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이 넘은 노인 한 분이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다리에 쥐가 심하게 나서 잠자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고, 저리며, 부정맥도 있다. 본인의 다리근육을 보여주시는데 신기하게도 근육을 밀면 제 위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옆으로 살짝 돌아간다. 轉筋이었다. 침치료를 하고 근육으로 혈류를 개선하는 치료제를 주었더니 다음날 바로 쥐가 나는 것이 멈춰서 숙면을 취했으며, 저림도 많이 줄었다. 며칠 치료하면서 저림은 거의 사라졌다. 1
이 분한테 저림이 생긴 즈음에 드신 약이 없는지 물어보니 '쎄토마'라는 약을 드셨다고 한다. 이 약은 비타민E와 마그네슘을 합한 것이다. 저릴 때면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약을 일부러 더 많이 드셨는데 점점 악화되더라는 것. 이 분은 목양체질인데, 목양체질은 체질적으로 비타민 E가 해롭게 작용한다. 비타민도 체질에 따라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넘치기 쉬운 비타민이 있어서, 본인 체질에 맞게 복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목양체질은 비타민E 과잉이 되기 쉬운 체질이라서 이것을 드신 것이 오히려 해롭게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비타민 역시 특정 장기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위 '토코페롤'이라고도 부르는 비타민E는 비뇨생식기계통을 촉진하는데 체질적으로 비뇨생식기계통을 강하게 타고나는 체질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타고난 불균형을 증폭함으로써 건강을 잃게 만든다는 것. 체질에 따라 어느 장기는 강하고 어느 장기는 약하게 타고난다. 만일 내 강한 장기를 더 강하게 만드는 비타민을 복용한다면 한 몸 안에서 공생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장기들이 약해지니 전체 균형이 무너지면서 건강에 해롭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저림과 부정맥은 이 분한테 마그네슘조차 해롭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혈중 마그네슘 농도가 지나치게 증가할 때 나오는 증상이 저림과 부정맥이다. 소위 고마그네슘혈증Hypermagnesemia이다. 이 분은 본인한테 득이 될거라고 여기고 이 약을 복용했으나 오히려 병을 늘려준 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분이 이 상태로 다른 병원에 가면 어찌 될까? 부정맥이 있으니 부정맥약도 먹으라고 줄 것이고, 저리다고 하니 혈액순환개선제도 함께 처방할 것이다. 그렇게 약도 늘고 병도 늘어가는 것이다. 대증요법의 폐해다.
근본치료를 하려면 체질을 알아야 한다. 체질에 따라 병의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살면서 내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쥐가 심하게 나서 근육이 뒤틀리는 증상.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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