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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신과 출산, 체질에 맞게

자손을 얻는 것은 생명체로서 당연한 기쁨인데 이 당연한 기쁨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풀 속에 숨어 사는 벌레도, 거리의 고양이들도 새끼를 낳아 기르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자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거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그리고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보인다.


8체질의학에 따르면 난임은 잘못된 섭생으로 부부 각자의 체질적인 불균형이 커지는 것이 원인이며, 따라서 체질에 맞게 섭생 및 치료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분들 가운데에는 요행수로 임신이 되겠거니 생각하고 차일피일 귀한 시간만 버리거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여러 번 받다가 과배란의 후유증으로 몸만 망가지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분들이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필자 부부의 임신 및 출산 경험을 공유해본다. 필자는 젊은 시절 방황을 길게 한 탓에 결혼을 늦게 하였다. 그래서 결혼 후 집사람과 의논해서 아이를 바로 갖기로 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8체질의학으로 건강을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 출산에도 이 지식을 적용해보기로 하였다. 집사람만 체질식을 하면 되었고 다행히도 집사람은 찬성하였다. 집사람은 토양체질이어서 주로 보리밥과 돼지고기 그리고 체질에 맞는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비뇨생식기계통을 보강할 수 있는 체질약과 천연비타민 E을 매일 꾸준히 복용시켰다. 그 다음 생리주기를 관찰하여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만 관계를 가졌다. 그 결과 결혼 후 3개월 쯤 임신이 되었다.

임신이 되는 것 뿐 아니라 임신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모가 건강하지 않으면 쉽게 유산이 된다. 메마른 땅에 곡식을 심어봐야 잘 자라지도 않고 요행수로 싹이 튼다고 해도 중간에 시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유산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임신 후에도 체질식을 계속 실천해야 한다.


임산부가 체질식을 하려고 하면 임신과 관련된 기존 상식과 부딪히게 된다. 예를 들어 엽산제 복용이 그렇다. 집사람은 임산부들이 흔히 복용하는 엽산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엽산제는 비타민 B군인데, 비타민 B는 소화계가 약하게 타고난 수양체질, 수음체질, 목양체질에 한해서 유익하게 작용하며 소화계가 강하게 타고난 토양체질한테는 해롭게 작용한다. 체질에 따라 부족한 비타민은 따로 있으니 그것을 보충하되, 가능한 과일이나 채소 등 자연식으로 섭취하고 비타민제는 자연식을 철저히 한 다음 실천하는게 바람직하다. 식사는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로 대충 때우면서 알약 몇 개로 건강한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것이다. 매끼 식사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명상서적에서는 '식사를 할 때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과 같은 정성으로 하라'고 하였다. 범신론적 관점에서 우리 몸은 신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제 몸을 잘 돌보는 것이 신을 섬기는 길이다. 신에게 패스트푸드를 바칠 수는 없지 않은가?


토양체질 임산부들이 엽산제를 복용하면 강하게 타고난 소화계가 항진되기 때문에 식욕이 무섭게 늘어서 본인도 컨트롤하지 못하게 된다. 계속 쉬지도 많고 먹어치우는데 주변사람들은 '임신중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당뇨나 고혈압이 와서 더욱 더 많은 의학적 개입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소화계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그것과 길항관계인 비뇨생식기계통이 약해지면서 유산을 하기도 하며, 유산을 하지 않더라도 기형아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기형아를 예방하겠다고 복용하는 엽산제가 체질에 따라서 오히려 기형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놀랄 일이지만 실제로 엽산제를 복용한 산모 중에서도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례는 많다. 그런 분들은 나름 철저하게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한 것이 납득할 수 없겠지만, 이것은 사실 자기 체질을 살피지 않고 엽산제를 복용한 결과로 얻는 폐해다.


여성들은 보통 임신을 하면 태아가 잘못 될까봐 매우 조심스러워져서 일상적인 활동을 포기하는 반면, 태교를 한다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된다. 좋은 책을 읽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호흡을 가다듬거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그런 활동은 모두 의미가 있겠으나 태아에게 분명히 유익하게 작용하려면 태교의 본질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태교는 오직 '모체母體를 안정시키는 것' 뿐이다. 모체를 안정시키려면 모체가 가진 타고난 불균형을 상쇄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8체질의학이 제시하는 체질섭생법이다. 체질에 맞게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쉬면 그것으로 모체는 안정되고, 모체가 안정되면 거기서 자라는 태아도 안정된다. 이것으로 충분하며, 좋은 책을 읽거나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이런 것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다. 즉 산모는 '일시적인 이벤트'로서 태교를 할 게 아니라 자기 몸과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늘 하던 대로 체질식에 집중해야 한다. 해야 할 것은 많지 않다. 일일히 많은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체질식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집사람은 임신 초기에 가끔 입덧을 했는데 그 때마다 필자는 체질약(이 처방들에는 자궁 수축을 촉진하는 약재는 들어가지 않는다.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다)이나 체질침으로 치료해줬다. 입덧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물에 대한 거부반응이며, 모체가 체질에 맞지 않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회피하도록 함으로써 모체를 안정시키고 결과적으로 태아를 보호하려는 몸의 반응이다. 체질식을 더 철저하게 지키면서 입덧은 가라앉았다.


집사람은 여름 내내 수박을 달고 살았다. 본인 말로는 '임신 초기 맹물을 마시면 토할 것 같은데 수박을 먹으면 그게 없어서 좋다'고 했다. 수박은 토양체질의 약한 콩팥을 보하여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도록 돕는다. 수액대사 이상으로 인한 구토도 멈출 수 있다. 보통 임산부들이 막달에 가까워질수록 뚱뚱해지는데 집사람은 막달이 될 때까지 붓지 않고 날씬했다. 태아가 자람에 따라 배가 나오고 그런 배를 지지하기 위하여 엉덩이와 대퇴부에 살이 적당히 붙었을 뿐 얼굴이나 손발이 퉁퉁 붓는 일은 없었다. 집사람은 막달까지 일상적인 활동을 다 했다. 장도 보고 설겆이도 하고 빨래도 돌렸다. 따로 특별한 운동이나 호흡법을 연습하진 않았다. 체질식으로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됐고 그 자체가 운동이 됐다. 그것 말고는 저녁을 먹고 함께 산책을 나간 정도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출산 즈음하여 이슬이 비치고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가서 2시간만에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집사람은 그날 출산한 산모들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에 아이를 낳았다. 필자는 원래 '자연주의 분만'까지 원했지만 집사람은 그냥 일반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하길 원하여 그렇게 했다.


토양체질 산후조리에 돼지족발이 좋아서 출산 후 바로 섭취하도록 했다. 집사람은 다음날 바로 걸어다녔다. 요실금 증세가 출산 직후 있었는데 바로 사라졌다. 계속 족발을 사주었는데 3일째 되는 날에는 대변이 안 좋다고 한다. 살펴보니 시중에 파는 돼지족발은 계피, 생강, 후추 같은 열성향신료가 들어간다. 아마도 돼지의 잡내를 잡으려고 넣은 것이겠지만 토양체질한테는 해롭게 작용해서 족발 대신 보쌈을 주었더니 대변상태가 다시 좋아졌다.


집사람은 출산 3일 뒤에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조리원에 들어간지 3일쯤 미열이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보이길래 복용중인 약물이 있는지 확인해보니 병원에서 준 항생제를 먹고 있다. 토양체질한테 항생제는 유독 해롭게 작용한다. 항생제의 신장 독성은 주로 토양체질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토양체질의 약하게 타고난 콩팥은 항생제를 복용할 때 더욱 약해지고, 오래 복용하면 콩팥 뿐 아니라 청신경도 망가져서 귀가 멀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진료를 하다 보면 실제로 감기약을 오래 먹다가 귀가 멀어버린 할머니들을 가끔 본다. 바로 항생제에 약한 토양체질들이다. 그래서 토양체질은 항생제 사용을 가능한 최소화해야 한다. 항생제 복용을 중단시키자 다음날 미열은 사라졌다. 아마 그 항생제는 출산시 생긴 회음부 상처가 덧나지 말라고 준 것일 텐데, 물론 그런 종류의 항생제가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상처 부위에 다른 유해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고, 환부에서 새살이 돋도록 습윤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체질식이나 체질약을 통해서 약한 비뇨생식기계통을 보하는 것이다. 필자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한방연고를 주었고 회음부는 빨리 아물었다. 나쓰이 마코토라는 일본의사가 있는데, 화상이나 창상에 사용하는 '메디덤'이라고 하는 제품의 프로토타입인 하이드로콜로이드를 개발해낸 사람이다. 화상치료의 1인자인 그가 주장하는 것은 '상처는 소독하지 말고 상처가 회복될 수 있는 습윤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빨리 낫는다'는 것이다. 소독을 하는 순간 유해균이 죽지만 피부점막층을 보호하는 유익균도 사라지고 그 유익균이 사라지면 유해균이 결국 더 많이 증식해버려서 오히려 치유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한방연고의 원리를 살펴보면 그 연고를 구성하는 약재성분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연고를 바르고 회음부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었다.


보리밥과 돼지고기를 계속 섭취하니 모유도 많이 늘었다. 너무 많이 나와서 옷에 묻을 정도였다. 유두 주변과 겨드랑이 쪽을 살짝 누르기만 해도 젖이 나온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이한테 첫날 밤에만 분유를 먹이고 그 다음부터는 모유를 집중적으로 먹일 수 있었다. 낮에는 직접 수유를 하고 밤에는 유축해두었다가 조리원 담당자한테 건네주면 아기가 깨었을 때 먹인다. 모유 수유를 하면 아기의 면역력도 좋아지지만 산모가 몸을 푸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젖 모양이 망가진다면서 모유를 안먹이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젖을 안먹이면 몸매가 망가진다. 아기가 젖을 빠는 자극이 자궁 수축을 도와서 몸이 빨리 회복되는데,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모유를 먹이는 추세인데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서 먹이고 싶어도 먹이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다. 체질식을 하면 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된다.


집사람이 튼살이 생길까 걱정하길래 '체질식을 하는 한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집사람은 체질식을 열심히 했고 실제로 튼살은 생기지 않았다. 집사람은 여기에 대하여 필자에게 아직도 고마워한다.


한국에서는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이는 풍습이 있는데, 8체질의학의 관점에서 미역은 수양체질과 수음체질한테만 도움이 될 뿐 나머지 체질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토양체질한테는 매우 해로워서 산후풍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필자의 집사람도 출산 후 미역을 전혀 먹지 않았고 돼지고기와 보리로 건강하게 몸을 회복하였다. 체질에 맞게 섭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 가장 단순한 해법임을 임신과 출산에서 다시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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