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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부상재균

대학 시절 생화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무슨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장품에 대해서 말씀을 꺼낸 적이 있다. 그 분은 '화장품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화장품 크림이 피부 속으로 깊숙히 스며든다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하였다. 피부가 하는 역할이 외부의 이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피부 속으로 스며들겠는냐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문득 '화장'이라고 하는 행위에 의문이 생겼다.

 

아름다운 피부를 갖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오래된 소망이지만 그것을 위한 합리적인 노력은 부재해 보인다. 각종 화장품들의 사용은 다분히 관습적이며 화장품 광고는 단지 자연이나 첨단과학의 이미지를 팔아 먹는데 급급할 뿐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해보인다.

 

아름다운 피부란 어떤 것일까?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피부, 건조하지 않고 윤기있는 피부, 늘어지지 않고 탄력있는 피부다. 이런 좋은 상태가 유지되려면 피부의 항상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피부에는 늘 피부에 서식하면서 피부를 보호하는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피부상재균이라고 한다. 피부상재균은 피부에서 나오는 피지wax를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샴푸나 비누, 세제, 화장품 크림 등이 닿으면 이 피지가 많이 제거되어 피부상재균이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 된다. 피부상재균의 세력이 약해지면 다른 해로운 균들이 증식하는데 그 결과 피부는 거칠고 건조해지고 피부 노화가 촉진된다.

 

피부를 보호하려면 피부상재균이 살아야 하고, 피부상재균이 살려면 피지가 적당량 남아있어야 하고, 피지가 남아있으려면 샴푸 사용을 멈추고 물로만 씻어야 한다. 또 물에 씻는 것도 너무 자주 하면 안된다.

 

주부들 중에는 설겆이를 할 때 장갑을 끼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의 손은 십중팔구 거칠고 습진으로 고생한다. 잦은 세척으로 피지가 다 씻겨나가 그것을 먹이로 삼는 피부상재균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여배우들 사진을 보면 화장을 한 모습과 화장을 지운 민낯이 너무 달라서 충격적인 사람들이 많다. 고급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훨씬 피부에 공을 들이지만 그 화장품 크림이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를 녹여내 피부상재균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을 만들 때 쓰는 왁스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본인 몸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피지는 모두 닦아내고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인공피지를 바르는 것인데, 인공피지가 자연피지보다 나을리 없으며 그것들 상당수가 오히려 두피염을 유발하고 대머리를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샴푸나 비누를 쓰지 않고 머리를 감으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천연왁스가 적당량 남아서 그것만으로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그 천연왁스는 내 몸에서 분비된 것이므로 화학제품들처럼 두피에 극심한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 자체로 모발을 보호하므로 린스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수를 할 때도 머리를 감을 때도 목욕을 할 때도 결코 피지를 모두 남김없이 씻어내면 안된다. 샴푸 없이 온수만으로 두피를 골고루 마사지하면서 머리를 감으면 피지는 적당량 씻겨나가고 일부는 남으며(교감신경긴장형 체질[각주:1]의 경우 마지막에는 냉수로 마무리해야 한다) 이 피지가 피부상재균을 살려서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피지를 샴푸로 모두 씻어내면 머리카락은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며 가늘어진다. 또 두피에는 비듬이 날리게 된다. 반면에 샴푸를 안 쓰고 물로만 씻어내면 머리카락은 윤기있고 숱이 적당히 있으면서 두피도 건강해진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 사람이 체질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질식을 하지 않으면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지고 피지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 피지의 성분이나 상태도 정상적이지 않아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이 피지를 모두 씻어내기 위해 샴푸나 비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피부상재균이 죽기 때문에 다시 피부 노화가 촉진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려면 먼저 본인 체질을 정확히 알고 체질식을 실천해야 한다. 체질식을 하는 것은 심플 라이프를 위한 지름길이다. 체질식 하나를 함으로써 다른 많은 것들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삶은 단순해진다.

  1. 자율신경계에서 교감신경이 늘 흥분되어 있는 체질로 수양체질, 수음체질, 금양체질, 금음체질을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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