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의료는 혈압,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약물로 조정한다. 건강한 혈액 = 혈압,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는 혈액. 이와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면 이런 요법은 옳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양쪽이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건강한 혈액은 그 수치만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무엇이 아닐까? 그러면 어떤 점을 더 고려해야 할까? 더 많은 수치들을 나열해야 할까? 건강검진에서 확인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를 추가해보자. 그리고 더 많은 수치를 더해보자. 이제 되었나? 이제 만족할 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건강한 혈액을 정의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더 많은 항목이 리스트에 더해져도 뭔가 허전하다. 왜냐하면 그 리스트를 구성하는 항목들은 모두 혈액이 건강해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나타낼 뿐이며 그렇게 혈액이 건강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살펴야 한다. 그러면 건강한 혈액을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섭취하는 음식, 활동, 주거환경, 타인과의 접촉이 본인 체질에 맞아야 한다. 생활습관이 그런 혈액을 만들어낸 원인이다. 따라서 의료는 그것에 대하여 명확한 지침을 세우고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환자 체질에 무엇이 맞고 안맞는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 (8체질의학은 이런 지침을 갖추고 있다) 그런 지침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의료는 건강이라는 신기루를 쫓으며 사막 한가운데를 방황할 뿐이다. 그런 의료는 의료 본연의 목표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의료가 그러한 지침 없이 지금처럼 여러 가지 약물로 그저 결과값을 억지로 수정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혈압, 혈당의 수치가 뭇사람들의 평균값에 도달했으니 이제 괜찮다고 거짓된 위안을 줄 뿐이라면, 실제로는 건강하지 못한 혈액과 그것을 건강하다고 믿는 환자들의 인식 사이에 틈이 벌어지며 그 갭이 클수록 환자는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필자는 그런 수치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결과와 원인을 혼동한 것이 의료 분야에서 거대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혈압, 혈당 수치는 단지 체질에 맞는 생활습관의 '결과'인데도 오늘날 두루 퍼진 의료 행태는 그것 자체를 건강한 혈액을 만드는 '원인'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한 착각이 수치에 대한 강박을 만들며, 안전하다고 여기는 수치 범위가 점점 좁혀지는 것도 그와 같은 강박 때문이다.
그러한 강박은 오히려 병을 새로 더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 피질에서 몸 안의 콜레스테롤을 활용하여 코르티솔을 합성 분비하여 혈압 혈당을 끌어올린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적응하거나 대응하기 위해서 예비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불편한 환경에서 심장은 더 강하게 펌핑해야 하고 핏속에는 여분의 당을 충분히 확보해서 긴급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몸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반응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병(고혈당)을 치료하려면 무엇이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아내서 그것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는 그 원인을 계속 빈 칸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 원인은 체질에 따라 다른데 지금의 의료는 그런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을 같은 조건으로 보고 치료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규명해낼 수가 없다. 어느 체질은 닭고기를 먹으면 두통이 오르는데 다른 체질은 그런 증세 없이 오히려 소화력이 개선된다. 만일 체질 구분 없이 다 같다고 보면 '닭고기를 먹고 두통이 생기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그것 때문이 아니구나. 다른 원인이 있겠구나'...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어 원인을 포착할 수 없고 그저 결과값인 혈압, 혈당만 강제로 끌어내리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앞에서 말한 자기보호 메커니즘을 방해하므로 더 많은 문제를 낳는다. 다시 말해 병이 가지치기를 한다.
약물로 방해 받더라도 몸은 포기하지 않는다. 몸은 생명이 남아있는 한 밀린 숙제를 한다.
혈압강하제로 혈압을 떨어뜨리면 몸은 그것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원래의 높은 혈압을 회복하려면 이번에는 더 큰 심장의 흥분이 필요하다. 혈압강하제의 효과를 지워버릴 정도로 강력한 흥분 말이다. 그러한 흥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심혈관계는 서서히 망가진다. 약한 엔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출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격이다. 실제로 혈압강하제 부작용이 대부분 심혈관계와 관련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가장 흔한 혈압약인 칼슘채널길항제는 안면홍조, 심계항진, 혈관염, 전신피로, 어지럼증, 발기부전 등이 나타나며 심장발작과 심부전의 발생 빈도 역시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혈관을 보호하려고 먹는 혈압약이 심혈관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일본 간토 의료클리닉 원장이며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의 저자인 마쓰모토 미쓰마사에 따르면, 혈압약 복용자는 뇌로 가는 혈류가 약해져 치매가 오기 쉽고 뇌경색을 유발하며 자립도가 떨어진다. 또한 혈압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혈압이 낮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의 경우 최고혈압을 140이하로 낮춘 사람이나 140-160 사이로 낮춘 사람이나 건강 개선 효과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도 마찬가지. 혈당강하제로 혈당을 떨어뜨려도 몸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다시 혈당을 끌어올린다. 여기서 진실은, 혈당강하제로 혈당을 강제로 낮추었기 때문에 그만큼 몸이 자기의 목적, 즉 예비력의 확보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포는 자발적으로 단식에 들어가고, 췌장은 인슐린을 점점 분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모두가 혈관 안에 당을 더 많이 간직해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몸 전체는 기갈에 시달린다. 더 많이 먹어도 몸은 말라가고 갈증과 피로가 일상이 된다. 최종적으로는 장기가 망가진다. 약을 투여한 사람의 의도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다.
약물을 사용하여 혈압이나 혈당이 표면적으로는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더라도 그 아래에서는 약물의 강제력과 몸의 자연스러운 질서가 만들어내는 힘이 충돌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차가 망가지는 법이다.
처음부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었다면 몸이 그렇게 혈압, 혈당을 올릴 필요도 없었을 터, 몸(자연)의 의도를 무시한 채 강제로 결과만 수정하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요법으로 질병에 개입하더라도 근본원인을 살펴야 하고 몸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그런 요법의 효과는 불변하는 생명의 질서에 의해 결국 상쇄되고 만다.
위에서 살펴본 문제들은 고지혈증약에서 더 파괴적으로 나타난다. 콜레스테롤은 본래 세포막을 구성하는 재료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였다면 그것은 곧 세포막을 보수해야 할 필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포막이 망가지는 것은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이 본인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활습관을 바로잡지 않고 고지혈증약(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세포막은 약해지고 세포는 세포막 밖의 와일드 월드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그런 악조건에 처하더라도 세포는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되는데...그 노력이란 바로 세포막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던 고대의 원핵생물처럼 단순하게 변신하는 것이다.(돌연변이) 그 세포는 원래 다른 여러 세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았지만, 이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막이 사라지거나 약해졌기 때문에 더이상 그럴 수 없으므로 홀로 폭주하며, 그것이 그 세포의 새로운 생존방식으로 자리잡는다. 그것은 원시 원핵생물처럼 무한 증식하며 다른 세포와 장기의 영역을 마구 침범한다. 이것이 바로 암이다. 2018년에 나온 논문에 따르면, 고지혈증약(스타틴)은 암 발병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응급시 위에서 열거한 약물로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때는 단시간 사용되므로 그 약물이 만들어내는 '자기보호 메커니즘의 무장해제' 그리고 그에 대한 몸의 되먹임이 스스로를 위험한 지경까지 몰고 가지 않는다. 문제는 응급의학에서 그런 요법들로 얻어낸 성과를 만성질환에 억지로 적용할 때 생긴다. 그런 약물로 자기보호 메커니즘의 무장해제가 수십년간 지속되면 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심혈관이 망가지고, 당뇨합병증에 시달리며, 암에 걸린다.
언젠가부터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기 보다는 '관리'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대증요법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으니 '관리'하게 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중심에 두고 그 근본 원인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불과한 수치를 중심에 두고 강제로 조정하려 하기 때문에 치료가 될 리 없고, 그러한 무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평생 혈압 혈당 지질 수치를 관리하라'고 사회 구성원 전체를 집단세뇌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의료는 그것의 본래 목적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오늘도 신기루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