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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녹내장

얼마전 지인들과 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필자는 앞자리에 혼자 앉았고 지인 둘은 뒷자리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둘이 하는 이야기가 필자의 귓속으로 조용히 파고들었다. 둘 중 한 사람은 최근 눈이 심하게 아파서 안과에 갔는데 녹내장 초기로 진단을 받았다. 안약을 처방받았지만 낫지 않는다는 것.


이 분은 금음체질colonotonia인데 평소 체질적으로 해로운 육류와 커피를 즐겨서 이미 주의를 드렸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터라 내심 포기한 상태였다. 이 분은 가끔 아프면 찾아와서 치료받고 좋아지면 다시 과거의 생활습관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혈압이 높은데 금음체질에 맞지 않는 육식,등산,온수욕 등 해로운 것은 다 찾아서 하여 도무지 치료의 가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 모든 변화는 안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꾸겠다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다. 응급환자가 아닌 한, 치료의 주체는 환자이며 의사는 조력자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 분에게 체질섭생을 하지 않고 약물에 의존하면 반드시 새로운 병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둔 터였다. 그리고 그 날 그 예언(?)이 실현되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각이 좁아지거나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인데, 현재 서양의학으로는 불치이며 단지 증상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할 뿐이고, 나으려면 반드시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초기라면 체질침으로 나을 수 있다고 알려드리니, 며칠 후 필자의 클리닉으로 찾아오셨다.


체질침을 시술한 다음 금음체질에게 유익한 메밀밥을 지어 드시게 하고 경과를 보기로 했다. 다음에 오셨을 때 "그날 치료를 받고 눈의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하여 치료가 적중하였음을 확인했다. 단 2회 치료로 안통은 모두 사라졌다. 필자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며 체질섭생을 실천하여야만 근본적으로 치유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환자분은 안통이 사라진 것에 안심하여 다시 예전의 생활습관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필자는 가끔 필자가 하는 일의 의미를 반추한다. 동의보감 내경편에 "欲治其疾 先治其心 병을 치료하려면 그 마음부터 치료하라"고 하였는데, 사람의 마음은 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강팍하고 생각이나 견해가 협애한 것은 삶의 과정이 만들어낸 관성이다. 질병을 달고 사는 사람은 엄밀히 말하면 그 상태 그리고 그 상태를 빚어낸 스스로의 사고방식에 만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그 상태에 만족하므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의지가 발동이 걸리지 않는다. 가끔 아프다고 불평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길을 찾기는 귀찮은 것이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누가 그걸 바꿀 수 있겠는가? 궁해야 변하고, 변해야 통한다.


병이 나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현 상태에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안주하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병이 나을 사람은 그 불만을 밑천 삼아 자기를 개혁하는 사람이다. 병이 나을 사람은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이다. 과거의 삶이 만들어낸 관성으로 끌려가길 반복하는 자기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바로 그 사람이 병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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