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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축농증

한 어머니가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데리고 내원하였다. 만성비염과 축농증으로 코막힘이 심하다. 2년 정도 그런 상태이고 환절기 때 특히 심해진다. 아이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인데 눈 주변에는 다크써클이 있다. 복진을 하는데 아이가 간지럼을 타면서 피부표면에 닭살이 돋는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이는 "입이 짧고 식사량이 적다"

아이 체질에 맞는 음식법을 알려주고 체질침을 시술하였다. 그리고 갈근葛根을 군약으로 한 한약을 2일치 처방했다. 다음날 왔는데 상태가 비슷하다. 아이가 열이 있다고 하여 재보니 38.5도. 시호柴胡를 군약으로 한 한약을 1일치만 처방해주고 내일 상태를 알려달라고 하였다. 다음날 아이 어머니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열이 떨어졌고, 아이의 말에 따르면 "코가 뚫렸다" 그리고는 주말이 지나고 왔는데 "일요일부터 다시 열이 올랐다" 아이 옷차림을 보니 얇게 입었다. 이 때만 해도 환절기여서 일교차가 심했던 터라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당부하고 지난번 약을 하루치만 주었다. 다음날 감기증상은 목만 빼고 모두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시호를 군약으로 하는 한약들 중에서 인후와 편도로만 작용하는 처방으로 바꿔서 1일치만 주었다. 다음날 목의 불편함도 많이 줄어서 같은 약으로 3일치를 더 주었다. 4일 후 왔는데 캠핑 후 기침이 재발했다. 먼젓번 준 약으로 8일치를 더 투여하면서 체질침을 병행하였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처음 증상을 10이라고 할 때 1 정도까지 줄었다. 다크써클도 함께 줄어들었다. (다크써클이 부비동의 안 좋은 상태를 반영할 때는, 부비동에 찬 농이 빠져나가면서 다크써클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쓰는 한약은 정확하게 처방하면 효과가 빠르다. 증상에 정확하게 적중하면 1일치나 2일치만으로도 효과가 바로 나와야 한다. 아니면 처방이 빗나간 것이다. 필자는 감기에 처음 약을 줄 때는 1일~2일치만 줘보고 경과를 살펴본다. 다음날 효과가 있으면 같은 약으로 며칠 더 가보고, 아니면 다른 약으로 다시 1~2일치를 주고 다시 경과를 본다. 필자가 생각할 때는 이게 합리적인 것 같다. 미리 여러 일치를 투약하면 그 약으로 효과를 못 보았을 때 환자 입장에서 쓸데없는 낭비가 된다. 그 약은 계속 가지고 있어봐야 그 환자 체질에 맞지도 않고 따라서 계속 복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지 않는 처방은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약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환자 체질에 맞지 않을 때 나타난다. 이것은 한약 뿐 아니라 양약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이 체질적으로 맞으면 콜레스테롤LDL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체질적으로 안맞는 사람은 심각한 수준의 위장관 출혈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환자의 체질에 맞는 처방을 찾는 과정이다. 그 처방을 찾아내면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 처방을 찾아낼 때까지는 짧게 처방하는 게 안전하다. 단, 환자의 체질이 이미 정확하게 파악된 상태이고 그 환자의 감기증상이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오면 1주일치에서 많게는 1~2달치를 한 번에 투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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