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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스크로 인한 작열감

아담한 체구의 50대 여성 한 분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치료받으려 온 적이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일반적으로는 사고 이후 얼마 안되어 내원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 분의 증상은 4년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그 주요한 증상은 경추의 장애로부터 유래하는 두통(머리 조임)과 방산통과 팔저림과 손떨림, 그리고 사고 당시 입은 무릎 타박상이 더욱 악화되어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관절에서 느껴지는 통증, 사고 당시 요추에 받은 충격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발바닥의 화끈거림 등이었다.


이 분은 소위 '신경성형술'이 유행하던 때 모 병원에서 그 요법을 시술받다가 증상이 더 악화되어 그 뒤로는 병원쇼핑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전전하였다. 신경성형술은 비수술 디스크 치료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 나온 것인데 결국 그 요법의 핵심은 스테로이드를 환부에 주사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라 통증의 재발 및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 후유증을 낫기 위해서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요법을 시술받았으나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다. 디스크 수술은 워낙 부작용이 많다 보니 요새는 비수술요법들이 득세한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름만 바꾸었을 뿐 기존 소염진통제 요법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디스크 증후군에 대하여 8체질의학에서는 내부장기의 불균형이 심화된 상태가 척추에 영향을 준 결과로 본다. 그리고 그 내부장기의 불균형은 체질에 맞지 않는 생활습관(특히, 음식)에서 비롯하므로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체질에 맞게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 환자분은 집이 멀어서 아예 필자의 한의원 근처 수도원에 묵으면서 거의 매일 체질침과 체질약, 물리요법으로 집중치료를 받았고 그 결과 발바닥의 작열감과 손떨림 등이 처음의 불편함을 10이라고 할 때 2까지 감소하였다.


이 분의 증상은 교통사고의 충격이 1차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으나 이후의 잘못된 섭생 및 치료가 증세를 악화시킨 것이다. 그동안 고통이 거듭되어 환자의 마음은 약해져서 종교에 의지하게 되었고 거기서 위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본인한테는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여 체질섭생같은 생활습관의 전환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마음자리를 한 생각이 다 채워서 다른 얘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본인의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는 정도가 심할수록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경직된 태도가 나온다. 경직된 태도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현재의 고통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요법들이 진정한 해법이 아님을 의미하며 그것을 다른 요법으로 전환해야 함을 뜻하지만, 고통에 오그라든 마음은 이미 쥐고 있는 것을 내려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사람의 모양을 한 인격신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만물에 작용하는 하나의 섭리logos로서 존재할 것 같다. 햇빛이 누구에게나 따스함을 나눠주듯이 그 섭리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될 것이다. 누가 아프다면 그 섭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매일 먼 곳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것은 그 섭리를 이해하는 것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 낫게 해달라고 빌 것이 아니라 무엇이 병의 원인인지 명료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음양陰陽이라는 말로 그 섭리를 표현했다. 음양론은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불균형에 관한 이론'이다. '한 쪽은 덥고 한 쪽은 차다', '한 쪽은 강하고 한 쪽은 약하다' 이런 것이 불균형이다. 몸의 균형이 깨져서 병이 온다는 것이다. 8체질의학에서 다루는 몸의 불균형은 내부장기의 불균형이다. 체질에 따라 약하게 타고난 장기와 강하게 타고난 장기가 있다. 본인 체질에 맞지 않는 섭생은 강한 장기는 더 강하게 그리고 약한 장기는 더 약하게 만들어 이 불균형을 더 커지게 하여 건강을 잃게 하므로 그 불균형을 조율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가 된다. 새로운 치료법에 부화뇌동할 게 아니라 내 체질을 먼저 알아야 한다. 체질에 따라 모든 요법들의 효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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