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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울증과 악몽

10년 전 편두통과 족저근막염을 치료해드린 50대 여성이 몇달 전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척추협착으로 인한 요통과 저림, 2년 전부터 갱년기 증후군으로 인한 식은땀, 그리고 4달 전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중인데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

복용중인 약물은 통증에 대하여 세카론정 베아스타정 리마프란정, 우울증 불면증에 대하여 제프람정 트리티코정 졸피드정 아졸락정 인데놀정 스타브론정을 복용하고 있다. 이런 약물은 대증요법으로 잠시 증세를 가라앉힐 수 있으나 오래 복용하면 감당키 어려운 부작용이 뒤따른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상당수가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치매 가능성을 높이고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와 흡수를 교란하여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폐인으로 만들어간다. 근본치료를 위해서 약물 디톡스가 필요했다. 

제프람정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인데 디톡스가 어려운 약물 가운데 하나다. 약을 끊으려고 하면 잠이 안 오고, 불안과 분노가 치밀고, 우울해져서 결국 스스로 다시 약을 찾게 된다. 거의 마약이나 다를 바 없다. 환각이 보이는 경우도 예사이며 자살충동도 증가한다. 졸피드정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루었던 바로 그 졸피뎀이다. 마찬가지로 약물에 의존할수록 불면증이 악화되고, 악몽을 꾸며, 환각이 보이고, 우울해지고, 초조해지고, 자살충동을 증가시킨다. 아졸락은 벤조디아핀계 약물로 역시 의존성이 강하며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스타브론정은 티아넵틴나트륨 성분의 약물인데 역시 약물 의존성이 강하며, 악몽을 꾸게 하고, 자살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인데놀정은 베타차단제로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켜 불안을 완화하는데 심장 기능을 인위적으로 누르다 보니 울혈성심부전이나 방실차단을 유발할 수 있다.

복용 약물 가운데 무려 세 가지가 자살충동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이런 무서운 약물을 아무 거리낌없이 처방하는 것은 이 환자가 자살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 약물 때문인지 모르고 단지 '우울증이 악화되어 죽었나 보다'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항우울제가 자살을 유도한 것인데도 '그러니까 우울증 방치하지 말고 항우울제를 더 열심히 복용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으로 유도해가기도 한다. 우울함을 달래려고 복용하는 약물들이 최종적으로 더 많은 우울감을 주어 자살케 하는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우울하다는 것은 본인이 우울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본인 체질에 해로운 음식과 약물을 달고 살면 정신에도 영향을 주어 우울해진다. 피해망상, 의처증, 환청, 악몽 모두 그런 원인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반드시 체질에 맞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약물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사람들의 활동이 제약되거나 강제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상황, 뉴스 보도가 사람들을 끝없이 겁박하는 상황도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고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끝없이 교류해야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여성 자살률이 40%나 급증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닐까? 

필자는 이런 약물을 디톡스하기 전에 환자분에게 가족이 있는지, 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지, 가족과 사이가 좋은지 묻는다. 가족이 있으면 살아갈 이유가 있으니 자살충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면 자살을 시도할 때 막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 사이가 좋다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환자를 지켜볼 것이다. 환자에게 종교가 있는지 물어볼 때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종교는 자살을 죄악의 하나로 규정하기 때문에 환자가 그 신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자살 가능성이 줄어든다.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려고 자살을 하지만 자살한 다음 더 큰 고통(지옥)을 만날 수 있다면 자살을 망설일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와 자연사할 때 외부의 눈으로 보면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주관적으로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죽어가면서 의식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목격하게 되는 일종의 환각같은 체험들이 특별히 자살할 때 훨씬 더 불쾌하고 더 고통스럽고 더 후회스럽고 더 공포스럽고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체감되어 그것을 '지옥'이라고 부르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누가 죽었다가 살아나서 증언을 해주지 않은 이상 지옥이나 천국의 존재는 증명이 불가능하니 종교는 영원히 탄로나지 않을 거짓말 뒤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믿음이 환자한테 도움이 된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또한 교리가 가진 메세지의 울림이 사람의 살아갈 의지를 북돋고 담대하게 이겨나가도록 돕는 경우도 있다. 나약한 사람의 심성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비틀거리고 버려진 존재가 그 모든 세상의 잡음에서 초연해질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 사람이 그 사람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 메세지가 어디서 굴러왔든 그 사람에게는 진실이다.

이 환자는 2010년에 이미 토양체질로 정확히 감별되었고 당시 단 몇 회 만에 치료가 끝나는 등 결과가 매우 좋았다. 체질이 정확히 감별되면 가장 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치료의 올바른 방향 중 가장 큰 줄기를 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 체질을 모르면 치료 수단을 채택할 때 그 환자에게 해로운 약물이나 요법을 피해갈 수 없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모든 체질에게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보편적인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체질을 아는 것이 안전한 치료의 첫걸음이다)

게다가 이 환자가 향정을 복용한 기간은 4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복용 기간이 길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약물 디톡스를 하면 그동안 사용한 대증요법과 잘못된 섭생으로 빚어진 내부장기의 불균형이 다양한 증세(신경증 포함)로 여실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눌려있던 증상들이 모두 전면에 드러난다. 그것은 환자가 풀어야 할 밀린 숙제이며 잘못 살아온 인생의 복습이다. 그걸 감당하려면 내부장기의 불균형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체질식, 체질침, 체질약이다.

난치병일수록 체질식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환자가 "체질식을 못할 것 같다"고 하면 약물 디톡스를 성공하기 어렵다. 약물 디톡스를 성공하려면 체질식이 필수조건이다. 체질에 맞는 음식 종류를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양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체중인 환자는 더욱 그렇다. 이가 안 좋으면 음식을 갈아서라도 섭취해야 한다. 환자 본인이 낫고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 본인은 뒷짐지고 누가 내 문제를 다 알아서 해결해주겠거니 안일한 자세를 취하면 안된다. 약물 중단 후 리바운딩이 심하게 올라올 가능성이 있으면 체질약을 병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 분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끊는 중에도 자살충동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어서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체질약을 처방해드렸다.  

체질침 1회 치료 후 환자는 다음날 새벽 5시 반이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새벽부터 몇 시간은 잤으니까. 수면시간은 점점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 다음날은 우유를 먹고 설사를 4~5회 했다. 설사를 멈추기 위해서 보리밥과 보리차를 반드시 드시라고 권했다. "밤새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장르는 공포물이다.

그 다음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만 "그 전에는 일어날 때 불편한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이 사라졌다"

그 다음날 "예전에는 꿈에 죽은 사람이 가까이 보였는데 지금은 멀어졌다" 하시길래 "점점 더 멀어질 겁니다" 안심시켜 드렸다. 설사는 완저히 멎었다.

그 다음날 "꿈이 기억이 안난다. 어젯밤은 식은땀도 안났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틀 뒤에 오셨는데 "3~4시간은 잤다. 식은땀은 안났다. 그저께 오른쪽 발뒷꿈치가 아프고 오른쪽 허벅지가 시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음날 사라졌다"고 하였다.

그 다음날 "잘잤다"

그 다음날 "잘잤고 이상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이틀 뒤에 요통 치료를 들어갔다. 그리고 나흘 뒤 "밤에 소리 나면 아직 무섭다"고 하여 다시 정신 치료를 했다. 다음날 환자는 "밤에 무섭지 않았고 잘잤다" 그 다음 2주간 요통 치료를 해드렸고 그 동안 우울증, 불면증, 악몽은 재발하지 않았다. 한 달 정도만에 의존성이 강한 약물들을 모두 끊고 완치된 것이다.

요즘 세상은 대증요법이 유행한다. 대증요법은 당장 눈 앞의 증상을 소멸시켜 다 나은 듯한 착각이 들지만 진짜 나은 것이 아니며 병은 더 깊어진다. 그리하여 점점 더 약물 의존성이 강해지는데 이런 특징은 마약과 비슷하며 실제로 대증요법의 극단에서는 아편 같은 마약이 활용되고 있다.

필자가 이 분을 치료하지 않고 보냈다면 약물중독으로 폐인이 됐거나 자살했을 것이다. 수십년간 향정을 복용한 환자들은 좌불안석에 몸을 떨고 버럭버럭 화를 내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여 보호자로부터 곤란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많다. 이런 약물은 스스로 자기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정신적 불구를 만든다. 정신의 파괴. 이것이 어떻게 의료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향정에 중독되면 인기 톱의 여배우조차도 극단적인 불행감으로 자살을 선택하며 재벌 총수조차도 약물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아무도 이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정신과는 미쳐 있다. 그 약물들 상당수가 합법적인 마약이다. 이것이 인간세상의 큰 비참함이다. 사람들은 의료에서 허준과 히포크라테스를 기대하지만, 마약을 투여하는 의사보다 마약을 끊도록 도와주는 의사가 더 큰 리스크를 진다면 허준과 히포크라테스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성자가 수난을 당한다면 누가 성자가 되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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