필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이 어떤 경우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약물은 환자가 근본치료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의료는 환자에게 죽을 때까지 그런 약물에 기대어 살라고 한다. 그 말을 따른 사람들 일부는 저혈당 쇼크로 죽는다. 이 분은 시아버님이 대학병원 유명 내과의사였기 때문에 당뇨를 다른 방식으로 치료해볼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혈당강하제를 처방해준 다른 병원에 어지럼증을 호소했을 때 그 병원 의사는 '그냥 참으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이것은 임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비극의 한 단면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약물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철저하게 소위 '정상수치'로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양심적인 의료인들을 통해서 퍼져가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똑같은 혈당수치라도 어떤 방법으로 그 수치에 도달하였는지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체질에 맞는 식습관으로 정상 범위의 혈당수치를 만들어낸 것과 메트포르민을 이용하여 강제로 그런 수치를 만들어낸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실제로 건강하며 수치가 그 건강을 반영하고 있지만, 후자는 실제로는 건강하지 않으며 수치는 실제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여 갭이 존재한다. 그래서 혈당강하제를 복용한 환자가 건강을 자신하며 안도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이며, 잠재적으로 위험하다. 저혈당 쇼크는 그러한 위험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에필로그- 2022년 6월 10일 기록
이 분은 이후 코로나19 백신(화이자) 접종을 받게 된다. 필자는 부작용이 염려되어 만류했으나 환자분은 몸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웃으시면서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요. 맞을래요. (당시 방역정책으로 백신 접종을 받지 않으면 출입제한되는 곳이 많았다.)" 하시길래 더 말리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원하는대로 하시도록 놔두었다.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머리를 감거나 빗으면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씩 떨어져 나온다'고 하셨다. 두피가 듬성듬성 허옇게 보여서 모자를 쓰고 다니셨다. "정말이지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이 분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흐느꼈다.
이 분은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들과 멀어지는 등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깊은 상실감을 맛보고 있었는데, 탈모는 마지막 하나 남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앗아가는 날벼락이었던 것 같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셨다. 필자는 코로나19백신 접종 후 비슷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에 하는 문진은 그저 접종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고 부작용이 나올 환자들을 거르지 못했다.
여름휴가 전날 이 분이 오셔서 왠 종이카드를 주고 가셨다. 겉봉에 글이 적혀 있다. '원장님 더위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잠시 휴가기간 동안 아이들과 시원한 수박으로 더위를 식히세요. OOO 드림' 종이카드 안에는 지폐 두 장이 들어있었다. 필자와 함께 일하는 분들한테도 종이봉투를 남기고 가셨다. 이 분은 만성적인 저혈당 증세에서 벗어났을 때도 기뻐하시며 곶감을 선물로 주고 가신 적이 있어서 이 때만 해도 필자는 그 카드의 진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여름휴가 끝나고 계속 안 오셨는데 이 분의 지인을 통해서 소식을 전해들었다. 황망하게도 휴가기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그 분한테서 '냉면 한 번 같이 드시자'고 연락이 왔는데 일이 있어서 다음으로 미루셨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후 갑자기 부고 문자를 받았다는 것. 필자는 그제서야 그 종이카드가 자살하는 사람이 남기는 죽음의 신호였음을 깨달았다. 이 분은 가시기 전에 신세 진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남겼고 지인과 마지막 식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치료중 이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도 새롭게 해석됐다. "나는 내가 아픈 것, 힘든 것, 안 좋은 것 남한테 보여주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에요.", "난 여기 왔다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에요.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백신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도 끝까지 접종을 막지 못했던 까닭은 백신 반대론자들을 마녀사냥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료권력과 그 나팔수들이 끝없이 선전하고 강제하는 백신주의에 세뇌당한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비춰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손가락질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수 있는 게 지금의 한국사회다. 하지만 누구 말이 맞았는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접종 후 2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18000명 이상이 중증환자가 됐으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의료당국은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인과성을 부정하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미디어가 백신에 반대한 어느 의료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대신 백신과 관련된 의문점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살폈다면, 그리고 국민들의 몸을 대상으로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은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 숫자는 그 어리석은 입막음의 나비효과가 아니겠는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과 악몽 (0) | 2020.09.19 |
---|---|
바이러스는 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0) | 2020.08.20 |
지네 (0) | 2020.06.26 |
의료는 신기루를 쫓고 있다 (0) | 2020.05.27 |
잠복결핵 (0) | 2020.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