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에 택시탔는데 "안녕하세요"인사하시는 기사분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지난 여름 만성복통 때문에 치료받은 분이다. 필자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신다. 이 분을 처음 만난 계기도 택시 안에서였다. 필자는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면 진료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택시를 탄다. 그 날도 조금 늦게 일어나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말씀을 너무 잘하시고 재밌게 해주셔서 명함을 드렸다. "아프신 곳 있으면 찾아오시라." 했더니 "여름에 계속 배아픈게 오래됐는데 치료가 가능한지?" 물어보신다. 그래서 치료 가능하다고 답해드리니 바로 택시를 주차하고 한의원으로 들어오셨다.
진찰해보니 토양체질이어서 체질섭생표를 드리고 침 한약을 병행했다. 며칠 치료받다 안오셔서 소식이 궁금했는데, 1달쯤 지나 팔이 아파서 치료받으러 오셨다. "배는 어떠시냐?"고 확인해보니 웃으시면서 "더이상 배가 안아프고 다 나았다."고 하신다.
이 분 말에 따르면, 여름에 택시 안에서 계속 에어컨 켜는데 그 바람 맞다 보면 어느새 배가 슬슬 아파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필자가 준 체질음식표를 보고 평소 반대로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내상內傷이 오래된 환자는 체질섭생표를 반대로 실천하고 있다)
어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결정적인 원인과 그보다 덜 영향을 끼치는 원인이 있다. 이 경우에는 음식이 주된 원인이고 에어컨바람은 그보다 더 작은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